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정경섭 김남수 박한기, PBA달군 ‘언더독 반란’
[2019~20 PBA결산]②“아빠 직업은 프로당구선수” 자존감↑
‘준우승2회’ 강민구 ‘대리기사’출신 정경섭 뉴스타 반열로
‘동호인 출신’ 김남수 박한기 PBA 왕중왕전 티켓
이번시즌 PBA 7차례 대회에는 총 7명의 우승자가 나왔다. 그만큼 강호들의 절대우위가 없어지며 그간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부상했다. PBA "언더독의 반란"으로 꼽히는 강민구 정경섭 김남수 박한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시즌에는 7개대회서 총 7명의 우승자가 나왔다.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신정주, 최원준, 프레드릭 쿠드롱, 다비드 마르티네스, 강동궁, 김병호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들 우승자 외에도 ‘언더독의 반란’은 PBA 무대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또다른 요인이었다.
아울러 대기업 후원 등을 통해 달라진 당구에 대한 이미지는 당구선수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늘어난 상금은 직업인으로서 당구선수 가능성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2019-20시즌 PBA투어’를 3회에 걸쳐 되돌아본다. 이번에는 ①PBA 한시즌만에 당구판 뒤집었다에 이은 두 번째로 ‘언더독 반란, 직업으로서 당구선수’편이다.
강민구는 지난 2017년 청주3쿠션월드컵 당시 32강에 진출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전국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PBA서 2차례 준우승하며 "최고스타" 반열에 올랐다. 총 7차례 대회를 치른 이번 시즌 우승자는 총 7명이다. 2연속 우승은 물론이고 2회우승도 없다.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과 강동궁도 각각 3, 6차전서 한 번씩만 우승컵을 들었다.
강호들의 ‘절대우위’가 없어지자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명함을 내밀었다. ‘언더독의 반란’인 셈이다. 우승자를 제외하고는 강민구 정경섭 엄상필 김남수 박한기 등이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첫 시즌만에 PBA 상위권에 올랐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강민구다. 그는 이번 시즌 준우승 2회(1차‧4차)로 PBA랭킹 8위(상금 8위 8150만원)를 기록하고 있다. 1차전 결승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에 아깝게 3:4로 패했고, 4차전 결승에서는 쿠드롱에 져 고배를 마셨다.
강민구가 당구팬에 이름 석자를 알린 것은 지난 2017년 청주3쿠션월드컵때다. 강민구는 1차예선(PPPQ)부터 4차예선(Q)을 거쳐 32강 본선까지 진출했다. (당시 대회 준우승자인 루피 세넷(터키)에 막혀 16강에는 오르지못했다.)
이후 전국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PBA 출범 전 전국랭킹은 32위(당구연맹)였다. 그러나 강민구는 PBA출범과 동시에 훌륭한 성적으로 ‘최고 스타’ 반열에 떠올랐다.
강민구는 "뱅크샷 2점제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게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라며 “뱅크샷이 효과를 보니 시즌 전반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출신 정경섭은 PBA출범으로 당구인생 최대 반전을 이룬 선수다. 2009년 당구선수가 된 그는 뚜렷한 성적이 없어 PBA트라이아웃에 도전했으나 탈락했다. 그는 ‘겨우’ 예비순위를 통해 프로당수선수가 됐다.
하지만 1차전부터 8강에 진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3차전 준우승, 6차전 4강 등 시즌내내 맹활약했다. 꾸준한 활약 덕분에 정경섭은 PBA랭킹 10위(상금10위 5000만원)에 올랐다.
"대구 출신 재야고수" 박한기는 PBA출범을 통해 선수데뷔했다. 이후 PBA에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상금랭킹 27위에 오르며 코로나19로 취소된 PBA파이널 진출 티켓도 거머쥐었다. 경기도 구리출신 김남수는 초반 부진을 딛고 4강 1회(3차전) 32강 2회(5, 6차전)를 기록하며PBA랭킹 18위(상금 공동 18위 1400만원)에 올랐다.
동호인 무대에서 ‘재야고수’로 꼽혔던 박한기(28위)도 2차전 16강 진출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5‧6차전에서도 2대회 연속 16강에 오르며 탄탄한 실력을 증명했다.
두 선수는 특히 쟁쟁한 선수를 물리치고 (비록 코로나19로 취소됐지만) 단 32명만 출전할 수 있는 PBA파이널 티켓을 따기도 했다.
PBA남도열 경기위원장은 “강민구 정경섭 엄상필은 실력이 있음에도 그간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동호인 출신인 김남수와 박한기는 PBA 무대에서 숨겨진 실력을 발휘했다”며 “이 선수들의 활약은 기존 강호들과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빠는 프로당구선수” 자존감 높아지고 직업으로서 ‘당당’
“대기업 후원, 경기장 분위기 등 진정한 프로당구 선수로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PBA 6차투어에서 나란히 우승한 강동궁과 김가영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PBA는 출범 이후 당구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당구의 맛을 선보였다면 주인공인 선수들에게는 당구선수로서의 ‘자존감’과 ‘직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심어주었다.
PBA 선수들은 이제 ‘프로당구선수 ㅇㅇㅇ’라는 명함을 들고다니며 어디가서든 당당히 프로당구선수임을 밝힌다.
1부투어에서 활약하는 한 선수는 “아이들에게 아빠 직업이 프로당구선수라고 할 수 있어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는 PBA 출범후 이름만 대도 알만한 대기업과 금융기업이 프로당구 후원에 나서고 TV와 신문 등 대대적인 미디어 노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통해 과거 부정적이던 당구에 대한 이미지도 바뀌고 당구가 인기있는 프로스포츠로 변신한 것.
2차전 우승자 신정주(신한금융투자)는 “당구선수로 활동하며 대기업 후원을 받고 TV광고에도 출연해 놀랍다”며 “PBA를 통해 당구선수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아울러 PBA 상금(우승 1억원, 총상금 2억5000만원 등)이 크게 늘어나면서 선수들이 프로당구선수를 직업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시즌 상금랭킹 1위 마르티네스(1억 5050만원 )를 비롯 7명이 억대상금을 기록했다. 또한 랭킹 10위 5000만원, 30위 1150만원, 50위 6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물론 아직도 하위권 상금(64강 100만원, 32강 150만원, 16강 150만원)은 만족할 만한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선수들에게 ‘당구에 올인할’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번시즌 PBA랭킹 10위에 오른 정경섭은 활약의 비결로 "가족을 포함 주변 지인들의 응원"을 꼽았다. 그만큼 PBA는 선수들에게 당구선수란 자존감과 직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심어주었다. 정경섭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PBA선수 명함을 들고 사진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정경섭) SBS스포츠 임윤수 해설위원은 “상금 확대와 더불어 PBA를 통해 일반인들이 당구선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며 “이는 당구선수들에게 더없는 자산”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들에게도 많은 동기부여가 되고 이를 통해 한국당구계에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dabinnett@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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