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치유관광산업 육성법 국회 통과...웰니스 관광 활성화
바이오필릭, 웰니스 리트리트도 각광

지난 3월 20일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전 세계 웰니스 관광 산업은 약 1,500조 원(1조 1,276억 달러)에 달하며, 2028년까지 연평균 10.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요가의 날’(6월 21일)을 맞아 국내외에서 많은 웰니스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여행은 이제 단순히 ‘럭셔리’나 ‘휴식, 레저’를 넘어 ‘몸과 마음의 진정한 쉼’으로 나아가고 있다. ‘웰니스 관광’의 전 세계적 인기가 바로 그 척도다.

메일함에서 ‘웰니스’가 들어간 보도자료를 검색했더니 최근 5개월간 60개 이상이 쏟아진다.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을 합친 ‘웰니스’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균형 잡힌 상태 및 이를 추구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뜻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5 관광트렌드 ‘스펙트럼(S.P.E.C.T.R.U.M.)’에는 ‘웰니스 치유여행 개인맞춤 가속화(Revitalizing Wellness & Healing Travel)’가 포함돼 있다. 수명이 연장되고, 고령층의 문화소비력이 강화되면서 웰니스에 대한 관심도가 증대되고 있는 것. 공사는 미국의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 자료를 통해 “글로벌 웰니스 관광시장이 2025년 1조 1,27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들이 ‘웰니스 관광’으로 인식하는 것에는 몇 가지 공통 요소가 있다. 자연 속에 있을 것, 장소가 미적으로 아름다울 것, 몸과 마음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요가나 명상 프로그램 등을 갖출 것, 뛰어난 미식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등이다. 우붓은 발리어로 허브 또는 약을 뜻하는 ‘오밧(obat)’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만큼, 건강과 치유에 대한 독특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발리 우붓 ‘바이스로이 발리(Viceroy Bali)’는 인도네시아 왕족들에게 사랑받아온 ‘왕가의 계곡(Valley of the Kings)’이 내려다보이는 우붓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리조트다. 이곳에선 그룹 요가 등 데일리 웰니스 세션을 제공한다. 공용 풀이 아닌 전용 프라이빗 인피니티 온수풀빌라와 함께 스파, 발리 전통 칵테일과 쿠킹 클래스를 체험할 수 있으며, 무성한 정글 계곡을 내려다보며 올데이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페타누 강 계곡의 전망을 보며 아코야 스파(Akoya Spa)에서 받는 전통 발리 마사지는 고된 농사로 인한 근육통을 완화하기 위해 수 세기 동안 지역 주민들이 실천해 온 기법이다.
요즘 웰니스와 함께 부쩍 눈에 자주 띄는 단어가 바로 ‘바이오필릭(Biophilic)’ 디자인이다. 생명체를 의미하는 ‘Bio’와 사랑을 의미하는 ‘Philia’를 합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개념에서 가져온 것으로, 자연 요소를 건축과 주거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삶의 질과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설계 철학이다. 태국 아만 푸리 레지던스(Aman Residences, Amanpuri)와 멕시코 원앤온리 만다리나 프라이빗 홈즈(One&Only Mandarina Private Homes)가 대표적 예. 한국에도 바이오필릭을 받아들인 대표적인 주거공간이 들어섰다. 바로 대모산과 인릉산을 품은 헌인마을에 위치한 ‘카펠라 레지던스 서울’.

숲속의 프라이빗한 라이프스타일과 자연 친화적 동선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단순한 조망을 넘어서 저밀도 구조와 자연과의 유기적 연결이 돋보인다. 5만 6,000여 평 대지의 70%를 녹지로 조성했는데 조경계 최고 영예인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2023년)한 정영선 조경가의 디렉팅을 거쳐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를 비롯, ‘빅 트리 파크(Big Tree Park)’, ‘레인 가든(Rain Garden)’, ‘록 가든(Rock Garden)’ 등이 단지 전체를 거대한 숲속 정원으로 만든다.
부킹닷컴이 각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톱 웰커밍’ 도시로 선정한 10곳 가운데도 ‘바이오필릭’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브라질에서 가장 추운 도시 중 하나로 알려진 우루비시는 거칠고 험한 산악 지대부터 시야를 가릴 만큼 안개가 내려앉은 계곡, 바다로 쏟아지는 웅장한 폭포가 모두 있는 곳이다. 특히 울창한 숲에 위치한 투명한 돔 형태의 △’자이언 버블 글램핑’은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뉴질랜드 북섬의 타우포 호수(Lake Taupo)와 산이 잘 보이는 △‘아카시아 클리프 로지’는 자연 속에 푹 잠기도록 해준다. 하이킹과 사이클링,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아침 식사도 즐길 수 있는데, 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온천과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통가리로 국립공원도 만날 수 있다. 안데스산맥에 자리한 콜롬비아 마니살레스에는 △‘아타르데세레스 델 카페’가 있다. 눈을 뗄 수 없는 산과 계곡 전망을 바라보며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 커피와 숙소에서 제공하는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콜롬비아 커피와 건축을 사랑하는 여행객이라면 강추.
‘웰니스관광의 미래(The Future of Wellness Tourism) 2025 보고서’는 주목해야 할 웰니스 관광지로 대한민국을 선정했다. K-뷰티와 전통의학, 의료서비스, 정부지원 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는 ‘뷰티&스파, 자연치유, 한방, 힐링&명상, 푸드, 스테이’ 등 6개 카테고리로 나눠 매년 우수웰니스관광지를 선정하고 이를 홍보하는 ‘웰니스관광페스타’도 운영 중이다. 올해의 경우 전남 대흥사, 경남 하동군 차 문화 시설 등 11곳이 신규로 추가돼 88개가 선정됐다.

