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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폰서 회사 의류 권장’ PBA의 이상한 복장규정

  • 기사입력:2020.06.19 17:32:29
  • 최종수정:2020.06.20 13: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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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프로당구PBA가 20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로운 복장규정을 발표했다. 복장규정 개정은 선수 가슴왼쪽에 PBA후원사패치를 부착하게 하는 등 출범 1년만에 기업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 지난시즌 PBA가 권장한 골프웨어 착용을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불가한 것, 그리고 주요스포츠 단체에서 사례가 없는 후원사 브랜드 착용 권장 등이 명시돼있어 의아함을 자아낸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열린 PBA4차전 개막식 전경.
PBA(프로당구협회·총재 김영수)가 최근 오는 7월6일 개막전(SK렌터카챔피언십)을 앞두고 2020-21시즌 복장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가슴왼쪽에 PBA후원사 패치를 달게하는 등 상하의 모두에 패치 크기와 위치를 정했다. 지난 시즌(2019-20) 다소 산만했던 패치 규정이 깔끔하게 정비된 것이다. 무엇보다 PBA대회 스폰서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PBA가 출범 1년만에 기업과 교감하는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는 반증이다.

대회 개최나 팀리그에 참여하는 PBA스폰서는 신한금융투자, 웰컴저축은행, TS샴푸, JDX, SK렌터카, 크라운해태, 블루원리조트까지 7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그 동안 당구와 무관했다. 그러나 PBA 출범을 계기로 당구와 인연을 맺었다. 당구발전을 위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새 복장규정 중에 다소 의아한 부분이 눈에 띈다. ‘전문 골프웨어 브랜드 의류 및 골프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들어간 의류, 아웃도어, 등산복 착용은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또한 ‘PBA공식 의류후원사로 선정된 JDX 스포츠 브랜드 착용을 권장한다’고 명시했다.

말하자면 당구대회에서 골프웨어나 등산복 등을 입지말고 가급적이면 후원사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PBA 경기는 상당수가 TV로 중계된다. 따라서 당구경기에 골프웨어 등 다른 스포츠옷을 입지말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선수들 생각은 다르다. 지난시즌 PBA가 골프웨어 입기를 권장해서 따로 골프웨어를 2~3벌씩 장만한 선수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 시즌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갑자기 골프웨어 등을 입지못하게 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골프웨어를 입어도 얼마든지 패치 등을 통해 브랜드를 감출 수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후원사 브랜드 착용을 권장한 대목은 다른 스포츠에는 ‘없던 일’이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국내 주요 스포츠단체중 유니폼과 복장에서 스폰서 제품 사용을 권장한 사례는 전무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협회는 물론 개인스포츠인 프로골프협회(KPGA)나 프로볼링협회(KPBA)도 마찬가지다. 이들 스포츠단체는 대부분 ‘단정하고 선수 품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의 복장착용 자율성을 중시하고 있다.

PBA와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프로골프협회는 현재 ‘까스텔바작’과 ‘비티알’(BTR)을 공식 의류후원사로 두고 있다. 그럼에도 선수들에게 단정한 복장착용을 권고할 뿐이다.

프로골프협회 관계자는 “골프선수들은 모두 개인이 기업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선수별 후원사도 모두 다를뿐더러 복장에 대한 개별 선택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협회에서는 특정브랜드 착용을 권장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PBA선수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한당구선수협의회 임정완 회장은 “선수의 복장 선택은 단정한 차림을 지키는 선에서 보장받아야 마땅하다”며 “골프웨어 착용불가와 JDX 복장 권장 방침에 대해 설명해줄 것을 PBA에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1부투어 선수인 A는 “새 시즌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복장규정을 개정, 선수의 복장선택 폭을 급격히 줄인 것은 불만스러운 부분”이라며 “권장한대로 후원사 의류를 구매해야 하나 고민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PBA는 후원사 의류 착용은 ‘권장’이기 때문에 선수 선택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PBA 김영진 사무총장은 “규정에 명시돼있지만 후원사 복장 착용은 의무가 아닌 권장일 뿐”이라며 “후원사 홍보 책임이 있는 협회가 복장착용을 권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어 “이번 복장규정 개정은 선수들이 PBA서 보다 좋은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지길 바라는 차원”이라며 “선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골프웨어는 패치로 브랜드를 가리면 허용하는 등 탄력적으로 규정을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BA는 출범 1년만에 인기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거기에는 스폰서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앞으로도 PBA와 스폰서는 협력적 관계로 당구발전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번 복장 규정의 일부 내용은 왠지 ‘과유불급’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dabinnett@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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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다빈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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