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개막전 출전 당구해커 “남은 대회 출전? 노코멘트할게요”
‘논란속’ PBA 블루원챔피언십 출전 128강서 마민캄에 패
“처음엔 마음 비웠는데 8:0 되니 혹시? 하다가 안풀려”
모든 대회 출전 밝혔다가 번복…“협의안됐는데 오해”
“PBA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한 것으로도 만족”
“언젠가 가면 벗겠지요…할아버지쯤 되면 하하”
당구치며 음식도 즐기는 ‘해커빌리랜드’ 만드는 게 꿈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당구해커클럽에서 당구해커를 만났다. 약 1시가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PBA 출전 논란에 대한 소회와 당구해커 탄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옹호와 비판이 부딪히는 논란 속에 당구해커는 우여곡절 끝에 개막전에 출전했다. 그의 PBA 첫 상대는 ‘베트남 강호’ 마민캄(신한알파스)이었고, 결과는 128강 첫 판 탈락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8-0까지 앞서 이변이 일어나는듯했다. 하지만 8-0에서 시도한 옆돌리기 회전샷이 실패하면서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후 마민캄에 7점을 허용하는 등 주도권을 내주며 세트스코어 0:2로 패했다.
당구해커는 과거 동호인대회에서 30여 차례 우승한 재야고수 출신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당구장 가면 음료수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형 따라 처음 당구장을 갔단다.
당구해커가 처음 큐를 잡은 것은 중학교 2학년. 친형을 따라 당구장을 간 것이 오늘날의 해커를 만들었다.하지만 최근 PBA 출전 논란으로 심하게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응원 메시지도 있었지만 비판 목소리도 많았다. 이 때문에 당구해커는 출전 번복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팬을 위해 PBA 무대에 섰다.
당구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남은 6개 PBA투어에도 모두 나가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당구해커는 조심스럽게 “확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당구해커클럽에서, PBA 출전 논란 당시 심정 등을 들어봤다.
▲PBA투어에 출전했던 소감은.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훌륭한 선수들 사이에서 나도 하나의 일원으로 대회에 참가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당구해커는 지난 14일 개막한 PBA개막전 블루원챔피언십 128강전서 베트남 강호 마민캄을 상대했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0:2 패배. 사진은 128강 경기를 앞두고 인사하고 있는 당구해커(좌)와 마민캄.=지인이나 팬들로부터 ‘수고했다’ ‘멋있었다’ 등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면 내가 불편해 할까봐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잘 물어보지는 않는다.
▲마민캄과 직접 경기 해보니 어떤가.
=마민캄 선수는 당구해커 방송에서도 경기를 했기 때문에 전력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솔직하게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 해보니 주위 환경에 주눅이 들었다. 내가 방송을 하지만 카메라에 내 얼굴이 크게 나오는 게 익숙하지 않더라. (웃음)
▲1세트 8-0까지 앞서갔는데.
=8점까지는 어찌어찌 해서 맞았다. 8-0이 되니 흥분을 넘어 광분을 했다. 그전까지는 마음 비우고 한번 해보자는 마인드였는데 8-0에서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니 경기가 더 안 풀렸다. 경기 후 집에서 복기해보니 무슨 생각으로 당구를 쳤는지 모를 정도였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8-0에서 옆돌리기를 못 쳤을 때가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내가 준비를 못한 게 아쉽다. 테이블과 공 상태를 확실히 인지하지 못하고 쳤다. 경기 전 3분간 연습 시간을 줬지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마민캄과 경기 중 스트로크 자세를 취하고 있는 당구해커.=이슈가 돼서 부담스러웠다. 머리도 복잡하고 처음에는 상처받아 괜히 나간다고 했나라고 생각했다. 출전을 번복할까도 생각했지만 시청자들이 실망할 것 같아 출전하기로 했다. 주위에서는 응원을 많이 해줬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가면착용, 와일드카드 출전 등이 특히 논란이 됐는데.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흥미로울 수 있지만 선수 분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전에 PBA측에 미리 허락을 구한 것이다. PBA에서는 가면 쓴 ‘당구해커’를 초청한 것이지, 일반 당구인을 초청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딱 그 부분이 논란이 되더라.
▲첫 방송에선 전 시즌 출전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번복했다. 남은 대회에 모두 출전하나.
