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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테마 주식·부동산 ‘들썩’...대선발 재테크 체크포인트 [스페셜리포트]

  • 김경민,배준희,조동현
  • 기사입력:2025.04.25 12:34:51
  • 최종수정:2025.04.25 12: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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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등 유력 대선 주자 관련 정치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뿐인가. 오른 김에 냅다 팔아치우자는 주주들 때문에 몇몇 종목은 홍역을 치른다. 일례로 이재명 전 대표 테마주로 묶인 DSC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주요 임원들이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차익을 실현해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부동산 시장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이재명 전 대표뿐 아니라 국민의힘까지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세종시 부동산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재명 전 대표가 보유한 경기도 성남 분당 아파트 투자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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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큰 장’ 선 정치테마주

이재명 테마주 상지건설 6배↑

증권가에서 대선 테마는 선거철마다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번에도 큰 장이 열렸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 주자들과 별의별 인연으로 엮인 정치테마주가 요동친다. 이번 조기 대선은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 강세가 뚜렷해 이 전 대표 관련 테마주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금융투자 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 시장에서 대선 주자들과 얼토당토않은 인연으로 엮인 테마주가 판을 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전체 2000여개 상장 주식 가운데 정치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만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정치테마주 특징은 해당 정치인 인기도와 주가가 대체로 정비례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선거가 임박하면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후보별 테마주 희비가 엇갈린다. 이번엔 여론조사 1위 이재명 후보 테마주가 난립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었던 지난 4월 4일부터 22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주가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가 정치테마주로 나타났다. ▲상지건설(주가 등락률 505.8%) ▲포바이포(404.4%) ▲에르코스(158.3%) ▲시공테크(151.6%) ▲크라우드웍스(150.5%) ▲계룡건설(137.1%) ▲흥국화재우(127.7%) ▲아이스크림에듀(121.5%)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이재명 후보 테마주로 분류된다. 수익률 1위 상지건설은 임무영 전 사외이사 재직 당시(2022년) 그가 이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했단 이력으로 ‘대장주’가 됐다. 포바이포는 이 후보가 지난 4월 14일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하면서 주가가 뛰었다. 포바이포와 퓨리오사AI는 협력 관계다.

영·유아 식품 제조 업체 에르코스는 이 후보 저출생 대책 공약과 엮여 테마주로 분류됐다. 크라우드웍스는 김우승 크라우드웍스 대표가 이 후보가 이끄는 민주당 ‘AI 강국 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했다는 이력으로, 흥국화재우는 이 후보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같은 경주 이씨라는 황당한 이유로 테마주에 편입됐다.

이외 시공테크는 박기석 회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과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함께 활동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시공테크 계열사로 ‘한덕수 테마주’로 분류됐다. 계룡건설은 충청권 기반 건설사로, 대통령실·국회 세종 이전 공약이 부각돼 ‘세종테마주’로 편입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들 종목 상당수는 본업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걷는다. 상지건설은 1979년 영상·음향·통신장비 제조업 회사로 설립돼 200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는 부동산 개발·건설 관련 용역 사업을 벌인다. 서울 강남구 논현·역삼·청담동 등에서 고급 빌라 ‘상지카일룸’을 지은 업체로 투자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건설 업황 둔화로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상지건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9년 1049억원에서 2021년 252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5억9100만원에서 -11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22년과 2023년 개선세를 보이던 실적은 고금리에 따른 건설 경기 둔화로 지난해 다시 고꾸라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88% 감소한 204억원, 영업이익은 -218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치테마주로 묶인 다른 기업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최근 2년간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테마주 투기 열기에 편승해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4월 4일부터 23일까지 나온 전환청구권행사 공시 25건 가운데 11건이 정치테마주 관련 기업에서 나왔다. 주가가 이상 급등하자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일제히 차익 실현에 나선 것. 테마주에 올라탄 투자자는 ‘물량 폭탄’을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다.

이재명 테마주 형지글로벌은 지난 4월 9일 발행 주식 수의 31%인 208만주 규모 전환청구권행사를 공시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이후 11거래일 가운데 9거래일을 하락 마감했다. 에르코스는 오는 5월 2일 32만주(전체 4.6%)를, 아이스크림에듀는 5월 7일 66만주(전체 5.1%)를, 꿈비는 5월 9일 125만주(전체 9.9%)를, 상지건설은 5월 22일 무려 240만주(전체 59.4%)를 각각 신규 상장한다.

대선 테마주 패턴은 매번 비슷하다. 대부분 특정 후보와 학연, 지연 등 사적 인연을 강조하며 향후 정권 교체 과정에서 정책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특정 후보와 연관된 대선 테마주가 실제 해당 후보 당선 뒤 실적이 개선된 사례는 전무했다.

과거 사례를 거슬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대선을 포함한 정치테마주가 증시 전면에 등장한 시기로 2007년 17대 대선을 지목한다. 당시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자 관련주가 폭등했다. 그나마 4대강 테마는 이명박정부 대선 공약과 연관이 있었기 때문에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 관련 건설·개발주가 대표적이다. 이화공영은 2007년 주가가 최고 33배까지 올랐다. 그해 12월 초 3만1922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주가는 이후 연속 하한가를 기록해 연말 7531원으로 마감했다. 이명박 후보 당선도 소용없었다.

