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보러 호치민까지 왔지요” 조용덕‧이희경 부부
[호치민3쿠션월드컵서 만난 사람] 제약회사 회장‧대표 당구매니아
태극기 안경‧머리띠 두르고 韓선수 응원…김정규 원장 소개로 당구 시작
“당구 보러 호치민까지 왔지요” 조용덕‧이희경 부부. 故김경률의 죽음을 계기로 당구에 입문한 그는 심판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건강한 노후를 위해 당구를 택했다.[호치민=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호치민3쿠션월드컵 경기장에서 한국인 중년부부가 ‘이색 응원’으로 현지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조용덕(60)‧이희경(58) 부부.
두 사람은 호치민월드컵 4차예선(Q) 날인 지난 24일 낮, 베트남에 입국해 매일 대회장을 찾고 있다. 그때마다 남편 조용덕 씨는 태극기로 둘러싼 안경을, 아내 이희경 씨는 태극기로 만든 머리띠를 각각 착용하고 한국 선수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부부는 “해외에서 고생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직접 베트남으로 날아왔다”고 ‘해외 원정응원’의 이유를 밝혔다.
다소 우스꽝스런 응원방법을 택한 두 사람이지만, 사실 국내 한 제약회사 회장(남편)과 대표(아내)다. 본사는 서울시 서초구에, 공장은 충남 예산에 있다.
두 사람은 ‘건강한 노후’를 위해 당구를 선택했다. 먼저 남편 조용덕 씨가 2015년에 큐를 들었고, 1년여 후 아내 이희경 씨가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조용덕씨가 당구계에 입문한 날짜가 특별하다. 2015년 2월 22일, 고 김경률 선수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조 씨는 “당구스승을 찾다 김정규(대한당구연맹 이사) 원장님이 운영하는 김정규당구스쿨에 갔는데, 충격적인 소식(고 김경률 선수의 죽음)을 들었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해 그때부터 열심히 공을 쳤다”고 말했다.
"한국 당구 화이팅!" 호치민3쿠션 월드컵 대회기간 내내 조용덕‧이희경 부부는 태극기로 둘러싼 안경과 태극기로 만든 머리띠를 각각 착용하고 한국 선수들을 향해 응원을 보냈다. 아내 이 씨는 남편의 권유로 당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엔 ‘보는 당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접 큐를 들고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고 있다. 작년 6월엔 대한당구연맹 심판 자격을 취득했다.
나아가 부부는 2016년부터 해마다 2~3개 전국대회장을 찾아다니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눈에 넣고 있다. 올해 열린 ‘김경률추모배 당구대회’에는 유니폼 제작비도 후원한 바 있다.
부부에게 당구의 ‘즐거움’을 물었다. 조 씨는 “젊은 사람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고, 또 그들과 대화하게 해주는 운동”이라며 “그 덕분에 당구를 칠 때마다 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저는 모든 당구선수들이 좋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하는 ‘당구투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sylee@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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