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상견례 성격의 첫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당선 축하도 받은 것이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상 간 첫 통화가 역대 정부보다 늦어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인사를 한 지 5시간 만에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분주한 정치·외교 일정 탓에 통화가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과 워싱턴 간 시차로 인해 안정적인 통화가 가능한 시간대가 많지 않은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5일 오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그 전에는 상·하원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이 잡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5일에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이 있었다.
다만 일각에선 대선에 앞서 친중국 논란이 불거졌던 이 대통령에 대해 백악관 내 일부 강경파가 일부러 통화를 서두르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첫 관문은 넘었지만 이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미국과 힘든 협상을 해나가야 하는 힘든 형국이다. 당장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관세 유예 기간이 오는 7월 8일에 종료된다. 그 전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집권 1기 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칠게 몰아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도 '안보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방 당국자들은 최근 주한미군 병력 규모 조정과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종전보다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며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한미 양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말 중간선거 전에 미·북 관계에서 외교적 성과를 내려고 서두를 가능성을 경계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한국 패싱'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 역시 한미 간 안정적인 원자력 분야 협력을 위해 정리해야 할 장애물이다. 또 미국 재무부는 5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경상수지 흑자가 기준치 이상으로 과도하다는 이유로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향후 관세 협상 등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2023년 11월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으나 지난해 11월 1년 만에 다시 포함됐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새 정부에 대해) 아직 의심이 상당하고, 중국은 이런 현실을 기회 요인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미동맹이 한국 대외 정책의 근간이 돼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변칙 플레이'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의 압박에 대한 대책을 놓고 고심 중인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너무 조급하게 미국과의 협상을 타결하려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 정부가 다른 국가의 대미 협상 흐름과 미국 국내 정치 상황 등을 보면서 좌표를 정하면 된다는 신중론을 폈다. 그는 "한국은 '이제 막 출범한 정부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상황 논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금명간 대미특사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미특사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역대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부분 대미특사단을 파견했다.
이재명 정부 대미특사단 단장으로는 이 대통령 후보 시절에 외교·안보 정책자문 역할을 맡아온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조현 전 외교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조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과 유엔대사를 역임한 미국통이다. 위성락 안보실장의 외무고시 동기이기도 하다. 정치권 중량급 인사 중에선 더불어민주당에서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5선 정성호 의원도 후보로 꼽힌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성훈 기자 / 오수현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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