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인 2009년 서울연맹 신인선발전 우승 후 선수 등록 2016년 구리월드컵8강, 국내 18위 오른 ‘3쿠션 기대주’ 작년과 올해 슬럼프 “이제 절실함 느껴 열심히 연습중” 대선배 최성원 ‘한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
기사입력:2019.01.01 07:00:00
최종수정:2019.01.02 10:38:35
<편집자주> 2018년 한국 당구는 유난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돋보인 한 해였다. 대한당구연맹이 내건 역대 최고 우승상금(5000만원‧KBF슈퍼컵) 주인공은 ‘26세’ 조건휘였고, 장대현(성남·79위)은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6위)에 이어 ‘세계3쿠션주니어선수권’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서아(광주조선대여고·국내女포켓5위)는 ‘세계주니어9볼선수권’ 준우승에 올라 한국당구의 미래를 밝게 했다. 이 밖에도 올해는 국내 당구 각종목서 ‘영파워’가 주목받은 해였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김행직과 조명우 이후, ‘차세대 한국당구의 기수’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를 소개한다.
"새해엔 반드시 입상하는게 목표에요” 2016년 "구리3쿠션월드컵" 8강 등에 오르며 "기대주"로 평가받던 이영훈은 최근까지 부침을 겪었다. 오는 2019년엔 반드시 반등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올해를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해로 만들었다면, 내년에는 반드시 전국대회 입상 성적을 내고 싶다.”
‘3쿠션 젊은피’ 이영훈(성남연맹·28)은 지난 2016년 ‘구리3쿠션월드컵’ 8강을 시작으로 그해 국내랭킹을 18위로 마감, 당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뚜렷한 성적을 못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간 스스로에게 ‘자만했다’는 이영훈은 오는 2019년을 반드시 반등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기도 남양주 예원당구아카데미에서 맹연습 중인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연습구장인 남양주 예원당구아카데미에서 연습하고 있는 이영훈.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 28살의 성남연맹 소속이다. 19세때인 2009년 서울당구연맹 ‘신인선발전’에서 우승하면서 선수로 데뷔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수가 됐다고 하던데.
=어린시절 당구장을 운영하신 부모님 영향으로 7살때부터 큐를 잡았고, 꾸준히 당구를 즐겼다. 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께서 “당구선수는 미래가 없다”하시며 당구선수가 되는 걸 반대하셨다. 내가 “선수선발전에서 우승하면 당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우승하면서 결국 승낙을 받았다.
△전국대회와 월드컵서 좋은 성적을 거둔 기대주였는데.
=성적이 올해(2018년)보다는 좋았을지는 몰라도, 그땐 그게 나에게 큰 경험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당구 경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마음가짐이 해이해지면서 경기준비도 안 하게 되더라. 경기를 앞두고는 상대 이름만 보고 은근히 무시하기도 했을 만큼 자만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다니다 보니 대회마다 예선탈락했고, 20위권 내였던 국내랭킹도 계속 떨어지더라. 큰 충격이었다. 지난해 말쯤 그 부분을 절실히 느끼고 마음가짐을 다시 잡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16년 구리연맹이 선정한 와일드카드 멤버로 "구리3쿠션월드컵" 본선에 진출, 8강까지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16강 루벤 레가즈피(스페인·64위)에 승리 한 후 악수하고 있는 이영훈
△그렇다면 올해에는 원하는 성과를 거뒀나.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하하. 이제 생각이 많아지니까 긴장하게 되고, 겁이 났다. 괜히 경기 중에도 분위기를 빼앗길까봐 걱정되고 뒷 공을 생각하게 되더라. 나에게는 무조건 공격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나 싶기도 하다. 공격적인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자신있게 경기를 운영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올해 가장 아쉬웠던 대회는?
=16강에 올랐던 양구 대한체육회장배 대회다. (편집자주=이영훈은 256강 유인수(수원·405위)전 승리를 시작으로 128강서 김병호(서울·57위), 64강 최성원(부산시체육회·34위), 32강 홍진표(대전·43위)에 연달아 승리를 거두었으나 16강서 대회 공동3위에 오른 신남호에 패했다.)
