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wimg.mk.co.kr/news/cms/202504/06/news-p.v1.20250403.f57ca1e343ea418d8b247b5c32939387_P1.png)
몇 차례의 투자 열풍과 폭락 사태를 겪으며 이제는 어엿한 투자 상품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가상자산, 어느새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은 이런 디지털 화폐를 우리 일상에 적용하기 위한 실험을 하기 시작했어요. 정부가 보증하는 코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인 거예요.
바로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그 주인공이에요. 나라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죠. 우리나라 통화 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도 이 코인을 열심히 개발해 왔어요. 그리고 드디어 이달 1일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CBDC 사용 테스트가 시작됐어요.
언론이나 금융계는 오는 6월 30일까지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실험에 꽤 주목하고 있어요. 일반 국민이 10만 명 규모로 참여하는 대규모 실험인 데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디지털 화폐 시대가 곧 열릴지도 모르니까요.
CBDC는 우리나라 원화나 미국의 달러화처럼 국가 공식 화폐(법정화폐)이지만, 실제 종이돈이나 동전을 찍어내지 않는 디지털 화폐예요. CBDC를 발행한다는 건 우리나라에선 한국은행이, 미국에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마치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만든다는 뜻이에요.
CBDC는 블록체인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은 기존 가상자산과 유사하지만, 가치가 정해져 있어서 비트코인처럼 시세 변동은 일어나지 않아요. 정부가 보증하니까 디지털 화폐라도 실제 종이돈과 가치는 다를 게 없어요. 사실 점점 종이돈이나 동전을 사용할 일이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실물 화폐를 덜 찍어내는 대신 CBDC가 역할을 보완할 수도 있고, 먼 미래에는 아예 CBDC만 사용할 수도 있겠죠.
CBDC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고 해도 일반 소비자들의 삶이 갑자기 크게 바뀌지는 않아요. 이미 현금보다는 신용카드가 널리 쓰이고, ‘OO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도 보편화됐으니까요.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큰 차이가 존재해요. 돈을 주고받는 거래의 비용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각 나라들이 어떤 방식의 CBDC를 개발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과 보안 유지에 유리해요. 결제 처리를 위한 여러 기관이나 복잡한 서류 작업 없이도 안전하게 운영되거든요. 수수료도 훨씬 저렴할 것으로 예상돼요.
예를 들어 정부가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때나 국민이 정부에 세금을 낼 때도 여러 금융 기관을 거칠 필요가 없어요. 그저 CBDC를 넣어둔 우리 전자지갑에서 정부 지갑으로 보내기만 해도 안전하니까요. 이러면 중앙은행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을 쓰기도 훨씬 편하고, 탈세나 불법 거래를 단속하기도 쉬워져요. 돈이 오고 가는 대부분의 거래에서 효율성이 대폭 개선되는 거죠. 물론 실물 화폐를 찍어내고 관리하는 비용도 많이 아낄 수 있어요.
만약 CBDC를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은행의 역할을 많이 없애버릴 수도 있어요. 다만 이번에 한국은행이 실험하는 CBDC의 경우 은행의 역할을 줄이지 않는 선에서 금융기관들끼리만 사용하는 ‘기관용 CBDC’예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누구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CBDC가 ‘범용’이라면, 이번에 테스트하는 건 ‘기관용’이에요. 한국은행과 국내 은행들은 기관용 결제망에서 서로 필요한 자금을 주고받는데, 여기에만 CBDC를 적용해 본다는 뜻이에요.

물론 개인들도 CBDC의 이점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어요. 직접 CBDC를 보유하지는 않지만, 기관용 CBDC와 연계된 ‘예금 토큰’을 사용할 수 있죠. 예금 토큰은 시중은행들이 CBDC를 담보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예요. CBDC 자체는 금융기관들끼리만 쓰고 소비자에게 풀지 않되, CBDC를 담보로 하는 토큰을 은행들이 다시 발행해서 소비자도 간접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예금 토큰은 일반적인 은행 예금처럼 쓸 수 있게 만들었어요. 송금이나 예치 등을 최대한 기존의 예금처럼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쉽게 했대요.
이번 실험에는 국내 7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이 참여해요. 각 은행에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가 있는 만 19세 이상 국민은 은행 모바일 앱을 통해 참여 신청을 할 수 있어요. 은행별로 할당된 인원을 모두 합치면 최대 10만 명이 테스트에 참여하게 돼요.
참가자들은 이달 1일부터 본인 계좌에 있는 예금을 한 번에 100만원까지 예금 토큰으로 변환한 뒤 전자지갑에 보관하며 편의점이나 카페, 서점,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2만여 개 사용처에서 쓸 수 있어요. 1인당 변환 한도는 총 500만원이에요. 발급받은 전용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띄워서 결제하는 방식인데, 일반적인 간편결제와 비슷해요. 다만 아직 실험 단계여서 그런지, 기존 간편결제보다 조금은 불편하다는 평가도 나와요. 만약 테스트 종료 후 남은 토큰이 있으면, 예금으로 돌려줘요.

소비자가 QR코드를 통해 결제하면, 토큰은 결제 직후 바로 판매자 전자지갑으로 넘어가요. 보통 판매자들은 신용카드 대금 결제 등을 기다려 나중에 판매 대금을 받는데, 토큰을 쓰는 경우엔 즉시 입금받을 수 있는 거죠. 수수료도 더 저렴해요. 실험 기간에는 수수료가 없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더라도 일반 카드나 간편결제(OO페이)보다는 수수료가 적을 것으로 전망돼요.
이렇게만 보면, 이용자 입장에선 그다지 새로울 건 없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부 정책과 연계되는 각종 ‘디지털 바우처’를 사용할 땐 편리함이 커질 것으로 보인대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년, 저소득층, 노년층 등 지원이 필요한 여러 계층에게 교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바우처를 지급하는데요. 이번 실험에선 서울시 청년문화패스, 대구 교육 용품 판매점 전용 바우처 등을 하나의 앱에서 사용하도록 할 거라고 해요. 토큰 전자지갑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정부와 지자체의 모든 바우처를 전자지갑에서 간편결제처럼 쓸 수 있으니 편리하겠죠.
정부 입장에서 지원금 정책의 효과도 개선할 수 있어요. 이번 실험에선 활용되지 않지만, 디지털 자산인 예금 토큰은 일반적인 예금과 달리 일종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거든요. 쉽게 말해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도 특정 거래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어려운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금을 토큰으로 지급한다면, 프로그래밍을 통해 사용처를 훨씬 더 명확하게 지정하기가 쉬워져요. 자녀 용돈을 토큰으로 주고, 사용처를 ‘학용품 판매처’로 제한하는 것도 가능해지죠. 금융업계에서는 프로그래밍의 더 복잡한 활용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중앙은행이 신중하게 만든다고는 하지만, CBDC도 여러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장 대표적인 게 개인정보 보호 문제예요. 주요국 중 가장 앞서서 CBDC 보급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경우 CBDC인 ‘디지털 위안화(e-CNY)’를 개발해 적극적으로 사용 중인데, 정부의 감시에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해요. CBDC는 디지털 화폐라서 돈의 흐름을 아주 쉽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이런 우려를 알고 있는 한국은행은 “이번 테스트에선 CBDC를 일반인에게 직접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고객 정보를 볼 수 없다”고 설명했어요. CBDC는 기관만 보유하므로, 개인의 토큰 거래 이력을 조회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는 거예요. 디지털 화폐 시대를 열기 위한 한국은행의 실험이 과연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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