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당구 두 열차’ KBF와 PBA는 왜 손을 잡았을까?
프로당구 출범 후 1년 넘게 갈등하다 전격합의
KBF, 전국대회 출전선수 60% 급감‧ 방송중계도 외면
PBA, 흥행과 재미 높였지만 ‘빅네임’ 아쉬워 ‘2% 부족’
“이제 시작” 내부 의견수렴 과정 등 난제 많아
지난 25일 이뤄진 대한당구연맹(KBF·회장 남삼현)과 프로당구협회(PBA·총재 김영수)간 ‘프로-아마당구’ 상생 합의는 전격적이었다. ‘마주 달리는 두 열차‘ 같던 KBF와 PBA가 갑자기 손을 잡은 이유는 뭘까. 두 단체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두 단체는 프로당구PBA가 출범한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갈등을 빚어왔다. 한국당구 발전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손을 잡으라는 당구팬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KBF-PBA는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한국당구 발전 △프로-아마당구 상생 등을 골자로 한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합의에 따라 앞으로 KBF는 PBA가 프로투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PBA는 KBF의 아마추어 사업을 돕기로 했다. 아울러 상호 협의기구(상생위원회)를 발족, 후속작업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그렇다면, ‘마주 달리는 두 열차‘ 같던 KBF와 PBA가 갑자기 손을 잡은 이유는 뭘까. 두 단체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먼저 KBF는 선수부족을 겪고 있다. 선수들이 대거 PBA로 옮겨가면서 전국대회 참가자수(3쿠션)가 무려 60%나 줄었다. 지난해 5월 양구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대회’ 3쿠션 개인전 출전선수는 143명(남 126명, 여17명)에 불과했다. 이는 1년 전 391명보다 무려 63%(220명)나 줄어든 것이다. 특히 여자부는 45명에서 17명으로 급감, 웬만하면 톱10에 들 정도다.
또한 방송중계마저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8개 KBF 전국대회 중 TV중계된 대회는 고작 3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못했다. 당구연맹을 후원하고 있는 타이틀 스폰서에게서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BA도 부족한 2%를 채워야 했다. PBA는 지난해 6월 1차투어를 시작으로 모두 7번의 투어를 마쳤다. 서바이벌과 세트제, 뱅크샷2점제 등 새 방식으로 치러진 경기는 한결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쳤다.
자체 빌리어즈TV 외에 공중파까지 생중계함으로써 대대적인 미디어노출 효과를 봤다. 여기에 ‘언더독’ 김병호의 7차전 역전 우승 등 극적인 승부가 속출하면서 한 시즌만에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럼에도 ‘빅네임’이 적었다. PBA 선수 중 세계 대회 정상에 올랐던 ‘월드클래스’는 프레드릭 쿠드롱, 강동궁, 하비에르 팔라존,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등이 꼽힌다.
‘더 큰판’을 원하는 PBA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타이틀 스폰서 확보에 적잖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두 단체는 KBF가 올해부터 실시할 예정인 ‘승강제 클럽리그제’에서도 협력할 여지가 많다.
결국 KBF와 PBA가 ‘한국당구 발전’과 ‘프로-아마 당구 상생’을 위해 전격적으로 손을 잡은 것은 이러한 사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25일 서울 임페리얼호텔에서 열린 대한당구연맹-프로당구협회의 "당구 종목의 공동발전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한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과 PBA 김영수 총재 등 단체 관계자들이 협약식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두 단체는 ‘상생위원회’를 발족해 단체간 대회 일정을 협의하고 선수등록 및 관련규정을 정비, 선수들의 양쪽 대회 출전권을 폭넓게 허용할 방침이다. 또한 KBF 와 PBA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는 ‘한국오픈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가장 관심사항인 선수들의 대회 출전과 관련해서는 PBA선수는 KBF대회(UMB랭킹에 반영되는 전국당구선수권은 제외)에, 반대로 KBF선수는 PBA대회에 와일드카드 형식으로 출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대한당구연맹 나근주 사무처장은 “상생위원회를 통해 많은 일들을 PBA와 협의할 계획이다. 대회 일정, 대회 시스템 재정비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가 결실을 맺기까지는 넘어야할 난제가 많다. 당구연맹의 경우 산하 시도연맹의 전폭적인 협조와 이사회, 대의원총회의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예산권을 쥐고 있는 대한체육회 동의도 필요하다.
PBA 역시 스케줄 조정과 세부 규정을 손봐야 한다.
UMB(세계캐롬연맹)와의 조율도 숙제다. UMB는 PBA 선수에 대해 ‘이중등록’이라며 3쿠션월드컵 등 UMB대회 출전을 불허하고 있다. 이는 KBF와 PBA 합의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samir_@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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