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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앓고 있다는 ‘만성 정맥부전’...방치할 경우 치명적

혈액이 다리서 심장으로 못올라가 퉁퉁 붓고 종아리 뻐근한 증상 밤에는 저릿한 통증에 시달려 더운 여름에 더 괴로운 질환 압박스타킹 착용·스탠트 시술도

  • 심희진
  • 기사입력:2025.07.18 14:03:09
  • 최종수정:2025-07-18 16: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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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이 다리서 심장으로 못올라가
퉁퉁 붓고 종아리 뻐근한 증상
밤에는 저릿한 통증에 시달려
더운 여름에 더 괴로운 질환
압박스타킹 착용·스탠트 시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성 정맥부전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멍들어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 [사진출처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성 정맥부전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멍들어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 [사진출처 연합뉴스]

73세 이 모 씨는 몇달 전부터 다리가 자주 붓고 종아리가 뻐근하게 아팠다. 오래 서있거나 많이 걸은 날이면 증상이 심해졌고 밤에는 저릿한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여름 들어서는 다리가 더욱 무겁고 붓는 느낌이 심해져 외출조차 꺼리게 됐다. 나이 탓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증상은 점점 악화돼 발목 주변 피부가 갈색으로 변하고 진물이 나는 궤양까지 생겼다.

결국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은 그는 ‘만성 정맥부전’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정맥 혈류 개선을 위해 압박 스타킹 착용과 약물치료를 병행했고 뒤이어 막힌 정맥을 확장해 혈류를 회복시키는 정맥 내 스텐트 삽입술도 시행했다.

치료를 시작한 이후 이씨의 통증과 부종은 눈에 띄게 줄었고 피부 궤양도 점차 호전됐다. 이씨는 “별것 아니라고 여겼던 증상이 이렇게 심각한 병인 줄 몰랐다”며 “이제는 훨씬 가볍게 움직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성 정맥부전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만성 정맥부전은 대개 경미한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방치할 경우 피부 변색이나 궤양뿐 아니라 다리 깊은 곳에 혈전이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DVT), 나아가 혈전이 폐로 이동하는 폐색전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피로감으로 치부하지 말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을 것을 당부한다.

만성 정맥부전은 다리 정맥의 내벽이나 판막 기능에 이상이 생겨 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고이는 질환을 말한다. 흔히 알려진 하지정맥류도 만성 정맥부전의 한 형태로, 정맥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피부 밖으로 혈관이 돌출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박형섭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우리 몸의 혈액은 심장에서 동맥을 따라 온몸으로 퍼지고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데, 이때 혈액이 아래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 정맥 내부의 판막”이라며 “이 판막이 손상되면 혈액이 심장으로 가지 못하고 중력에 의해 다리로 되돌아가 정체된다”고 말했다.

만성 정맥부전의 주요 증상은 다리의 무거움, 통증, 경련, 부종 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피로로 여겨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반복적인 조직손상과 염증으로 인해 피부색이 검게 변하거나 궤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군은 만성 정맥부전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남성보단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생리나 임신 등으로 인해 분비되는 호르몬이 정맥과 정맥 내 판막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레깅스나 스키니진 등 신체를 조이는 옷을 즐겨입는 문화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여성층에서도 발병 사례가 늘고 있다.

박 교수는 “특히 여름철에는 정맥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며 “기온이 오르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는데 이로 인해 정맥에 혈액이 몰리면서 증상이 악화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맥부전의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정맥순환제를 복용하거나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등 보존적 치료가 권장된다. 발목에서 허벅지 방향으로 착용하는 압박스타킹은 위로 갈수록 압력을 약하게 조절해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는 방식이다. 정맥 내 스텐트(금속망 형태의 기구) 삽입술도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이 시술은 좁아진 정맥 부위에 금속 스텐트를 삽입해 정맥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으로, 최근 중증 만성 정맥부전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맥부전을 예방하려면 꾸준한 관리와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지 않도록 하고 다리 근육을 자주 움직여 혈액 순환을 돕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시로 발목 상하운동을 하고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를 지양하는 것도 필요하다. 누울 때는 다리를 가급적 심장보다 낮은 위치에 두지 않는 편이 좋다.

따뜻한 물에서 족욕이나 사우나를 하는 것은 정맥을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만약 사우나를 했다면 다리에 시원한 물을 뿌려 열기를 식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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