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당구왕’출신 동호인 PBA프로당구 선수 되다 “선수생활 두 번 접었지만 당구에 미련 남아 PBA 도전” 당구선수 반대 아버지, 아들 TV장면 보고 생각 바꿔 “쿠드롱과 대결한다면? 글쎄 어떤 느낌일까 궁금”
기사입력:2019.05.18 12:17:08
최종수정:2019.05.20 17:59:03
[편집자주] 최근 PBA프로당구 트라이아웃에서 48명의 프로당구선수가 탄생했다. 이번에 프로당구선수 타이틀을 획득한 주인공들은 올해 67세인 왕년의 고수도 있고, 동호인 출신도 있다. 또한 연봉 7000만원짜리 이라크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온 선수도 있고, 선수활동을 중단했다가 프로당구 출범을 계기로 다시 큐를 잡은 선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선수가 된 주인공들을 만나봤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두 번이나 선수생활을 접는 우여곡절 끝에 프로선수로 거듭난 동호인 출신 현창화다.
동호인 신분으로 PBA 트라이아웃을 통과해 프로당구선수가 된 현창화는 선수 출신이다. 현창화는 30대 중반의 젋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생계 두 번이나 선수생활을 접었을 정도로 당구인생의 부침이 심했지만 PBA 트라이아웃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1부투어의 일원이 됐다. MK빌리어드뉴스가 현창화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동호인 신분으로 오픈챌린지부터 출전해 당당히 PBA프로당구 1부투어 일원이 된 현창화(34)는 ‘선수출신 동호인’이다. 그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선수의 꿈을 접어야했을 만큼 당구인생의 부침이 심했다. 그러나 여느 선수들처럼 당구에 대한 열정을 숨길 수 없어 프로무대 문을 두드렸고,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1부투어 진출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는 비교적 최근까지 선수생활을 했지만 트라이아웃 개최 당시 동호인 신분이어서 오픈챌린지라는 관문부터 돌파해야 했다. 오픈챌린지를 통과한 현창화는 트라이아웃 1차전에서 간발의 차로 1부투어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2차전에서는 5연승을 거두며 프로당구 선수가 됐다. 현재 일과 훈련을 병행하며 PBA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현창화의 얘기를 들어봤다.
현창화(오른쪽)에게 프로당구선수가 된 소감을 묻자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 같아 흐뭇하지만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됐다"고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드러냈다. 사진은 PBA 1부투어 참가증서를 들고 안진환 심판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현창화.
▲프로당구선수가 된 소감부터 묻겠다.
=노력한 것에 대한 보답과 보람이어서 흐뭇하다. 그런데 1부투어 진출이 확정되자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더라. 지금도 지금이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당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많은 분들이 그랬듯이 나 역시 20대 초반 때 당구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 구장을 찾는 선수들이나 고점자들에게 당구를 배우면서 점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선수 형님들로부터 ‘당구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선수생활까지 하게 됐다.
▲선수생활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고향인 제주에서 2006년에 시작했다. 제주연맹에 들어가 선수생활을 하다보니 내 생각과는 달리 당구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더라. 이 생활만으로 미래가 보장된다는 확신이 없어 6개월 만에 선수생활을 접고 야채도매상, 직장생활 등을 했다.
▲선수생활은 중단했지만 지난 2016년 ‘코리아당구왕’ 첫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는 등 당구와의 인연은 놓지 않았다.
=직장생활 하다 그만두고 서울에 올라와 ‘코리아당구왕’ 첫 대회에 나가게 됐는데 우승까지 했다. 이를 계기로 당구장에서 매니저로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가 곧 다시 선수생활을 재개했는데.
=당구에 대한 미련과 열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톱랭커들과 부딪치면서 당구 실력을 더 향상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2017년 10월 김포연맹 선수로 재등록했다. 그렇지만 예전과 생활면에서 달라진게 별로 없더라.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 초에 또다시 선수생활을 그만두게 됐다.
PBA 트라이아웃 경기에서 샷을 준비하고 있는 현창화.
▲이번 PBA 선발전 참가를 망설이지는 않았나.
=참가 자체를 고민하지는 않았다. 내가 김포연맹에서 선수생활 할 때도 프로당구 출범 얘기가 나와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프로당구가 언제 시작한다는 보장이 없어서 ‘1년 정도만 쉬자’는 생각으로 선수생활을 중단한 것이었다. 막상 트라이아웃 소식을 접하니 ‘선수생활을 좀 더 유지할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하.
▲오픈챌린지를 통과하고 트라이아웃 1차전 조별예선(2승1패)과 토너먼트에서도 순항했다. 그러다가 한 경기만 이기면 1부투어 진출을 확정짓는 상황에서 정말 아깝게 패배(최종복 상대 32이닝 36:40)했다. 아쉽지는 않았나.
