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객 지출액, 유럽 관광객 대비 2배
내년 가우디 서거 100주년 기념 사업 계획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중심탑 완공 목표

스페인의 카탈루냐관광청이 지난 28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카탈루냐 로드쇼 2025’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세계 미식 지역 선정 소식을 알리고 카탈루냐 그랜드 투어와 가우디의 해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다.
카탈루냐는 올해 세계 미식 지역으로 선정됐다.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한 카탈루냐는 바르셀로나를 주도로 지로나, 예이다, 타라고나까지 총 4개 주로 구성한다. 바르셀로나는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선 지역도 많다.
카탈루냐는 2016년 유럽 최초로 유럽 미식 지역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세계 미식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에서 두 차례 모두 수상한 지역은 카탈루냐가 유일하다. 이 상은 IGCAT(국제미식문화예술관광기구)가 주관한다.
카탈루냐 여행의 핵심은 ‘카탈루냐 그랜드 투어’다.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는 총 1496㎞ 규모의 순환형 로드 트립이다. 5개 구간으로 나뉘고 자연, 문화유산, 미식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여행 중에는 올리브유 시음, 요리 워크숍, 유네스코 지정 교회 방문, 와인과 치즈 생산지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내년은 가우디 서거 100주년이자,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중심탑 완공을 예정한 해다. 이 해를 기념해 카탈루냐 문화부와 가우디 위원회는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구엘 공원(Park Güell), 카사 밀라(Casa Milà), 토레 베예스과르트(Torre Bellesguard) 등 주요 건축물에서 전시와 체험형 행사를 운영한다.
바르셀로나는 유네스코와 국제건축가연맹(UIA)으로부터 ‘2026 세계 건축 수도’로도 지정됐다. 이 타이틀은 유네스코와 UIA가 3년마다 UIA 세계건축가대회 개최 도시를 선정해 부여한다.

크리스티나 가르가요(Cristina Gargallo) 카탈루냐관광청 해외 총괄 국장, 라울 구에라(Raül Guerra) 아태지역 담당 국장 두사람을 만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과 방향을 직접 들어봤다.

카탈루냐는 오랜 시간 미식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왔다. 시작점을 따지자면 30년 전쯤이다. 하이 퀴진 분야에서 당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셰프들이 있었다. 카르메 루스칼레다 같은 인물들이다. 이들이 전 세계 미식 문화에 영향을 미치면서 스페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스타 셰프 붐이 일었다. 그 이후 젊은 셰프들이 계속 미식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카탈루냐 미식 문화는 뿌리가 깊다. 중세 문서에도 레시피가 남아 있을 만큼 오랜 전통을 갖고 있고 지금도 그 레시피를 이어간다. 하이퀴진부터 서민 음식까지, 미식 전반이 산업 내 협력을 통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국제 평가단의 인정을 받은 것 같다.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다. 카탈루냐에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62곳, 총 보유 스타는 77개다. 와인 투어에 특화된 와이너리는 300곳 이상, 원산지 보호 명칭(DO)을 받은 지역은 12곳이다. 미식과 숙박을 함께 운영하는 미식 호텔은 46곳이다.
슬로우푸드 전통을 고수하는 현지 식당도 많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선택지는 더 많다. 원산지 보호 명칭(DO)을 받은 포도원이 12곳, 와이너리는 300곳이 넘는다. 포도밭을 걷거나 와인을 어떻게 만드는지 배울 수 있다. 시음이나 수확 체험, 자전거 하이킹까지 다 가능하다.
바다도 빼놓을 수 없다. 낚시 체험을 하거나 배를 타고 해산물을 잡은 뒤 바로 즐길 수 있다. 올리브유 생산지에서는 제조 과정을 직접 보고 시음도 가능하다. 올리브유는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연중 열리는 미식 축제도 많다. 1년에 300개가 넘는다. 여행 시기를 고를 때 참고하면 좋다.
관광객 수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숫자보단 ‘어떤 관광객이 오는가’에 더 관심이 많다. 지난해 카탈루냐를 찾은 관광객은 약 2000만 명 정도다. 대부분은 유럽에서 왔고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와 내년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단발성 방문이 아니라 연중 고르게 방문하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싶다. 지금은 여름 성수기에만 집중된다. 바르셀로나를 거점 삼아 다른 지역으로 여행이 확장되길 바란다.
바다, 산, 하이킹, 문화, 와인, 미식 등 카탈루냐는 면적에 비해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곳이다. 특정 테마에만 치우치지 않고 관심사에 따라 고르는 여행지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가장 중요하다. 카탈루냐를 찾는 외국인 하루 평균 지출이 약 220달러(약 29만원) 정도인데 한국 관광객은 약 400달러(약 54만원)로 두 배 가까이 된다. 여름에만 집중되지 않고 사계절 고르게 방문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번 서울 로드쇼도 그중 하나다. 총 60여 개 여행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카탈루냐 관광 콘텐츠를 공유했다. 현지 여행사들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에도 더 집중할 계획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연중 고른 수요, 바르셀로나 외 지역으로 확장이다. 수치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연말까지는 30만 명 정도가 카탈루냐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총 25만 5000여명이 다녀갔다.

그랜드 투어를 기획하게 된 건 카탈루냐의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다섯 가지 주제를 가진 길을 통해 매력을 알리고 싶었다.
이 투어의 강점은 100% 개별 맞춤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관심사에 따라 직접 코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문화유산, 자연, 미식 등 무엇에 관심이 있든 자신이 좋아하는 테마를 루트에 반영할 수 있다.
현지 체험 요소도 중심에 뒀다. 지역 주민과 연결을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중교통 중심으로 설계했다.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기존 방문하기 어려웠던 외곽 지역도 포함해 더 넓은 지역을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은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인천–바르셀로나 직항편은 주 9회 운항 중이며 봄·가을엔 주 11회 운항한다. 그만큼 한국과 카탈루냐 간 관광 교류가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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