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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 노래하는 뮤지컬 '웃는 남자'

귀족에게 입이 찢긴 주인공
정의가 무너진 세태 비판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공연

  • 박윤예
  • 기사입력:2025.01.30 16:42:47
  • 최종수정:2025.01.30 16: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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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남자'에서 그윈플렌(이석훈)이 자신의 입을 만지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남자'에서 그윈플렌(이석훈)이 자신의 입을 만지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기이하게 찢긴 입의 그윈플렌은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거대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화려한 붉은 옷을 입고, 하얀 가발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귀족들 앞에서 "간청드리고 연민에 호소하오. 그 눈을 떠. 지옥 같은 저 밑바닥 인생들. 가진 것을 나눠 봐"라고 호소력 짙게 노래 부른다. 과연 그는 귀족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라고 노래하는 뮤지컬 '웃는 남자'가 4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국내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작품이다. 4개의 뮤지컬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모두 섭렵한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 뮤지컬은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귀족에 의해 찢긴 입으로 살아가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그윈플렌과, 순백의 여린 마음을 갖고 있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데아의 삶을 그린다. 두 인물을 통해 사회 정의가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조명한다.

창작 뮤지컬은 소박하다는 편견을 깨부수는 화려함은 작품 전체적으로 가난한 자의 비천함과 대조되며 두드러진다. 무대는 최첨단 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진다. 5년간 175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버림받은 그윈플렌이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 헤매다 어린 데아를 만나는 장면, 왕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화려한 가든파티 장면, 귀족의 위압감을 그대로 표현한 의회 장면, 아름다운 은하수가 연상되는 엔딩까지 저마다 특색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그윈플렌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몰입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극적인 선율과 아름답고 시적인 가사도 눈에 띈다. 오는 3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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