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한 “월드그랑프리 우승 1억원, 기분 좋은 긴장감이죠”
개막 앞두고 인터불고호텔원주서 출전 각오 밝혀
“야스퍼스 브롬달 등 톱랭커 즐비…쉬운 상대 없어”
11살 딸, 7살 아들 둔 아빠…“딸도 포켓볼 선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2016년 후르가다월드컵 우승
“세계랭킹 1위·세계선수권 우승이 목표”
`월드3쿠션그랑프리` 개막 전 연습장에서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당구선수 허정한.지난 겨울 열린 ‘코리아당구그랑프리’에서 맹활약한 허정한(44·경남‧세계19위)이 전세계 3쿠션 톱랭커들이 모이는 ‘월드3쿠션그랑프리(WGP)’에 출사표를 던졌다.
강원도 원주에서 18일까지 열리는 ‘월드3쿠션그랑프리’는 총상금 4억원(우승상금 1억원)으로 UMB주최 대회 중 가장 큰 상금규모를 자랑한다.
때문에 세계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3위)과 허정한 김행직(전남‧세계8위) 최성원(부산시체육회‧세계18위) 등 세계 톱플레이어들이 대거 참가한다. 지난달 28일 월드3쿠션그랑프리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허정한을 원주 인터불고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아직 대회 개막전이라 편한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 후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한 허정한.=‘코로나19’로 대회가 없다 보니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영화도 보고 다른 스포츠 경기도 보면서 선수로서 배울 점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특히 연습이 없을 때는 11살 딸, 7살 아들과 많이 놀아줬다.
▲아이들은 아빠가 유명한 당구선수인 걸 알고 있나.
=동네 주민들이나 학교, 학원에 가면 주변에서 이야기해 줘서 알고 있다. 아이들이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TV에 나와서 1등 하면 정말 좋아한다. 우승 트로피는 또 언제 들고 오냐고 물어보더라.
▲큰딸 (허)서진 양은 포켓 선수로도 활동 중이던데.
=김포당구연맹 선수로 등록해 지난 4월 양구에서 열린 국토정중앙배에 처음 출전했다. 아빠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당구에 관심을 가졌는데, 아직 어리니 진로를 당구로 정했다고 하기는 그렇다.
▲그랑프리 대회 기간은 무려 18일이나 된다. 가족들의 특별한 응원은 없었나.
=끝나고 집에 올 때 트로피 가져오라고 하길래 ‘우승해야 가져오지’라고 했다. 하하. 평소에 응원해주는 가족, 지인들, 팬여러분께 늘 감사한 마음이다. 우승할 때도 있었지만, 경기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린 적도 있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항상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선수로서 경기가 없더라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연습 중 사진촬영을 위해 찍어치기(맛세)를 선보인 허정한. =사실 코리아그랑프리때는 정말 운이 좋았다. 경기 방식은 비슷한 느낌이지만, 이번 대회는 세계 톱랭커들이 다 모이지 않나. 저도 그렇고 모든 선수들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는 기간이 길다보니 어느 때보다 체력이 중요할 거 같은데, 평소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체력은 경기 중 집중력과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당구 외에 따로 하는 운동이나 특별한 건강 관리 방법은 없다. 몸은 어렸을 때부터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그게 신기하게 지금까지 유지되더라. 이제 나이도 있고 관리를 좀 시작해야 하는데 영양제도 안 먹고 버티고 있다. 하하.
허정한은 "2016년 이집트 후루가다3쿠션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을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제가 경험한 UMB 대회 중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우승 욕심이 있는데 성적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오히려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성적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지금은 대회에 도움이 될 정도의 기분 좋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너무 긴장하면 몸이 굳어 방해되지만, 개인적으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했을 땐 몸에 힘이 빠져서 공도 더 잘 칠 수 있다.
▲개인전 C조에서 에디 먹스, 쩐꾸엣찌엔 등 강호들과 대결하게 됐다.
=남자 선수들은 누구 하나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없다. 다른 조 역시 마찬가지다. 제가 잘 치면 이기는 거고 못 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경기가 이어지면 어디서든 다 만나게 될 선수들이라 편하게 마음먹고 있다. 특별히 피하고 싶은 선수도 없다.
▲반대로 결승전에서 꼭 만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평소 경기할 기회가 없는 외국인 선수 중에서 꼽자면 야스퍼스는 만나봤으니 브롬달과 만나고 싶다. 결승전에서 한 번도 못 만나기도 했고 전설적인 선수이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하.
허정한은 "세계랭킹 1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같은 팀을 이룬 선수에게 피해가 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파트너와 좋은 호흡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가 부담 주지 않고, 응원하면서 즐겁게 경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쿵 짝’이 맞는다. 아무래도 개인전보다는 무게감이 덜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던 게 비결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경기든 즐겁게 쳤을 때 결과가 좋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가. 하하.
▲평소에도 즐기면서 경기하는 편인가.
=아무래도 당구선수가 직업이다 보니 편안한 마음만으로는 칠 수 없다. 선수로서 근성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역효과가 난 상황이 많았다. 요즘은 부담을 내려놓고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8 대한당구연맹 전국선수권대회`서 3년4개월만에 우승을 차지한 허정한. 당시 4강전서 조명우, 결승전서 김행직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사진=본사 DB)=여러 가지 장면이 떠오른다. 2006년 당구선수를 시작했을 때 꿈꿨던 것들이 있다. 이후 국내대회 우승, 랭킹1위를 해보고 싶었는데 두 가지를 이뤄냈을 때 정말 기뻤다. 외국에 나가 세계대회에 출전했을 때도 생각난다. 당시엔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지만 세계대회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2016년 이집트 후르가다3쿠션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때가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선수로서의 개인적인 목표와 당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목표 두 가지가 있다. 선수로서는 세계랭킹 1위, 세계선수권 우승을 해보고 싶다. 또 하나는 언젠가 선수로서 당구를 못치게 되는 날이 왔을 때 당구 종목 발전에 힘이 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유소년 육성이나 이번 월드3쿠션그랑프리 같이 좋은 대회를 유치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또 팬들에게 당구를 사랑하는 ‘뼛속까지 당구인’ 허정한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주=박상훈 MK빌리어드뉴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