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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준우승’ 황봉주 “꾹 참았는데 (허)정한이 형 축하에…”

월드3쿠션그랑프리서 ‘세계1위’야스퍼스에 져 준우승
2007년 당구선수 등록…15년 만에 첫 입상
축구선수-미용사 거친 무명 당구선수…‘뉴스타 탄생’
첫날 김진아에 성(性)대결 패배 후 결승까지 진출
“존경하는 야스퍼스…눈물터져 축하인사도 제대로 못해”
“상금 5000만원? 대출금 갚는데 써야죠”

  • 박상훈
  • 기사입력:2021.07.19 14:37:45
  • 최종수정:2021.07.20 15: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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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황봉주(38·경남당구연맹)가 18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호텔인터불고원주 월드3쿠션그랑프리 2021` 결승전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머리핀 승부사’ 황봉주(38·경남·국내10위)가 선수등록 15년 만에 첫 출전한 국제대회인 ‘월드3쿠션그랑프리’서 첫 입상의 영광을 안았다.

황봉주는 지난 18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호텔인터불고원주 월드3쿠션그랑프리 2021’(이하 월드그랑프리) 결승전서 야스퍼스에 0:3으로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14일간의 긴일정 속에 세계적인 강호들을 연파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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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준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황봉주.
황봉주의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였다. 축구 특기생으로 부산 덕천초-부산진중-경남공고에서 7년간 공을 찼다.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학교를 자퇴하며 축구도 포기했다. 입대 전에는 미용사로 일하기도 했다.

당구선수로는 2007년 부산당구연맹 선수로 등록후 9년간 활동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그만뒀다. 그리고 3년의 공백기를 거쳐 2018년 경남당구연맹에 등록하며 다시 당구선수에 도전했다. 2019년 ‘대한당구연맹회장배’ 8강, 2020년 ‘국토정중앙배’ 8강이 그 동안 황봉주의 개인 최고 성적이다. 2021년 ‘국토정중앙배’에서는 허정한과 3쿠션 복식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황봉주는 국내선발전(경쟁률 16.3:1)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다. 32강-16강-8강-플레이오프를 거쳐 결승까지 총 23경기를 치르며 ‘눈물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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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결승전 경기 후 경남당구연맹 소속 선배 허정한이 황봉주에게 다가가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첫날 김진아와 성대결서 패배…야스퍼스와 결승전으로 마무리

세계 톱랭커들이 총출동한 이번 대회서 황봉주는 초반까지만 해도 눈에 띄지 않았다. 복식 우승 외에는 국내 전국대회 입상경험도 없는 데다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전무해 세계랭킹에도 들지 못했다.

32강 첫날 남녀 성대결서 김진아에 패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우승후보’들을 꺾으며 단숨에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32강서 김행직(2:0)에 완승, 16강서는 브롬달과 무승부, 8강서는 야스퍼스(2:0)를 물리쳤다.

독특한 머리 모양도 당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단발머리에 긴 앞머리를 실핀으로 고정한 채 경기에 나선 황봉주는 ‘머리핀 승부사’ ‘실핀 돌풍’ 등의 별명을 얻으며 대회 종반 화제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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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왼쪽부터)김준태, 김동훈, 딕 야스퍼스, 허정한, 김진아가 황봉주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결승전이 끝난 후 황봉주는 자리에서 머리를 숙인채 감정을 억누르는 듯했다. 같은 경남당구연맹 소속 선배인 허정한과 김동훈 김준태 김진아 등이 다가와 축하인사를 건네며 위로하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우승자 야스퍼스도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했고, 경기장에서는 황봉주를 응원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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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우승자 딕 야스퍼스가 시상식 전 황봉주를 격려하고 있다.
◆“운이 많이 따른 대회…톱랭커들과 경기 좋은 경험”

황봉주는 결승전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밝은 표정으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운이 정말 많이 따라줘 결승까지 갈 수 있었다. 존경하는 야스퍼스를 비롯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선수로서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이 확정된 후 흘린 눈물에 대해서는 “이유를 모르겠다.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사실 어떤 느낌의 눈물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3세트 시작할 때부터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았는데 (허)정한이 형 등 동료들이 다가와 축하해주는데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야스퍼스가 경기 후 ‘좋은 경기였고 너는 좋은 선수다. 나도 매우 힘든 결승전이었고 최선을 다해 경기했다’고 말해줬다”며 “눈물이 터지는 바람에 야스퍼스에게 제대로 축하 인사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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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시상식 후 이어진 단체 기념촬영에서 세미 사이그너(왼쪽)와 야스퍼스가 황봉주를 우승자 단상에 세우고 있다.
시상식 후 이어진 단체 기념촬영에서는 세미 사이그너(터키·11위)와 야스퍼스가 황봉주를 우승 단상으로 불러 세우는 등 유쾌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황봉주는 “(우승 단상에 올라가 보니)잠깐은 좋더라. 하하. 김해에 내려가 다시 평소대로 연습하며 기본 실력을 쌓을 계획이다”라며 “오전엔 혼자 연습하고 오후에는 김해시 장유동 BOB캐롬클럽에서 플레이어로 손님들과 공을 친다”고 전했다.

생애 첫 입상을 국제대회에서 이뤄낸 황봉주는 준우승 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상금은 대출금을 갚는데 써야 할 것 같다”며 “응원해준 가족들과 후원해주신 권오철 한밭 대표님을 비롯한 한밭 식구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황봉주는 한밭 큐 DAMAS-203을 사용 중이다.)

[원주=박상훈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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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지난 2018년 ‘울산당구연맹회장배 영남권 오픈 3쿠션당구대회’ 우승을 차지한 후 울산당구연맹 김영길 회장과 기념촬영 중인 황봉주.(사진=울산당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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