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회 우승한 ‘20년 우정’ 당구 4총사
서삼일 임형묵 정성윤 박인수 ‘서울77팀’
뭉친지 한달만에 인제오미자배 3쿠션 단체전 우승
‘당구에 미친’ 20대 서울 역삼동 당구판서 경쟁
맏형 서삼일 “살벌하게 맞짱떴는데, 한 팀 됐죠”
막내 박인수 클럽접고 6년만에 선수복귀, 팀 완성
최근 강원도 인제군에서 열린 "2018 인제 오미자배 3쿠션 페스티벌" 단체전 우승팀 서울77. 팀의 맏형 서삼일 선수는 우승소감을 묻자 "20년 전엔 게임판에서 으르렁 대던 네명이, 한 팀이 돼 전국대회 우승까지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라며 웃었다. 인제 오미자배 경기가 펼쳐진 인제실내체육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서울77팀 선수들. 왼쪽부터 박인수, 정성윤, 임형묵, 서삼일. ‘서울77팀’의 서삼일(47) 임형묵(45) 정성윤(41) 박인수(38)는 당구판에서 유명한 20년 지기다. 이들이 팀 결성 한달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이들에게 우승소감을 물었다. “살벌하게 큐 겨루던 사이였는데, 이젠 한 팀이 돼 전국대회 우승까지 거뒀네요. 하하.” 인터뷰 이렇게 시작됐다.
◇서울 역삼동 당구판에서 20대 불태운 4총사
4명의 인연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간다. 당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당구판이 성행했는데, 네 선수는 그 판에서 소문난 실력자들이었다.
서울77팀 ‘맏형’ 서삼일 선수는 “(박)인수는 어린 나이에도 막당구(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당구)가 판치던 시절에 계산하면서 공을 쳤다. (임)형묵이와 (정)성윤이도 그 판에서 이름 꽤나 알린 이들이었고, 저도 당구에 한창 미쳐있을 때였다”면서 “이처럼 자기 잘난 맛에 살던 20대들이 겨루던 당시 게임판 분위기는 살벌했다”고 회상했다.
정성윤 선수는 “그때 (서)삼일형은 까칠한 걸 넘어 예민할 정도였다. 하하. 그만큼 승부에 대한 집념이 넘쳤다. 비단 삼일이 형뿐만 아니라 저희 모두 그랬다”고 기억했다.
임형묵 선수는 “결코 절대강자가 없는 물고물리는 판이었다. 나중엔 치열한 경쟁관계 속에서 먹이사슬까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네명 중 ‘막내’인 박인수 선수는 “당시 많은 분들에게 ‘잘친다’는 소릴 들었지만, 결코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워낙 상대들이 쟁쟁했다”면서 “살벌함을 넘어 무서운 승부의 세계에서 세 형들은 유독 정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돌고돌아 만난 4명…뭉친지 1달만에 전국 우승
이렇게 치열한 ‘큐싸움’을 벌이던 이들이 훗날 서울당구연맹 선수로 다시 만났다. 2004년 서삼일 선수를 기점으로 정성윤(2005년) 임형묵(2008년) 선수가 차례로 서울연맹에 둥지를 틀었다.
세 선수는 금방 친해졌다. 서 선수는 “동생들이 다소 고지식한 저를 잘 따라줬기 때문”이라며 “함께 대회에 나가 식사하고 서로 속내를 터놓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성윤, 임형묵 두 동생은 데뷔와 동시에 두각을 나타냈다. 정 선수는 2006년 전국대회 3위, 임 선수는 데뷔 석달만에 전국대회 준우승을 거둔다.
이 가운데 박인수 만이 경기당구연맹 소속으로 뛰었다. 그는 2010년대 초반까지 전국대회에서 수차례 입상하며 ‘신흥강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2012년, 그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운영하던 클럽(PBC‧박인수빌리어드클럽)에 집중하기로 결심하고 선수생활을 접는다.
그러던 2017년, 서삼일‧정성윤‧임형묵이 고경남 선수와 ‘서울77’팀을 꾸렸다. 지난해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부터 전국대회에도 출전했고, 12월 ‘강진청자배’에선 공동3위란 좋은 성적도 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고경남 선수가 개인 사정으로 팀에서 빠지며 전력보강이 절실해졌다. 그때 박인수가 서울당구연맹 문을 두드렸다. 클럽을 처분하고 6년만에 선수로 복귀한 것이다. 형들은 동생을 환영했고, 이렇게 현재 ‘서울77’팀이 꾸려졌다.
그리고 서‧정‧임‧박 팀은 한달여 만에 올해 첫 전국대회인 ‘포천 전국당구선수권’ 공동3위에 이어 최근 ‘인제 오미자배’ 우승컵을 들었다.
인제 오미자배 우승직후 시상식에서 상패와 상장을 들고 기념촬영 중인 서울77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스포츠의 세계. 그 안에서 승부를 즐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서울77팀 서‧정‧임‧박 선수는 “저희는 단체전만큼은 즐기면서 치른다”고 했다.
서삼일 선수는 “팀 경기는 팀원간 호흡이 중요하다. 승리에 집착하면 자칫 팀웍이 깨질 우려가 있다”면서 “그래서 동생들에게 ‘우리는 (승부를)즐기자’고 강조했고, 다행히 동생들이 이를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덕분에 막내 박인수 선수는 “팀의 즐거운 분위기 덕에 오랜만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하다. 오랜만에 만난 형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이번 ‘인제 오미자배’ 개인전에서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들은 후원사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않았다. “용품뿐 아니라 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치빌리아드 김종율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어엿한 단체전 전국구 강호가 된 서울77팀. 다른 팀들의 강한 견제가 예상됨은 물론이다. 네 선수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제 우승의 영광은 빨리 잊어야 합니다. 대신 저희의 즐기는 당구는 계속 돼야죠. 4총사의 선전을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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