18대 대선 때는 지금처럼 황당한 사적 인연을 앞세운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렸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등 유력 정치인 인맥을 중심으로 형성된 테마주가 판을 쳤다. 넥스트칩은 김경수 대표가 당시 박근혜 후보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테마주로 꼽혔다. 우리들병원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허리디스크 수술을 집도한 사실이 알려진 뒤 참여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후보 테마주로 엮였다. 이후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온갖 ‘인연테마주’가 양산됐지만 결론은 다르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세종시 부동산이 후끈 달아올랐다. (윤관식 기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세종시 부동산이 후끈 달아올랐다. (윤관식 기자)

정치테마 부동산도 들썩

‘국회·대통령실 이전’ 세종 거래 급증

정치테마주뿐 아니라 정치테마 부동산도 들썩이는 중이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페이스북에 “충청을 ‘행정 과학 수도’로 조성해 대한민국 균형 발전의 중심축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세종을 행정 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기 위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와 대통령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가세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비대위 회의에서 “낡은 정치의 상징이 돼버린 ‘여의도 국회시대’를 끝내고 ‘국회 세종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 여의도 국회 부지를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드리고, 세종 제2집무실 건립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여파로 세종시 부동산이 들썩이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14일 기준 세종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4% 올랐다. 세종 집값 하락세가 멈추고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2023년 11월 둘째주(0.1%) 이후 무려 1년 5개월 만이다.

세종시 대장 아파트로 손꼽히는 나성동 나릿재2단지리더스포레 전용 84㎡는 최근 11억8500만원에 주인을 찾으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평동 해들6단지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 전용 99㎡도 9억7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2월 거래 가격(6억50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억7000만원 오른 시세다.

세종 아파트 거래도 연일 증가세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 1월 266건에서 3월 687건으로 2.6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거래 총액도 1252억원에서 3510억원으로 2.8배 뛰었다. 머지않아 월별 매매 거래가 1000건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세종시는 2020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세종시로 행정 수도를 이전하겠다”는 ‘세종 천도론’을 들고나오면서 그해에만 집값이 42.3% 올랐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호재가 점차 사그라든 데다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확산하면서 2022년 이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 아파트값은 4.2% 떨어지면서 전국 17개 시도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일부 단지 매매가가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수준에 거래되는 등 극심한 냉각기를 맞았는데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면서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상이다. 나성동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정치권의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집무실 이전 이슈로 외지인 투자자 문의가 급증했다. 일부 단지 매매가가 상승세지만, 어디까지나 공약일 뿐이라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뿐 아니다. 이재명 후보가 분당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당신도시를 비롯한 경기도 성남 부동산도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14일 기준 성남시 아파트값은 0.12% 뛰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남시 수정구는 0.2%, 분당구는 0.13%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01%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심지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0.08%)보다도 높은 수치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보유한 경기도 성남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금호1단지 매매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이 후보는 아내 김혜경 씨와 공동명의로 1998년 3억6600만원에 전용 164㎡ 매물을 사들였다. 그는 2022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당시 매각 의사를 밝혔고, 당시 최고가인 26억5000만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하지만 거래가 불발되자 매물을 조용히 거둬들였다.

이후 금호1단지를 비롯한 양지마을은 선도지구 경쟁이 치열했던 분당신도시 내에서도 주민 동의율 95.5%를 기록하며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최종 선정됐다. 총 4392가구 규모로 지하 3층~지상 최고 38층, 34개동 7458가구로 통합 재건축될 예정이다.

선도지구 지정 호재로 이 후보가 보유한 양지마을금호1단지 전용 164㎡ 매매가는 지난해 말 27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1998년 당시 매입가(3억6600만원)와 비교하면 무려 24억원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평형인 전용 84㎡도 최근 17억3000만원에 손바뀜되면서 신고가를 썼다. 전용 133㎡ 역시 22억7000만원에 최고가를 찍었다.

1992년 입주한 양지마을금호1단지는 수인분당선 수내역과 인접한 데다 초림초가 가까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분당중앙공원과도 인접해 거주 여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강남권과 인접한 분당신도시가 ‘풍선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양지마을 외에도 분당신도시에는 집값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단지가 꽤 많다. 분당의 또 다른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파크뷰 전용 84㎡는 최근 20억7500만원에 실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서현동 시범우성 전용 59㎡ 역시 12억원에 주인을 찾으면서 신고가 기록을 깼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부동산팀장은 “분당신도시는 서울 강남권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갖춘 데다 학군도 뛰어나 실수요가 탄탄한 지역이다. 선도지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점도 호재”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양지마을 외에도 분당신도시 선도지구 주요 단지 매매가가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 주민 기대가 워낙 큰 만큼 다른 후보가 대권을 잡더라도 신도시 재건축이 멈춰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밖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보유한 서초구 삼풍아파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보유한 송파구 아시아선수촌도 정치테마 부동산으로 주목을 끈다. 홍준표 전 시장이 보유한 아시아선수촌 전용 151㎡는 최근 43억3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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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테마 재테크 주의할 점은