웰니스에 주목하는 건 트렌드의 최전선, 호텔도 빼놓을 수 없다. 『웰니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혜화 1117 펴냄)에서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는 “호텔은 세상의 변화를 알려주고 가장 빨리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며 “그 최전선에 ‘웰니스’가 있다”고 밝혔다.
2021년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으로 이슈를 모은 한이경 작가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 『웰니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서, ‘웰니스’를 호텔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화두로 선언한다. 중국 최초 웰니스 리조트인 상하 리트리트, 판교 그래비티, 서울 조선팰리스 등 전 세계 40여 곳의 호텔과 리조트를 개발한 그녀는 현재 메리어트 호텔 그룹 한국 프로젝트의 기술 자문을 맡고 있는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다. 그녀는「헤이조이스」가 마련한 2023 연말 파티 ‘House of Joyce’ 강연에서 “웹스터 사전에 빈번하게 많이 서치된 단어가 ‘진정성’”이라며, “경험경제의 시대는 가고 나의 목적과 기호를 찾는 웰니스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웰니스, 전 세계 주요 산업군에서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
“진정한 쉼을 추구하고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요구가 커지면서, 그 해결책으로 ‘웰니스’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관심 있게 보아온 화두인데, 한국에는 얼마 전부터 이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사람들이 단순히 훌륭한 경험이 아니라 ‘나의 자아를 찾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경험’에 돈을 쓰기 시작했어요. 호텔은 새로운 경험의 최전선에 있기에, 더욱 이 흐름과 결을 같이 할 거예요.”
-2023. 11. 여성 라이프 성장 플랫폼 「헤이조이스」 뉴스레터 ‘호텔을 관찰하면 세상의 변화를 먼저 읽을 수 있어요’ 中 발췌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이하 JW 메리어트 제주)는 ‘세계 요가의 날’을 기념해 6월 한 달간 ‘웰니스 먼스’를 진행한다. 프랑스 약국 판매 1위 아로마 웰니스 브랜드 ‘프라나롬(Pranarôm)’과 컬래버, 기존 요가 액티비티에 더해 제품 증정과 특별 초청 클래스를 진행한다. 가든 허브를 활용한 ‘씨드 페이퍼 만들기(오후 5~6시)’와 석양을 배경으로 위스키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선셋 위스키 요가(오후 5시 30분~6시 30분)도 진행한다.
서울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Urban Island)’에서 6월 8일까지 매일 오전 선라이즈 스트레칭, 밴드핏 클래스 등 웰니스 클래스를 진행한다.

