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LPBA준우승’ 용현지 “2년동안 당구일기까지 쓰며 정말 노력했다”

추석 ‘TS샴푸배 LPBA챔피언십’서 김세연에 져 2위
“군복무 (조)명우오빠가 잘했다고 한마디 해주던데요”
최근 2차드래프트선 TS샴푸히어로즈 지명받아…‘겹경사’
연맹때 스롱피아비에 4번 져 준우승…꼭 이겨보고 싶다
“팀리그는 꿈꾸던 무대…김종원 주장과 혼합복식 기대”

  • 최경서
  • 기사입력:2021.10.10 09:19:13
  • 최종수정:2021.10.14 14:44:25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959445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용현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활짝 웃을 땐 영락없는 스물한살 앳된 모습이다. 그러나 경기할 땐 매서운 눈매의 승부사로 변신한다. 지난시즌(20-21) LPBA투어 3차전부터 와일드카드로 출전, 다섯 번째 대회만인 TS샴푸 LPBA챔피언십서 준우승한 용현지(21·TS샴푸히어로즈) 얘기다.

최근에는 팀리그 2차 드래프트에서 TS샴푸히어로즈 선수가 됐다. LPBA 진출 10개월만에 맞은 겹경사다.

기대를 받고 프로무대에 도전장을 냈지만 출발은 좋지않았다. 첫 두 대회에선 모두 첫판(128) 탈락했다. ‘강호들의 무덤’인 서바이벌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후 64강에 두 번 진출한 후 올 추석연휴에 열린 TS샴푸배에서 결승까지 올랐다.

12살 때 아버지 따라 당구장에 갔다가 처음 큐를 잡았고, 중학교 2학년이던 2015년 선수로 등록했다. 이후 대한당구연맹 주최 국내외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LPBA 선수가 됐다. 차세대 LPBA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용현지를 지난 6일 서울 길동 DS빌리어드에서 만났다. 이곳은 용현지가 선배 김민아(NH농협카드그린포스)와 함께 연습하는 구장이다.

959445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용현지가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TS샴푸 LPBA챔피언십 끝난지 2주 가량 됐다. 대회 종료 후 어떻게 지냈나.

=대회 마친 다음 날부터 바로 몸살을 앓았다. 뒷풀이를 하고 싶었는데 긴장이 풀리니 온몸이 아프더라. 이틀 동안 잠만 잤다. 그 뒤로는 엄마랑 1박2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또 고마운분들 찾아뵙고 인사도 드렸다. 그렇게 일주일은 아예 당구를 내려놨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푹 쉬자고 생각했다.

▲결승전 때 많이 긴장하던 모습이던데.

=주변에서는 제 당구 스타일이 시원시원하고 어린데도 긴장을 하나도 안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긴장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너무 긴장해서 앞이 새하얗게 보일 정도다. 숨도 안 쉬어지는 기분이다. (웃음) 첫 결승전이었던 것도 있고, 사실 대회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결승전 내내 심호흡을 수시로 하면서 흔들리지 않으려고 마인드컨트롤 했다.

▲결승 상대가 ‘디펜딩챔피언’ 김세연이었던 점도 영향을 끼쳤나.

=그렇지는 않다. 원래 상대가 누군지 신경을 안쓴다. 경기시간 정도만 확인하는 편이다. 누구를 만나든 내 공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한다.

▲결승전에서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정도면 멘탈이 흔들렸을 법도 한데.

=결승전뿐 아니라, 대회 전체적으로 아쉽게 빠진 경우가 과할 정도로 많았다. 한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너무 많다 보니 저 스스로 의심하게 되고 힘도 빠지더라. 그래서 마음가짐을 바꿨다. 아쉽게 빗나가면 그만큼 운좋게 맞는 경우도 있을거라고. 그 뒤로는 연연하지 않게 됐다.

▲스롱피아비와 대결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만나지 못했다. (스롱피아비는 8강에서 김세연에 패해 탈락)

=모든 선수 중에 유일하게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은 선수다. 당구연맹 선수로 뛸 때 결승에 4번 올라갔는데(2019 대한당구연맹 슈퍼컵,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 2019 대한체육회장배, 2019 철원오대쌀배) 4번 모두 피아비 선수에게 졌다. 한번쯤은 꼭 이겨보고 싶은 상대다. 지든 이기든 현재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도 해보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

959445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용현지가 스트로크를 준비하고 있다.
▲자신감이 상당하다.

=자신감이라기 보다 내 자신에 대한 기대에 가깝다고 할까. 2년 동안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스트로크, 두께, 회전 등으로 나눠 플랜을 짜고 그대로 지키려고 했다. 시간이 나면 시스템 공부도 틈틈이 하고. 훈련을 마친 뒤엔 당구일기를 썼다. 오늘 어떤 연습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등을 적었다.

▲LPBA 대회 5번째 출전 만에 결승까지 진출했다. 당초 목표는 어디까지였나.

