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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

도심 재생 프로젝트로 유니언 스퀘어에 활기 팬데믹 이후 회복 신호 새 시장 당선 이후 치안 강화·주택 공급 확대

  • 원호섭
  • 기사입력:2025.07.17 08:48:25
  • 최종수정:2025.07.17 08: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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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재생 프로젝트로
유니언 스퀘어에 활기
팬데믹 이후 회복 신호
새 시장 당선 이후
치안 강화·주택 공급 확대
샌프란시스코 포스트 스트리트 400번지 상가 건물 옥상에 “유니언 스퀘어가 꽃피고 있다(Union Square is blooming)”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원호섭 기자]
샌프란시스코 포스트 스트리트 400번지 상가 건물 옥상에 “유니언 스퀘어가 꽃피고 있다(Union Square is blooming)”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원호섭 기자]

7월 13일 토요일 오전 11시,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 체감온도 16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따가운 햇살 아래, 많은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이른 시간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중심가로 몰려들었다. ‘유니언 스퀘어 인 블룸(Union Square in Bloom)’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진 공연이 광장 가운데서 진행됐고, 무료로 설치된 탁구대와 농구골대 등은 사람들로 붐볐다. 광장에서 만난 샌프란시스코 주민 제임스 밀러 씨는 “유니언스퀘어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팬데믹 이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다시 북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광장에서 열리는 행사는 샌프란시스코가 도시계획 전문 기업 BRV와 손잡고 진행하고 있는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올해 1월 30일부터 매일 음악 공연, 체스 토너먼트, 저글링 수업 등 다양한 이벤트를 200일 동안 무료로 진행한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포스트 스트리트 400번지 상가 건물 옥상에는 “유니언 스퀘어가 꽃피고 있다(Union Square is blooming)”라는 문구가 보였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ZARA)는 최근 이 건물에 4층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고 발표했다. 바로 옆 건물 1층에는 지난 5월 문을 연 닌텐도 매장에 들어서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뉴저지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샌프란시스코 중심가는 과거의 활기를 많이 되찾은 것 같다”라며 “휴가 온 지 3일 됐는데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낭만의 도시에서 고담시티로 몰락했던 샌프란시스코가 살아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인구 감소와 노숙자, 범죄 증가, 마약 사범 증가로 수많은 기업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탈출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율은 빠르게 줄고 있으며 인구 역시 증가 추세로 접어들었다. 관광객은 물론 중심가는 부동산 가격까지 오르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말 당선된 다니엘 루리 시장의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진보 성향이 강한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권력 강화, 주택 공급 확대, 치안 문제 해결과 같은 공약을 내건 루리 시장은 당선 직후 도심 재건, 경찰관 추가 채용, 순찰 강화 등을 추진하면서 민생 안정에 주력했다.

김한일 샌프란시스코 한인협회장은 “샌프란시스코는 오랜 기간 고수해왔던 급진적인 진보적 노선을 깨고 새로운 리더십을 찾았다”라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나아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확실히 샌프란시스코는 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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