=첫 방송(6월9일)에서 7개 투어에 나간다고 말했는데 다음날 PBA측에서 아니라고 해 두 번째 방송(6월10일)에서 정정했다. 대회는 스폰서 와일드카드로 나가는 것인데 아직 협의가 안 된 상태였다. 오해가 있었다. 남은 투어 출전은 확답을 못 드리겠다. 노코멘트 하겠다.
당구해커가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시청자들에게 당구치는 법을 알려주려고 방송을 시작했다. 당시 아프리카TV에 당구방송이 있었지만 CCTV 같은 느낌이었고 BJ가 나오는 당구 방송은 없었다. 내가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당구를 알려주면 많이 좋아해 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2평 남짓한 방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우리 당구장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많이 후원해 주신 덕분에 1년 만에 당구장을 차렸다.
▲당구방송 중 가장 인기 있는 방송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가장 많이 보는 방송이다. 아프리카TV 라이브 시청자는 2000~3000명 정도 되고 유튜브 구독자는 7만명이다. 나를 비롯해 ‘당달’ ‘두께’씨 3명의 조합을 팬들이 좋아해 주신다. 연예인 3명을 데리고 와도 이 조합을 못 만든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당구를 잘 치고 예능까지 더해져 좋아해주시는거 같다.
▲가면은 왜 쓰게 됐고, 닉네임은 왜 ‘당구해커’인가
=가면은 영화 ‘브이포벤데타’에 나오는 ‘가이포크스’라는 가면이다. 처음 방송할 때 조금이라도 떨림을 줄이고자 가면을 썼는데 얼굴에 맞는 가면을 찾다보니 가이포크스를 선택하게 됐다. 나에게 잘 어울리기도 했다. 당구해커라는 닉네임은 말 그대로 ‘당구하는 법을 해킹한다고’해서 지었다. ‘가이포크스’가면은 해커들이 많이 쓰는 가면인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당구해커’라고 지었다.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당구해커=계속 가면 쓰고 방송할 예정이지만 언젠가는 가면을 벗을 날이 오지 않을까. 물론 그때는 중년이나 할아버지가 됐을 수도 있다. (웃음)
▲당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2학년 때 당구장 가면 음료수를 준다는 이야기에 형 따라 처음 당구장에 갔다. 처음 4구를 쳤는데 재미가 붙어 고등학교 때까지 꾸준하게 쳤다. 3구는 고등학교 진학 후 본격적으로 했다. 당구 잘 치는 형들이 3구를 치다보니 같이 치게 됐다.
▲동호인 활동도 꽤 했는데, 실력은 어느 정도였는지.
=동호인 중에서는 잘 치는 수준이었다. 20대 초반까지는 꾸준히 당구를 쳤고 본격적으로 생업에 뛰어들면서 잠시 당구를 쉬었다. 그러다 2008년 다시 당구를 시작해 출전한 동호인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이후 30회 정도 더 우승한 것 같다.
▲선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누구보다 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당구 환경이 너무 열악해 미래가 불투명했다. 내가 돈을 벌어야하는 가정형편이었기 때문에 선수를 포기했다. 오히려 동호인 상금이 더 컸다. 만약 지금같은 환경이었으면 선수를 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방송을 하고 있어 선수할 생각은 없다. (웃음)
당구해커의 꿈은 당구인을 위한 해커빌리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 가족 친구끼리 놀러와 당구도 치고 식당, 카페 등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나도 동호인 출신이다 보니 많은 동호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지금도 동호인대회를 자주 열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많이 열 것이다. 특히 7월에는 우승상금 2000만원이 걸린 동호인대회를 개최하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프랜차이즈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동호인대회를 하면 전국에서 동호인들이 서울로 오는데 지방은 멀어서 평일에 참가하지 못하는 동호인들도 있다. 그래서 각 지역에 당구해커클럽을 만들고 거기서 예선을 치르려고 한다.
▲앞으로 목표는.
=나도 당구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 PBA에 출전하고 나서 잠재돼 있던 피가 끊었다. 하지만 나는 가야할 길이 있다. 꿈이자 최종 목표는 당구인을 위한 ‘해커빌리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테마파크 같은 개념으로 가족 친구끼리 와서 당구도 치고 식당, 카페 등에서 음식을 먹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상민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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