시원한 파도 소리, 맥주와 함께 바다 앞에서 일몰 요가를 즐겨보는 건 어떤가. 제주신라호텔은 G.A.O. 프로그램(레저 전문 프로그램)의 하나로 ‘선셋 비어 요가’를 선보인다. 제주신라호텔 숨비정원 내 ‘쉬리의 언덕’에서 진행되며, 맥주병을 이용해 몸과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요가 동작들로 구성했다.
제주신라호텔은 선셋 비어 요가와 함께 제주신라의 여름 시그니처인 ‘애플망고 빙수’, 제주 로컬 맥주와 즐기는 플레이트 등이 포함된 ‘얼리 서머 브리즈(Early Summer Breeze)’ 패키지도 운영한다. ‘선셋 비어 요가‘와 ‘얼리 서머 브리즈’ 패키지는 6월 한 달간 이용 가능하며, 선셋 비어 요가’(사전 예약, 유료)는 주 4회(월, 수, 금, 토요일) 오후 7시부터 7시 50분까지 호텔 전체 투숙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스카이스캐너 선정 ‘2025년 주목해야 할 7대 여행 트렌드’에도 ‘웰니스 투어’가 포함됐다. 스카이스캐너는 “한국인 여행자 10명 중 6명(61%)은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졌다고 답했으며, 이에 따라 여행지에서 더욱 적극적인 방식으로 웰니스를 추구할 것”이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회복 탄력성을 기르기 위해 여행지에서 음주를 자제하거나, 영양 및 수면, 운동 습관 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관광과 의료로 웰니스 서비스를 융합한 WE호텔 제주, 중금속을 분해하고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방사하는 ‘일라이트’를 활용한 충북 영동 레인보우 힐링관광지는 국내 체류형 웰니스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건강이나 의료, 휴식과 레저를 초월해 생의 과업과 연결시켜 좀 더 능동적인 웰니스를 접목하는 웰니스 관광도 있다. ‘글로벌 힐링도시, 웰메디 인천’을 목표로 하는 인천관광공사는 타깃층을 좀 더 세분화해 웰니스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중년 여성들을 위해서는 차크라 명상이 가능한 ‘동국명상원’, 원예 치유와 흙길 맨발 걷기 치유를 하는 ‘반디세상’, 강화약쑥, 사해소금 등으로 천연 테라피를 하는 ‘더 스파 하스타’ 3곳을 웰니스 뷰티 스폿으로 소개한다.
△번아웃 직장인을 위해서는 클라이밍과 집라인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강화레포츠파크’, 100년 전통의 양조장에서 술지게미 손스파를 할 수 있는 ‘금풍양조장’, 요가와 명상이 있는 번아웃 회복 힐링 스테이(여성전용) ‘잠시섬빌리지’, 어른을 위한 전용 그림책이 있는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리셋 웰니스 여행지로 추천한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시니어를 위해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즐기는 티 타임과 요가 전문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명상 프로그램, 석양을 보며 생애를 계획하는 요트 투어를 제공하는 식이다. 심신을 깨우고 정돈, 삶의 여유를 되찾는 ‘의지 회복 여행’이 목표다.

베트남, 일본, 캐나다 등지에서도 웰니스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웰니스 관광 허브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웰빙 관광 비전 2030’을 목표로 바다, 산, 사막, 화산분화구 등에서 요가, 하이킹, 명상, 스파트리트먼트, 스포츠, 캠핑 등을 즐기는 ‘웰빙+관광 결합형’ 콘텐츠를 선보인다.
여행자들에게 전통적인 의료 치료와 아유르베다, 자연 요법 등을 제공하는 인도는 ‘AYUSH’라는 전통의학 통합부서를 설립, ‘의료관광과 전통의학을 결합한 ‘Heal in India’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호텔-항공사-여행사와 협업해 개인맞춤형 피트니스 계획, 식단 권장, 웰빙 코칭 등을 제공하는 것.

호주관광청은 지난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World Health Day)’ 기념, 웰니스 여행지 5곳을 공개했다. 빅토리아 토키(Torquay)에 위치한 △‘어바웃 타임 배스하우스(About Time Bathhouse)’는 실내외 마그네슘 온천, 냉수욕장, 전통 핀란드 사우나, 스팀룸(증기욕실), 적외선 사우나를 갖춘 스파 시설. 회복실에서는 차와 음료, 건과일을 제공하며 프라이빗 이용(최대 8명)도 가능하다.
하이킹 가이드를 제공하는 △‘더 하이크 컬렉티브(The Hike Collective)’ 여행사는 섬의 해안선을 3일간 하이킹하며 원주민 전통을 배우는 ‘로트네스트 저니(The Rottnest Journey)’와 양치식물로 둘러싸인 자연 풀장에서 수영하고, 산을 타며 5일 동안 협곡과 폭포를 탐방하는 ‘카리지니 저니(The Karijini Journey)’를 운영한다. 깊은 동굴 속에서 프라이빗하게 진행되는 요가 세션과 코알라 보드워크 투어도 인기가 높다.

전문 가이드와 트러플(송로버섯) 탐지견이 숲을 안내하며 숨겨진 트러플을 수확하는 트러플 사냥 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호주 마가렛 리버의 △‘마가렛 리버 트러플 농장(Margaret River Truffle Farm)’에서는 트러플 사냥 후, 지역 특산물 코스 요리와 함께 먹을 수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시드니의 △‘플로라(Flora)’는 현지 생산자로부터 공급받은 신선한 제철 재료로 만든 채식 요리 전문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최근 문 연 △‘1 호텔 멜버른(1 Hotel Melbourne)’은 바이오필릭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곳. 야라 강변의 탁 트인 전망과 함께 호텔 곳곳에 2,000여 개의 실내 식물과 3,500㎡(약 1,000평) 규모의 자연 공원이 펼쳐져 있다.

‘웰니스’에 대한 구글 키워드 검색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보고서에서는 “앞으로의 해외 웰니스 관광은 건강 진단, ‘출산-산후조리-폐경’ 등 여성 건강 프로그램, 디지털 디톡스 등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2025 관광트렌드 ‘스펙트럼(S.P.E.C.T.R.U.M.)’ 참고).
[글 박찬은 기자 park.chaneun@mk.co.kr]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 호텔 및 리조트, 인천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호주관광청, 부킹닷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3호(25.06.10)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