=정말 아쉬웠다. 사실 그 경기는 내가 한때 15점 이상 앞서나가며 유리하게 끌고 갔던 경기였다(현창화는 11이닝까지 21:6으로 앞서있었다). 하지만 큰 리드를 잡은 이후 나도 모르게 풀어져서 역전패하고 말았다. 내가 그 경기를 이긴 줄 아는 지인들도 있었다. 내가 2차전에 출전하니 그분들이 ‘네가 여기 왜 있냐’고 물어보더라. 하하.
▲2차전에서는 5연승으로 1부투어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가 승부치기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였다. 긴장감이 컸을 것 같은데.
=1차전 마지막 경기 때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만큼의 긴장감은 아니었다. 2차전에서도 승부치기까지 갔지만 와일드카드에서도 유리한 상황이었고, 1~2차전 성적이 나쁘지 않았기에 예비순위도 높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서 마음 편하게 경기를 치르려고 했다.
현창화는 PBA 1부투어 진출을 확정짓고 가장 생각났던 사람이 아버지였다고 털어놨다. 사진은 PBA 트라이아웃 2차전 1일차에 1부투어 진출을 확정지은 선수들. 왼쪽부터 이국성, 최경준, 현창화, 최원준.
▲오픈챌린지와 트라이아웃을 통해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프로당구 선수가 됐다. 1부투어 확정 직후 어떤 생각이 먼저 들던가.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고생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생각나는 사람은.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내가 처음에 당구를 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반대를 많이 하셨다. 아무래도 아버지 세대 분들은 당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선수생활 할 때는 집에 비밀로 하고 선수등록을 했을 정도였다. 제주연맹을 나온 것에는 그 영향도 조금은 있다. 하지만 내가 ‘코리아당구왕’에서 우승하고 TV에도 나오니 아버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고향에 있는 삼촌들이나 아버지 친구분들도 ‘창화가 TV에 나왔다’며 신기해 하셨다고 한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내가 나온 경기나 유명선수들의 경기를 챙겨보시며 나에게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마찬가지로 어머니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선수생활을 중단한 상태에서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기 때문에 감각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다.
=선수생활을 중단한 직후에는 중대만 있는 클럽에서 매니저를 맡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대대에서 연습할 기회가 적었다. 그 상태에서 올 3월 서바이벌 형식으로 치러진 전국 동호인대회에 나갔는데 첫 경기에서 탈락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트라이아웃을 앞두고는 일하던 클럽에서 나와 거의 매일 당구장에서 살다시피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했다.
"좀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 현창화는 "선수생활을 할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사진은 PBA 트라이아웃 경기에서 자신이 친 공을 바라보고 있는 현창화.
▲현창화 선수 경기를 지켜봤을 때 굉장히 다부지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좀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 같다’는 평가도 들었다. 비결이 무엇인가.
=선수생활 할 때 좋은 선수들과 공을 쳤던 경험이 쌓여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전에는 ‘폭발력은 있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훌륭한 선수들과의 시합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서 무작정 공격적인 경기보다는 공수 밸런스와 경기운영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이제 1부투어 개막전이 보름 남짓 남았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현재는 일과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당구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개별연습을 더 많이 해야할 것 같다. 가능한 한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
▲PBA투어에는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이나 강동궁 등 국내외 유명선수들이 참가한다. 이중 가장 만나고 싶은 상대는 누구인가.
=당구 선수라면 아마 쿠드롱 아닐까. 어떤 선수라도 쿠드롱과 상대하면 좋으면서도 싫을 것 같다. 세계적인 선수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좋겠지만 부담감도 클테니까. 하하.
▲쿠드롱과 경기한다면 어떨 것 같나.
=글쎄…. 솔직히 지금 심정으로는 좀 더 올라가서 만나고 싶다. 국내 톱랭커들하고는 몇번 경기를 해봤지만 외국선수들하고는 공식시합에서 만나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는 하다.
자신의 연습구장에서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현창화. 현창화는 인터뷰를 마치며 "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프로무대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현창화 선수 제공)
▲마지막으로 프로무대에 참가하는 각오와 목표가 궁금하다.
=일단은 프로선수로 선발됐고, 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할 것이다. 입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선은 중위권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위권 이상 올라가서 생활면에서 여유가 더 생기면 당구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더 좋은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cdh10837@mkbn.co.kr]
동호인 신분으로 PBA 트라이아웃을 통과해 프로당구선수가 된 현창화는 선수 출신이다. 현창화는 30대 중반의 젋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생계 두 번이나 선수생활을 접었을 정도로 당구인생의 부침이 심했지만 PBA 트라이아웃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1부투어의 일원이 됐다. MK빌리어드뉴스가 현창화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동호인 신분으로 PBA 트라이아웃을 통과해 프로당구선수가 된 현창화는 선수 출신이다. 현창화는 30대 중반의 젋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생계 두 번이나 선수생활을 접었을 정도로 당구인생의 부침이 심했지만 PBA 트라이아웃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1부투어의 일원이 됐다. MK빌리어드뉴스가 현창화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