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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은 AI 시대의 혈관 … 한국 초고압 송전사업에 큰 관심

샤일레시 미슈라 GE버노바 그리드솔루션 아태총괄
전력 수요 급증해 인프라 중요
1976년 韓 진출 후 '50년 인연'
호남·수도권 전력망 참여 희망

  • 연규욱
  • 기사입력:2025.05.06 16:33:28
  • 최종수정:2025.05.06 16: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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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의 현대화(디지털화) 없이는 에너지 전환도,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 대응도 불가능하다."

현대 사회에서 전력망은 보이지 않는 혈관과도 같다. 아무리 많은 전기를 생산해도 전력망이 없으면 일상과 산업은 멈춰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 수요가 넘쳐나는 AI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더 많은 전력의 더 빠른 전달이 요구될수록 전력망의 현대화는 필수불가결한 전기 공급의 핵심 요소가 된다.

샤일레시 미슈라 GE버노바 그리드솔루션 GSI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진)은 전력망의 혁신이야말로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AI 컴퓨팅, 전기차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젠 견고하고 스마트한 전력망 없이는 국가 경제와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력망의 디지털 전환이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 센서, 빅데이터, 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전기를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슈라 총괄은 "AI, 머신러닝 기반 실시간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 운영 시스템 자동화 등 디지털 기술이야말로 전력망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열쇠"라며 "이제 전력망은 단순한 송배전 인프라가 아니라 지능형 네트워크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수요예측과 동적 라우팅이 가능한 관리 시스템 고도화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력망 디지털화 투자의 필요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력망 투자를 매년 6000억달러로 늘려야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는 현 투자 규모 대비 거의 두 배다. 미슈라 총괄은 "기후 목표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등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면 전력망 현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를 예로 들면 투자금 1달러마다 최소 1달러를 전력망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E버노바는 130년 전통의 글로벌 에너지 기술 기업으로 발전·풍력·전기화 등 에너지 전환의 전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미슈라 총괄이 속해 있는 그리드솔루션사업부는 전 세계 송전시설 90%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전력의 40%가 GE버노바에 의해 관리된다.

한국에는 1976년에 공식 진출한 이후 1994년 첫 초고압 직류 송전(HVDC)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 최대 규모 동해안~수도권 HVDC 등 굵직한 사업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HVDC란 전기를 아주 멀리까지 보내면서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류를 직류로 바꿔서 초고압으로 송전하는 기술이다. 신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등)처럼 발전소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국가 간 전력 연결, 해저 케이블 등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GE버노바는 향후 서해안 HVDC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서해안 HVDC 프로젝트는 호남과 서남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자력·재생에너지 전기를 직접 수도권에 대규모로 보내기 위해 추진되는 해저 전력망 구축사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호남권 공약에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라고 칭하며 강조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미슈라 총괄은 "GE버노바는 AI, 디지털, HVDC 등 첨단기술과 글로벌 협력을 통해 한국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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