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교수는 세계에서 유일한 '우주를 연구하는 이비인후과 교수'다. 인터뷰 직전에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측과 회의를 했다는 박 교수는 "요즘 위성 탑재 일정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했다. 박 교수가 개발 중인 '바이오캐비닛'은 오는 11월 발사되는 네 번째 누리호에 실릴 예정이다. 인간의 여러 생체 조직들이 우주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우주에서는 어떻게 성장하는지 등을 연구한다.
매일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면서도 그의 연구는 수십 년 후 미래를 향해 있다. 박 교수는 "언젠가 인간이 우주로 진출할 텐데 만약 우주에서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매달리고 있다. 곧 우주로 떠날 바이오캐비닛은 이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다. 세포배양 분화기와 바이오 3D 프린터가 탑재돼 있고, 세포 분화기에는 심장과 혈관의 줄기세포가 들어 있다. 이를 이용해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심장이나 혈관을 인공으로 만든다. 박 교수는 "지상에서 생체 기관을 만들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모양이 제대로 안 나오는 반면, 우주는 무중력이라 훨씬 실제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에서 인공 심장을 만든다니, 아무리 봐도 이비인후과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 박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코 재건이나 두경부암 수술을 주로 하는 이비인후과 외상 전문 의사였다. 당시 유행이었던 3D 프린터를 이용해 성대, 후두, 고막 등을 만들어 환자에게 이식했다. 당시 연구실 인원만 20명이 넘고, 연구 과제도 10개 이상 돌아가는 소위 '잘나가는 실험실'이었다.
그랬던 박 교수는 더 좋은 연구를 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분야를 바꿔 우주의학에 도전했다. 당시 좋은 학술지에 논문도 많이 냈지만, 본인은 "논문을 위한 논문일 뿐 정작 의미 있고 새로운 연구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우주로 눈을 돌린 것은 "우주에 미래가 있고 돈이 된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거의 없는 연구과정은 험난하고 험난했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용어를 몰라 포스트잇에 용어를 적고 모니터에 붙여 외울 때까지 봤다"고 했다.
박 교수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벌써 5개의 새로운 목표를 세워뒀다. 우주에서 배양한 세포를 대기에 재진입시켜 지상에서 회수하는 것, 우주에서 3D 프린팅한 조직을 동물에 이식하는 것 등이다.
[춘천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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