개인전에 앞서 고상운(성남·11위) 형과 복식전에 나갔는데, 테이블 컨디션이 바로바로 눈에 들어와 적응이 빨랐다. 그 느낌이 그대로 개인전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16강에서 만난 신남호 선수에게 24:40(20이닝)으로 졌다. 나보다 컨디션이 더 좋으시더라. 하하. ‘이번엔 뭔가 다를 것 같다’ 싶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당구계에 많은 선배 선수들이 있는데,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최성원 선배님. 처음 최성원 선수와 전국대회에서 만났던 경기는 내 생애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하. 어렸을 때부터 최성원 선수 경기를 정말 많이 보면서 연습했다. 스무살 때 처음 나간 전국대회에서 최성원 선수와 64강서 대결할 기회가 생겼는데, 당연히 졌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자 최성원 선수가 먼저 다가와 “이렇게 치는것보단 이게 낫지 않았겠냐”며 조언 해주시더라. 그 자체도 너무 감사했지만, 그 방법이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올 만큼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 조언을 듣고 난 이후 당시 내가 갖고 있던 당구의 ‘틀’이 완전히 깨졌다. 그건 언젠가는 넘어야 할 벽이었겠지만, 그걸 최성원 선배님이 빠르게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거다. 그리고는 궁금한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하시더라. 너무 감사했다.
이후 월드컵에 출전할 때마다 항상 잘 챙겨주신다. 최성원 선배님과는 지금까지 네 번 정도 맞붙었는데, 늘 힘들게 경기했다. 하하.
△많은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던데.
=맞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선배들이 많이 챙겨주신다. 2015년에는 조재호 선배님과도 같이 훈련했는데, 경기 때마다 져 맷집이 생겼다. 한 큐에 10~15점씩 얻어맞다보니 대회에서 5~6점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더라. 하하. 또 조재호 선배님은 ‘선수’가 가져야 할 언행과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다.
"경기중 특별한 배치의 공은 바로바로 메모하죠" 자신의 휴대전화에 메모된 공의 배치를 알려주고 있는 이영훈.
△본인만의 특별한 연습방법이 있다면.
=연습경기 때 나온 특별한 배치 공이 있다. 이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바로바로 메모하는 편이다. 그리고 경기 후 ‘내 공’이 될 때까지 연습한다. 연습은 두께, 기본 배치 등 기본기 훈련과 5~8경기 연습게임을 갖는다.
△큰 무대에 강한 성격이라고.
=나는 관중들이 많으면 집중력이 더 생기는 편이다. 득점에 성공했을 때 관중들이 보내주는 ‘핑거스냅’ 소리가 너무 짜릿하다. 그래서 난구가 서면 더욱 과감해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내년에는 더 많은 환호를 들어야겠다. 하하.
△월드컵 등 국제무대 성적도 욕심이 날 것 같은데.
=물론이다. 월드컵은 재작년에 3회 정도 사비로 출전했고, 작년과 올해에는 후원을 받아 출전했다. 그런데 2019년에 후원사가 바뀌게 됐다. 아쉽지만 현재로선 월드컵에는 당분간 출전 못할 거 같다. 대신 국내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집중하고 성적을 끌어올릴 생각이다.
"가족은 늘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에요" 이영훈이 아내 화영(29)씨와 두 아들 신(오른쪽·3), 선(왼쪽·5)군과 함께 기념촬영 하고 있다.
△벌써 두 아이의 아빠다.
=내년에 여섯 살, 네 살이 되는 두 아들이 있다. 이름은 신이와 선이. 월드컵이나 전국대회 등 대회에 다녀오는 며칠 사이 아이들이 훌쩍 자라있어 신기할 때가 많다.
결혼을 일찍해 경제적인 부분 등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가족이 정말 큰 힘이 돼줬다. 내가 성장한 건 가족들이 있어서다. 아마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철없이 놀 궁리만 하고 있었을 것 같다. 하하.
△2019년 목표는?
=이제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 같다. 컨디션도 좋고 다시 한 번 절실함을 갖고 연습하고 있다. 이전에 했던 실수를 두 번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내년엔 반드시 전국대회서 입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좋은 성적으로 방송중계(전국대회 4강 이상)되는 경기로 많은 팬들께 얼굴을 알리고 싶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samir_@mkbn.co.kr]
"새해엔 반드시 입상하는게 목표에요” 2016년 "구리3쿠션월드컵" 8강 등에 오르며 "기대주"로 평가받던 이영훈은 최근까지 부침을 겪었다. 오는 2019년엔 반드시 반등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새해엔 반드시 입상하는게 목표에요” 2016년 "구리3쿠션월드컵" 8강 등에 오르며 "기대주"로 평가받던 이영훈은 최근까지 부침을 겪었다. 오는 2019년엔 반드시 반등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