추종매매 자제, ‘묻지마 투자’ 금물

정치테마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간단하다. 크게 정치인·풍문·소형주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종목이 타깃이 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치테마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일단 특정 정치테마주로 제법 쏠쏠한 시세차익을 거둔 ‘단타꾼’이 관련 정치인 학연과 인연 등을 샅샅이 훑는다. 이 단타꾼은 특정 정치인과 여러 인연으로 엮을 만한 상장사를 여러 곳 골라둔 뒤 언론에서 지지율 상승 등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SNS나 온라인 주식 카페·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일제히 퍼뜨린다. 금감원이 지난 18대 대선 정치인 테마주 147개 종목을 분석했더니 전체의 3분의 1인 49개가 시세차익을 노린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이나 총선 뒤 정치테마주 ‘말로(末路)’를 모든 투자자가 목격했음에도 테마주는 철마다 더 광범위해지고 열풍이 거세진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정치테마주 투기 패턴을 두고 일종의 ‘역학습(Reverse Learning)’ 결과라는 진단을 내린다. 역학습은 과거 경험이 의도한 방향과는 반대로 작동해 오히려 비합리적 선택을 강화하거나 반복시키는 인지적 메커니즘을 뜻한다. 즉, 투자자들이 과거 정치테마주 급락 사례를 통해 합리적 투자 전략을 학습하기보단, 그 실패를 예외나 ‘운이 없던 사례’로 간주하며 동일한 오류를 더 강하게 반복하는 방향으로 ‘역학습’이 이뤄진단 의미다.

사후확신편향(Hindsight Bias),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군중행동(Herding) 등이 대표적인 왜곡 기제로 지목된다. 사후확신편향은 행동경제학에서 활발히 연구된 개념 중 하나로, ‘특정 사건이 벌어진 뒤 마치 내가 그 사건을 원래 알고 있던 것처럼 느끼는 착각’을 뜻한다. 가령 정치테마주 투자 손실을 경험한 뒤 투자자들은 마치 투자 위험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기억을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테마주 투자자가 실패를 회피하거나 외부 요인 탓으로 돌려 오판을 정당화하고 ‘이번엔 다를 것’이란 기대를 반복하게끔 하는 기제로 작용한단 지적이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SNS·온라인 커뮤니티·모바일 메신저 등)만 수용하는 확증편향, 남들과 같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군중심리 등과 맞물려 정치테마주 열풍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한편 정치테마주 주가가 이상 과열로 치닫자 한국거래소가 감시활동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 18일까지 시장경보 종목 가운데 ‘투자경고’ 이상으로 지정된 종목은 115개다. 이 가운데 52%에 해당하는 60개 종목이 정치테마주로 나타났다. 특히 4월 들어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된 37개 중 78%에 해당하는 29개가 정치테마주로 집계돼 과열 양상이 심화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테마주는 관련 정치인이 실제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정책 수혜로 이어져 기업 본질 가치가 개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부분 정치테마주 주가는 선거 뒤 원상 복귀하거나 오히려 이전보다 더 낮은 가격까지도 떨어진다. 투기 수요에 의해 언제든지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추종매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테마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주의할 점이 많다. 단순히 대선 주자와 얽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미 대선을 앞두고 집값에 기대 심리가 반영된 만큼 막상 대선이 끝나면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우려도 크다. 세종시의 경우 집값이 급등하면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등 각종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도 높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종시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을 수용하는 계획도시로, 국회나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된다면 일정 수준의 상승 여력은 있다”면서도 “과거보다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위축돼 단순한 소문이나 기대감만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아파트값만 들썩일 뿐 세종시 상가 시장은 극심한 침체에 빠진 점도 변수다. 최근 찾아간 세종 나성동, 어진동 상가 곳곳에는 ‘임대 문의’ 문구가 적힌 전단이 붙어 있고, 영업 중인 가게보다 빈 점포가 훨씬 더 많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해 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4.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여러 정부 부처가 세종시에 자리 잡았지만 막상 공무원을 제외하면 일자리가 부족해 상가 수요가 회복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설령 천도 계획이 현실화하더라도 세종은 서울에 비해 교육, 의료 등 핵심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자산 가치 상승 여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치적 메시지가 시장에 개입되는 순간, 투자 판단이 왜곡되기 쉬워 오히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당도 마찬가지다. 수만가구 재건축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데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분담금 급등 우려에 재건축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재명 후보가 보유한 분당 양지마을금호1단지는 인근 2단지 청구, 3·5단지 금호한양아파트 등과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 주민 간 갈등으로 재건축이 지지부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이슈는 일시적인 호재에 그칠 수 있는 만큼 무작정 투자하면 위험하다. 주변 시세와 해당 단지 시세를 비교한 뒤 대출 부담을 줄이고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김경민·배준희·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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