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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과 축구선수 꿈꾸던 소년, PBA챌린지투어 챔피언 되다

소재승, 챌린지투어 개막전서 316대1 뚫고 정상
동호인 27년만에 첫 우승 “가문의 영광이라네요. 하하”
“우승하고 집에 가니 두 아들이 말없이 꼭 안아주대요”
대림초 3학년부터 축구선수…허리부상으로 대학때 그만둬
프로당구선수 꿈꾸며 미용제품 영업과 대회 준비 병행
“힘들거나 기쁠 때 항상 곁에 있어준 아내 고맙고 사랑해”

  • 기사입력:2020.11.21 08:59:46
  • 최종수정:2020.11.21 09: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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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헬릭스 PBA챌린지투어 20-21 개막전’ 초대 우승자 소재승이 우승컵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PBA)
[MK빌리어드뉴스 박상훈 기자] “동호인 27년만에 대회 우승은 처음입니다. TV방송에도 나오고, 가족들이 ‘가문의 영광’이라며 난리가 났어요. 하하”

19일 막을 내린 PBA챌린지투어(3부) 개막전에서 316:1을 뚫고 정상에 오른 소재승(44)의 우승 소감이다. 전북 남원 출신인 소재승은 3살 때 서울로 올라와 대림초등학교 3학년에 축구선수가 됐다. 전 국가대표 안정환이 그의 초등학교 1년 선배다. 그러나 고등학생 때 잦은 허리 통증은 세 번의 수술로 이어졌고, 결국 대학교(배재대) 3학년 때 선수를 그만뒀다. 이후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축구교실 등에서 강사로 일했다.

10년 전부터 축구와 관련없는 미용 제품회사 영업직으로 근무하다 챌린지투어에 도전하게 됐다. 당구와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 2학년때다. 허리통증으로 축구를 잠시 쉴 때마다 취미로 접한 당구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겼고, 1년만에 4구 400점을 기록했다. 이후 27년째 당구를 사랑하는 동호인으로 활동 중이다. 결승전 다음날인 20일 서울 영등포구 퍼스트캐롬클럽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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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소재승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퍼스트캐롬클럽에서 진행된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챌린지투어 우승 축하한다. 첫 우승인데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겠다.

=어제 경기 끝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축하전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굉장히 많이 온다. 저도 기쁘지만 가족, 지인들이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다. 정말 뿌듯하다.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작은아버지부터 처제까지 온가족이 ‘가문의 영광’이라고 난리가 났다. 아버지와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다들 큰 내색은 하지 않지만 기뻐하고 있다. 아내는 경기 보는 내내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가족끼리 방송 보면서 공 하나 맞으면 환호성을 질렀다고 하더라.

▲두 아들도 체육학교에 다닌다고.

=맞다. 아내도 사회체육과를 졸업해 온 가족이 체육인이다. 두 아들은 서울체육중학교에서 유도를 배우고 있다. 첫째 소원이는 3학년, 둘째 소율이는 1학년이다. 경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말없이 달려와 꼭 안아주더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 몰려와 뭉클해지더라.

▲가족들에게 특별히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우승 직후 정신 없어서 방송에서 아내 이야기를 못해 너무 미안했다. 힘들거나 기쁠 때 항상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 또 아버지가 혼자 되신 지 오래됐다. 결혼하고 16년 동안 시아버지 모시면서 힘든 내색도 없다. 아버지도 “세상에 이런 며느리 없다”고 하신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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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우승 다음 날 만난 소재승은 온 가족이 `가문의 영광`이라고 기뻐한다며 인터뷰 내내 밝은 웃음을 지었다.
▲원래 꿈이 당구선수였나.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였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축구선수 생활을 했다. 서울대림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1년 선배 안정환 선수와 같이 공을 찼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부터 허리가 안 좋아졌다. 수술도 세 번이나 했다. 대학교 3학년까지 선수생활하다 그만뒀다. 그 뒤에는 초등학교 방과후학교나 축구교실에서 강사로 일하다 10년 전부터 미용제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아모스 영업일을 하고 있다.

▲당구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쳤는데 정말 재밌더라. 고3 때 400점까지 쳤다. 취미로 즐겼지만, 당구를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열정적으로 쳤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뜸해졌지만, 동호인으로 꾸준히 당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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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헬릭스 PBA챌린지투어` 우승자 소재승이 PBA투어 공인구 헬릭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챌린지투어는 어떤 계기로 출전했나.

=지난해 PBA출범 소식을 듣고 대회를 방송을 통해 보긴 했지만, 생업으로 바쁘기도 하고 동호인이 참가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이번에 아는 동생이 챌린지투어 소식을 알려줘 프로 선수를 꿈꾸며 참가하게 됐다.

▲대회 준비는.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일과 대회준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 날 때마다 당구장에 가서 연습했고, 대회 시작 일주일 전부터는 하루에 5시간씩 연습했다. 영업일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 다니긴 하는데 이번 대회 앞두고는 주로 서울 신길동 퍼스트캐롬당구장에서 연습했다. 집이 관악구라서 가깝기도 하고, 클럽 사장님이 제작하는 큐(오딘·odin)도 제공해주시고 후원해주셔서 편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곳이다.

▲방송 경기가 처음인데 부담은 없었나.

=결정적인 순간에 떨렸지만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정신력이 남들보다 강한 편이다. 하하. 방송보다는 예선부터 본선까지 성적이 좋다 보니 주변에서 기대가 컸는데, 그게 오히려 부담이 되긴 했다.

▲결승에서 3세트까지 1:2로 지다가 4, 5세트를 따내 3:2로 승리했다. 2세트에서는 17연속 공타도 있었는데.

=4강전을 완승해 들뜨기도 했고, 운좋게 결승전 1세트를 편안하게 따내 2세트도 괜찮겠다 생각하고 잠시 자만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질 거라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하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해야겠다 생각했고, 상대도 긴장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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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지난 19일 PBA챌린지투어 4강전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 중인 소재승.
▲가장 자신있는 샷은.

=파워풀하고 시원시원하게 칠 수 있는 뒤돌리기를 가장 좋아한다. 1점제에 익숙하다 보니 뱅크샷이 아직 부족한데 다음 경기엔 더 보완해 나가려고 한다.

▲좋아하는 당구선수를 꼽자면.

=PBA1부투어와 팀리그에서 활약 중인 최원준 선수를 좋아한다. 공을 시원시원하게 치고 경기 내용도 좋더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쳐야겠다’ 생각도 들고, 나중에 1부투어에서 만나면 영광스러울거 같다. 하하.

▲앞으로의 목표는.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우승했다고 거만해지지 않고 더 열심히 연습하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챌린지투어도 열심히 해서 꼭 드림투어, 1부투어로 올라가 당당한 ‘프로당구선수’가 되고 싶다. [hoonp777@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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