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개의 금메달도 넘볼 수 없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출산을 앞두고 남편이 건넨 농담 반 진심 반의 한마디에, 기보배는 눈시울을 붉혔다. “스쳤는데 홈런이 됐다”는 말은, 고통 속에서도 웃음과 감동을 잃지 않은 부부의 리얼 일상 그 자체였다.
9일 방송된 TV조선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에서는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의 둘째 출산기가 그려졌다. 산모의 땀과 눈물, 남편의 긴장과 위트가 교차하며 출산의 순간이 진한 감동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보배는 첫째 제인 양에 이어 두 번째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출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예정일보다 앞서 진통이 시작됐지만, 그녀는 여전히 침착했다.




남편 성민수는 긴장된 표정으로 곁을 지켰고, “상상은 돼?”라는 질문에 기보배는 “제인이 안았을 때 그 느낌을 떠올리고 있다”고 답하며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 가운데 남편은 “원래 작년 7월 파리 올림픽 해설 가려 했는데, 먼 길 떠나니까 불이 붙더라. 스쳤는데 홈런이 됐다”며 농담 섞인 멘트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말 뒤에 담긴 부부의 애틋한 시간들은 시청자의 마음까지 건드렸다.
출산을 앞둔 순간, 남편은 “제인이도 다 커서 속이 깊다. 목욕할 때 눈물이 핑 돌았다. 조금 있으면 시집간다고 할 것 같았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고, 기보배 역시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박수홍과 양세형도 셀프 카메라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왔고, 박수홍은 기보배가 선생님을 호출하겠다고 하자 직접 선생님을 데려오며 ‘초보 출산 도우미’의 진가를 발휘했다.
고통의 순간을 지나 기보배는 결국 둘째 아이를 품에 안았다. “보고싶었어, 고생했어”라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남편은 “아빠야. 세상에 나온 걸 축하해”라고 뭉클하게 화답했다.
출산 후에도 기보배는 “전 훈련이 더 힘들다”고 말하며 특유의 강인함을 보여줬다. 그는 첫째 임신 8개월 차까지 활을 들고 전국체전에 출전했던 일화를 언급했고, 남편은 “94개의 금메달 중 출산 전후에 딴 2개가 더 값지다고 하더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이후 병실을 울린 아기 울음소리, 가족의 눈물, 그리고 “스쳤는데 홈런”이란 말은 단순한 출산 장면을 넘어, 삶의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거머쥔 순간이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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