=우승, 준우승이 아니고 적어도 세트제(LPBA는 16강부터)까지 가보자였다. 그 동안 최고 성적이 64강이었기 때문에 서바이벌 경기만 했지 세트제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목표는 딱히 없었고, 언제 탈락하든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4강까지 가니 욕심이 생기더라. 두 번만 더 이기면 우승이지 않나. 하하.

▲서바이벌에 대해서는 적응을 마쳤다고 봐도 되나.

=하하. 절대 아니다. 아직도 서바이벌은 어렵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4명이 경기하다 보니 포지션 플레이 등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서바이벌은 운영도 운영이지만 결국 뒷일 생각 안하고 내 공에만 집중하면서 공격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TS샴푸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백민주(크라운해태라온) 선수와의 16강전 역전승(2:1승)이다. 목표였던 세트제 첫 경기였기도 하다. 결승전에선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우승 못해서가 아니라 기회가 많았는데 매번 놓쳤다. 그 기회를 못 잡은 게 많이 아쉬웠다. 제 단점 중 하나다. 공격적인 스타일인 만큼 시원시원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 너무 시원시원한 나머지 섬세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하.

959445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사진설명`뱅크의 신` 용현지가 뱅크샷을 시도하고 있다.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 많은데, 마음에 드는 별명은.

=‘뱅신’(뱅크의 신)이다. 약간 비속어처럼 들리지만. 하하. 나는 내가 뱅크샷을 잘 치는 줄 몰랐다. 주변에서 말해줘서 알았다. 선수들이 직접 찾아와 뱅크샷 가르쳐달라고 하기도 한다. ‘용지’(용현지)도 마음에 든다. 과거 한지은(국내여자3쿠션2위·성남)과 같은 소속(파이브앤식스)일 때는 ‘용지한지’로 불리곤 했다.

▲조명우(군복무중·실크로드시앤티)와 사귀는 사이인데 LPBA 준우승 후 (조명우 선수가) 뭐라 하던가.

=명우 오빠가 “잘했어” 한마디 해주더라. 군대도 추석이라 쉬었나보다. 밤 12시까지 TV를 볼 수 있었는데 경기가 딱 그때 끝나서 다 봤다고 하더라. 같은 당구선수이기 때문에 선수 마음을 잘 알지 않나. 못했을 땐 경기 직후에는 별 말을 안 한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본인이 가장 힘든걸 알고 있으니. 그 대신 뒤늦게 잔소리한다. 하하. 명우 오빠는 당구선수로서 나에게 대선배고 존경하는 존재다.

▲최근 팀리그 2차 드래프트에서 TS샴푸히어로즈에 합류했는데.

=꿈이었던 무대다. 득점할 때마다 뒤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동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팀리그에는 못 들어갈 줄 알고 기대도 안했다. (TS샴푸히어로즈 선수가 됐다는)연락이 왔는데 처음엔 믿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말도 안했다. 기사가 나고 지인들에게 축하연락을 받고나서야 실감이 났다.

959445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용현지가 "띠오리 명우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재 TS샴푸히어로즈 팀 상황이 좋지 않은데. (전반기 승점 16으로 최하위인 8위)

=걱정 안된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에 선택해주신 게 아닌가. 그 믿음에 보답하는게 우선이다. 부담 갖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팀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부담을 이겨내고 잘해야 한다. 팀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을 거다. 그걸 보여주는 게 내가 할 일이다.

▲혼합복식 파트너로 함께 하고 싶은 선수는.

=주장이신 김종원 선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굉장히 유쾌하다고 들었다. 아직 뵌 적은 없지만 당구 스타일이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고 계신 만큼 제 부족한 부분도 잘 채워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당구는 언제 시작했나.

=12살(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3년에 당구 매니아인 아버지 따라 당구장을 갔다가 우연히 처음 쳐보게 됐다. 이후 중학교에 입학하고 아버지께서 당구선수를 해보지 않겠냐고 말씀하셔서 가산동 당구아카데미를 다녔다. 처음엔 내가 생각하던 환경과 너무 달라 아버지께 당구 그만둔다고 했다. 그때는 아버지가 욕심을 내셨다. 용돈으로 유혹을 하셨다. 득점할 때마다 천원 씩 주셨다. 하하. 그렇게 당구를 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당구 매력에 빠지게 됐다. 이후 15살(중학교 2학년)때 선수로 등록했다.

959445 기사의 5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용현지가 사용하는 당구용품.
▲당구용품은 어떤 걸 쓰는지.

=큐는 ‘띠오리 명우큐’다. 명우오빠가 쓰던 걸 물려받았다. 팁은 ‘DS’(하드), 초크는 ‘쌩리’ 제품을 쓴다. 나중에는 롱고니 ‘독도’ 큐를 써보고 싶다. 성능은 잘 모르지만, 큐 이름이 독도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앞으로의 목표는.

=우선 10월 말 시작하는 PBA팀리그 후기리그(4~6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 팀이 반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 성적은 앞으로도 신경쓰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당구선수 용현지’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후배 선수들이 나를 롤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경서 MK빌리어드뉴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