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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신생아 뒤통수 이유 있었네

장시간 한쪽으로만 재우면
머리뼈에 변형 생기기 쉬워
사두·단두·장두증 대표유형
성장후 치열·시력에도 영향
생후 6개월이전 치료 최적기

  • 이병문
  • 기사입력:2024.11.12 16:08:45
  • 최종수정:2024.11.12 16: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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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안거나 업고 달래는 방법으로 육아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생활방식이 서구화되고 주로 육아를 맡은 할머니나 고령 산모의 건강을 위해 영유아를 침대와 유모차에 누워 기르는 방식이 널리 확산됐다.

이처럼 누워 양육하는 육아방식 때문에 영유아 머리 모양이 한쪽 방향으로 비스듬해지거나 머리 앞과 뒤의 길이가 짧아지고 길어지는 '위치적 두개변형(位置的 頭蓋變形)'이 적지 않게 발생해 일본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특히 1990년대 영유아 돌연사 증후군(SIDS·Sudden Infant Death Syndrome)에 대한 우려로 등을 대고 눕히는 육아가 더욱 유행해 두개골 변형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에 예쁜 두상을 만들기 위해 영유아를 엎드려 재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돌연사가 종종 발생하자 그 이후 누워 재우기로 육아방식이 바뀌었다.

'위치적 두개변형'은 현재 소아과 교과서에 기재돼 있지 않을 정도로 낯선 분야이고 담당 전문의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위치적 두개변형이라는 용어가 매우 생소하지만 일본은 두개건강검진치료연구회가 2020년 출범해 진단·치료의 표준화를 위한 논의 및 인재 육성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두개변형 전문 외래도 도쿄, 히로시마, 도야마 등에서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신생아 두개골은 엄마 산도를 지나기 때문에 부드럽고, 급속히 커지는 뇌에 대응하기 위해 뼈가 열린 상태로 태어난다. 성장과 함께 서서히 붙어 생후 2~3세 때 하나의 두개골이 된다. 뼈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외부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머리가 삐뚤삐뚤한 형태가 되는 '위치적 두개골 변형'이 일어난다.

변형 자체는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치적 두개변형은 자고 있을 때마다 머리가 같은 방향으로 쏠릴 때 생기는 '방향벽(方向癖)'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하루 11~12시간 잠을 자는 유아는 수면 자세에 따라 머리 무게가 머리뼈를 눌러 변형이 이뤄진다. 뒤틀린 상태에서 머리가 고정되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뒤틀림 정도가 심하면 장래에 구강 치열이 나빠지거나 안경을 착용했을 때 어긋나 눈의 피로가 가중될 수 있다.

위치적 두개변형은 크게 △사두증(斜頭症) △단두증(短頭症) △장두증(長頭症)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사두증은 좌우 머리 한쪽이 비스듬하게 뒤틀려 귀의 위치가 어긋나 있다. 또 좌우 이마 한쪽이 경사져 있어 아이가 눈을 떴을 때 좌우 차이가 느껴진다. 단두증은 머리 앞뒤가 짧고 뒤통수가 절벽처럼 납작하다. 장두증은 머리 앞뒤가 길어진 형태로, 오랫동안 옆으로 누워 잠을 자게 되면 생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생후 5개월짜리 딸을 키우는 30대 산모의 말을 인용해 "울지 않고 잘 자는 아이여서 재운 채로 육아를 해왔다. 어느 날 딸의 후두부가 너무 평평하다고 가족들에게 지적을 받고 집 주변의 소아과 의사와 상담을 했지만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는 설명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결국 전문 외래를 찾아 사두증 및 단두증 진단을 받고 교정치료를 하고 있다. 검진은 머리 모양을 3D 스캔으로 진행했다"고 사례를 들어 두개변형 실태를 소개했다.

영유아의 두개변형은 '질환으로 볼 것이냐'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다. 그동안 두개변형은 자연적으로 좋아진다고 여겨왔다. 실제로 잠을 자면서 뒤척이거나 앉을 수 있게 되고 고개를 드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인간의 몸은 완벽한 좌우 대칭이 아니라 조금씩은 뒤틀려 있는 정용성(整容性)의 관점에서 보면 두개변형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아 두개변형 전문가인 호소노 시게하루 지치의과대 교수는 "질병이 원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교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변형 정도에 따라 아이가 커서 치아 맞물림이나 안경 착용이 어려울 정도로 삶의 질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유아 두개변형과 관련 있는 대표적인 질환은 '두개봉합 조기 유합증(頭蓋縫合早期癒合症)'이다. 이는 뇌를 싸고 있는 머리뼈의 봉합선이 너무 빨리 붙어서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못하는 질병이다. 두개유합증은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재활치료와 교정 헬멧 착용으로 교정할 수 있다.

하지만 뇌 성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면 필요에 따라 수술이 이뤄질 수도 있다. 두개유합증은 현재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치료는 중증도에 따라 달라진다. 변형이 약하면 적극적으로 안아주거나 유아의 머리 방향을 자주 바꿔서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한다. 변형이 심한 경우에는 헬멧을 사용해 교정한다. 호소노 교수는 "이상의 형태에 가깝게 교정하는 것은 어렵고, 전용 교정 헬멧을 이용한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두개변형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영유아에 대한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영아의 두개 성장은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완만하게 둔화되기 때문에 치료의 최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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