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3쿠션 ‘살아있는 전설’ 日 히다 오리에
세계선수권 4회 우승…20년 넘게 정상권 유지
한국 ‘女당구리그’ 심리스 에이스…6승 선두 견인
“스롱 피아비·강지은과 팀웍 굿…우승·상금왕 욕심”
日 당구는 정석 플레이…한국은 임기응변 강해
서울시 금천구 빌리어즈TV 스튜디오에서 만난 히다 오리에가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일본의 히다 오리에(43)는 세계 여자3쿠션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5년에 선수로 데뷔해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에서 4번이나 우승했다. 20년 넘게 세계 정상권을 지키고 있는 히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2018 알바몬 여자프리미어당구리그(이하 WPBL)에서 스롱 피아비, 강지은과 함께 심리스팀으로 활약하고 있다. WPBL 2차리그가 종료된 24일 현재 히다는 개인전적 6승 무패로 ‘한 수’ 높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 빌리어즈TV 스튜디오에서 히다 오리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열리는 WPBL에 참가하게된 계기는.
=그 동안 한국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 아쉬웠다. WPBL에 참가하면 한국 선수들과 경기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을 것 같아 참가하게 됐다. 또 상금규모가 크고 리그전 방식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WPBL에서 6전 전승으로 유일한 무패(2차리그 종료 시점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내가 잘했다고 하기 보다는 상대가 1점만 남기고 못치는 경우도 있는 등 운이 많이 따라주는 것 같다.
▲6승 무패로 소속팀(심리스) 성적도 선두다.
=팀워크가 좋기 때문에 성적도 좋다고 생각한다. 경기하러 한국 오면 팀 동료 강지은(서울‧국내랭킹 11위)이 연습하는 구장에서 같이 연습을 한다. 강지은과는 식사도 자주 함께하는 등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스롱 피아비(서울‧2위)가 공항에 직접 데려다 준 적도 있다. 물론 그때 스롱 피아비가 길을 잘못 들어서 고생했지만. 하하.
히다 오리에는 상대해 본 한국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이신영(평택‧국내랭킹 9위)을 꼽았다.▲한국 선수들과도 많은 경기를 했다. 가장 인상적인 한국 선수를 꼽는다면?
=이신영(평택‧국내랭킹 9위)이다.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진 적이 있다. 당시 내가 21:10으로 이기고 있다가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그때 기억 때문인지 가장 인상적인 한국 선수로 기억된다.
▲만약 WPBL에서 이신영과 재대결할 기회가 생긴다면.
=2014년에는 그렇게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만난다면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국내랭킹 1위 김보미(서울)가 WPBL 개막 전에 꼭 이겨보고 싶은 선수로 당신을 꼽았다.
=김보미는 좋은 스트로크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좋은 선수지만 앞으로 더 기대되는 선수다. 실제로 WPBL에서 두번 만나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다음에 만나더라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이다.
▲WPBL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당연히 팀 우승이다. 더불어 상금왕도 도전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만족하는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WPBL을 통해 여러 한국 선수와 시합 경험을 많이 쌓고, 그들의 플레이스타일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서 당구를 치게 됐나.
=부모님이 당구선수였고 당구클럽도 운영하셨다.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당구클럽은 자연스레 내 놀이터가 됐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
▲1995년에 선수로 데뷔해 20년 넘게 세계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은.
=어느 경기든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 또한 ‘지더라도 실망하지 않는 경기를 하자’고 다짐한다. 그런 자세가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게 만들고,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나싶다.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지난해 세계선수권 준결승전이 가장 생각난다. 터키의 데게너 굴센(현 세계랭킹 1위)과의 시합이었다. 경기 초반 10점 가까이 지고 있다가 41이닝이 되어서야 간신히 역전했다. 이후 동점과 역전, 재역전을 반복하며 정말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이다 내가 먼저 30점을 채워 30:28이 됐다. 그렇지만 후구였던 굴센이 30:29까지 따라왔다. 이기긴 했지만 정말 힘들었던 경기로 기억된다.
▲그렇게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이고 결승에서 이미래(성남‧국내랭킹 2위)와 만났는데.
=이미래는 한국에서 잘 치는 선수로 유명해 잘 알고 있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뚜렷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미래와의 결승전도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준결승에서 많은 힘을 쏟아서 그런지 그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히다 오리에는 샷이 매우 정교하다’고 입을 모은다. 평소에 어떻게 연습을 하나?
=특별한 연습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33년 동안 당구를 치면서 다양한 종류의 당구를 접해봤다. 10대 때는 포켓볼을 치기도 했고, 20대 때는 1쿠션과 예술구도 쳐봤다. 이 경험들이 경기때 샷 하나하나에 큰 도움이 된다.
히다 오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당구를 쳤던 경험이 경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경기 중 샷을 마친 뒤 대기석에서 눈을 감고 생각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때 무슨 생각을 하나?
=방금 친 샷을 복기해보고, 다음 샷은 어떻게 칠 것인가 생각해본다. 이 과정이 끝나면 눈을 뜨고 상대 선수의 샷을 지켜본다.
▲한국당구와 일본당구 스타일에 다른 점이 있는지.
=일본 선수들은 교과서적인 당구를 친다. 정석에 충실한 플레이를 한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정석에 얽매이지 않는다. 같은 공 배치라도 변형해서 다른 길로 치는 임기응변에 능하다. 김보미 김민아 등이 그런 능력이 특히 좋다.
▲당구계에서는 ‘철녀’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2위)와 라이벌이라고 한다. 본인도 의식하고 있나.
=약간 의식은 하고 있다. 하지만 클롬펜하우어는 세계 여자당구를 이끌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존경심을 갖고 있다. 라이벌이자 동료로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서로 격려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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