‘포켓볼부부’ 정영화·임윤미 “‘브레이크샷’ ‘일자공 끌어치기’는 평생연습”
[당구선수 연습현장] ④정영화·임윤미 서울시체육회 훈련장
김포 집에서 40분거리…월~금 오전9시~오후6시 땀흘려
오전 스트로크, 오후 경기하며 실전 감각 익혀
정영화 사이클, 임윤미 스포츠댄스로 체력관리
10월 전국체전 경기 시간에 맞춰 오전 훈련 집중
서울특별시체육회 당구부 훈련장에서 전국체전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포켓볼 부부` 정영화, 임윤미.
정영화, 임윤미 부부가 공을 들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서울시체육회는 타 시도체육회와 달리 공식 훈련장에서 의무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경기도 김포에서 사는 두 선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곳으로 출근(?)한다.
훈련장에 들어서면 가볍게 몸을 푼 뒤 각자 테이블로 흩어져 개인 연습에 들어간다. 오후에는 함께 경기하면서 실전 감각을 익히고, 다시 개인 연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식이다.
임윤미는 “서울시청 선수들에게 이곳은 직장이나 마찬가지다. 의무 훈련 규정이 있어 대회가 없어도 습관처럼 훈련하게 되고, 실제 경기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선수들도 있는데 오히려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정영화는 “연습 상황에 따라 더 늦은 시간까지 남아 연습하기도 한다. 언제든 자유롭게 연습할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로서 감사하고 서울시청 소속 선수라는 자부심도 느낀다. 물론 연습을 더한다고 해서 추가 근무 수당이 나오진 않는다”며 웃었다.
`브레이크샷` 연습을 위해 스트로크 자세를 취한 정영화.정영화 임윤미 선수의 연습은 스트로크, 퍼팅 연습 등 기본부터 시작한다. 기본구 중에서도 특히 신경 쓰는 연습은 ‘브레이크샷’과 ‘일자공 끌어치기’. 브레이크샷은 당연히 경기 초반 기선제압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반듯한 자세로 스트로크의 뒤틀림없이 공 정 가운데를 맞추는 ‘일자공 끌어치기’는 포켓볼의 기본이다. ‘일자공 끌어치기’를 잘해야 다른 두께 공을 맞출때 정확성도 높아진다.
부부는 입을 모아 선수 생활 내내 연습해도 부족하고 그만큼 중요하다했다.
임윤미는 “최근 포켓 경기에서는 ’브레이크샷’이 정말 중요하다.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요즘은 선수들 실력이 좋아 처음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치고 나가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에는 정확하고 무조건 세게만 치면 됐는데 이제는 지능적인 컨트롤이 필요하다. 수구와 1번 공의 다음 배치를 생각하면서 풀어내야 ‘런아웃’(한번 공격으로 세트를 끝내는 것)하기도 쉬워진다”고 전했다.
임윤미가 개인 테이블에서 `일자공 끌어치기`를 연습 중이다.기본구 연습을 마치면 대회에서 실수한 공, 배치를 집중적으로 반복한다. 정영화는 왜 실수했는지 파악하고 연습하면서 ‘몸의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머릿속에 많이 넣어봤자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된다. 두께와 당점을 아무리 눈으로 잘 본다고 해도 중요한 건 직접 칠 수 있느냐다. 해결 방법은 연습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각 선수경력 30년, 20년을 넘어선 정영화 임윤미 부부. 선수 생활 내내 정상권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올해 첫 번째 전국대회 ‘국토정중앙배’서 포켓 복식 우승, ‘2021 풀투어 1차’에서는 각각 남녀 개인전 정상에 오르며 ‘부부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또 최근 열린 ‘경남고성군수배’에서는 임윤미가 여자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연습 중 정영화의 샷을 지켜보는 임윤미. 두 선수는 우승은 꾸준한 연습과 경기 당일 좋은 컨디션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정영화는 “매일 연습을 하다 보니 대회를 앞두고 특별히 연습 패턴이 달라지지 않는다. 저는 선수생활이 30년이 넘어가면서 확실히 어렸을 때의 ‘승부사’ 기질은 줄어들었다. 경기 결과, 랭킹 유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즐겁게 경기에 임한다”며 “지난 ‘풀투어 1차’ 때도 이런 자세로 임하니 결과가 좋더라. 둘 중 한 명만 우승했을 때는 상금으로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한다”며 웃었다.
임윤미 역시 성적에 연연해하는 시기는 지났단다. “과거에는 지는 게 아예 인정이 안됐다. 제가 연습도 더 많이 하고 공도 더 잘 치는 것 같았다. ‘지면 안돼’라는 생각만 하다 보니 팔도 굳어버리고, 결국엔 상대가 아니라 저 자신한테 지게 되더라. 슬럼프를 겪고 나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됐다. 후배들이 나보다 더 잘 칠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고. 편하게 마음먹은 뒤로는 다시 성적이 잘 나오고 있어 다행이다. 하하.”
당구선수라는 확실한 공감대가 있다 보니 대화를 통해 서로의 멘탈트레이너 역할도 겸하고 있다.
임윤미는 “직업도 같고 소속도 같으니 지겹지 않은지, 싸우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화가 잘되니 싸울 일도 없고 오히려 장점이 많다. 훈련하다 지치거나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서로 대화하면서 이겨낸다. 둘다 선수다 보니 힘든 부분을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서로 먼저 안다. 그럴 때마다 주고받는 위로와 격려가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정영화 임윤미는 오전에는 각자 테이블에서 개인연습 후 오후에는 경기하며 실전 감각을 익힌다.50대와 40대에 접어든 이후로는 체력관리도 필수다. 정영화는 자전거, 임윤미는 댄스스포츠를 통해 체력과 건강도 챙긴다.
정영화는 “이제 체력이 중요할 나이다. 젊었을 때는 당구만 열심히 쳤지 다른 운동은 아예 하지 않았다. 지금은 목, 어깨가 많이 안 좋은데 마사지도 받고 침을 맞으면서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며 “또 올해부터는 서울당구연맹 자전거동호회도 가입해 주말마다 6시간 정도 탄다. 평일에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주 2~3회 훈련장 근처인 안양천부터 여의도까지 자전거를 탄다. 체력을 쌓은 덕분인지 이번 여름은 힘들지 않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댄스스포츠에 푹 빠진 임윤미는 “공식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 두 딸 저녁을 챙겨주고 8시 반부터 9시 반까지 주 3회 댄스스포츠를 배운다”며 “운동 삼아서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다. 체력도 좋아지고 삶의 활력소가 되니 스트레스도 사라진다. 센터에 가지 않는 날에도 과제가 있어서 매일 스포츠댄스를 춘다. 포켓볼 다음으로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부부의 다음 대회는 서울시체육회 소속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제102회 전국체육대회’다. 당구가 전국체전서 전시종목(2005년) 시범종목(2008년) 정식종목(2011년)이 되는 과정을 함께해온 부부에게 더욱더 각별한 대회이기도 하다. 오는 10월 서울시 대표로 남녀 포켓10볼 개인전과 포켓9볼 혼성복식에 출전한다. 훈련을 오전에 시작하는 이유도 전국체전 경기가 오전에 열리기 때문이다.
임윤미는 “대부분 당구 선수들이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연습하는데 저희는 전국체전 경기 일정에 맞춰 오전에 몸의 리듬을 맞춰놓았다. 아침 일찍 경기해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정영화는 “서울시체육회 선수 평가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가 전국체전이다. 전국체전에서 성적이 좋으면 포상금도 나오고 다음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켓볼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박상훈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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