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필자는 정부가 추정한 가덕도 신공항의 공사 기간이 84개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와 우려의 마음이 교차해 설계의 진행 상황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번 기사를 보고 정부와 시공사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지만, 짚어야 할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
가덕도 신공항의 위치는 가덕도 전면 해상인데, 이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파도가 내습하는 지역이고, 연약지반이 우리나라 공항용지 중에서 가장 깊은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관문인 인천공항과 비교해 보면, 인천은 파고가 4m인데 가덕은 12m이고, 인천의 연약층 두께가 15m 이내인 반면, 가덕은 최대 60m에 달한다.
또 가덕은 인천에 비해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강한 파도와 바람으로 인해 작업이 가능한 공사일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까 가덕은 인천과 비교했을 때, 파도와 연약지반 조건이 몇 배 이상 어려운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천공항 1단계의 공사 기간이 9년이었는데, 가덕도 신공항이 훨씬 더 불리한 조건에서 과연 7년 내 공사를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의 전문 분야인 지반공학의 입장에서 보면, 공사 기간은 더욱 리스크가 크다.
인천공항은 연약지반에 모래질이 많고 성토 두께가 20m 이하인데도 9년이 걸렸는데, 가덕도는 연약지반이 초연약 점토인 데다가 성토 두께가 무려 60m에 달한다. 이건 죽탕 위에 20층 높이의 돌을 쌓아 올린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바탕이 되는 연약지반을 잘 개량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인천공항보다도 빨리 공사를 마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더구나 대규모 사석 매립에 앞서 최대 25m 수심 아래에 분포하는 대심도 연약지반의 개량을 위해 적용될 해상 PVD 공법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공법이므로, 개량 기간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공항은 지속적인 침하가 발생할 것이며, 그 리스크는 모두 공항 운영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영향으로 작용될 것이다.
특히 이용객의 안전에 직결되는 활주로 구역은 장기침하 및 부등침하에 문제가 없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지반을 개량해야 하며, 이는 공항 시설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신뢰도 향상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지역은 어민들의 활발한 조업 수역이자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에 인접해 있어, 사업이 본격화되면 환경단체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초대형 공사 규모와 기술력 측면에서 대한민국 건설 기술 발전에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시간이 경과됐으므로, 공사 기간을 한정적으로 두는 것보다는 세계적인 품질의 안전한 공항 건설을 위해 다각적인 검토를 통한 적정 공사 기간을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광국 충북대 교수·한국지반환경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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