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보조금 받고 저가 공세
美, 관세휴전과 상관없이 압박
반덤핑 조사까지 별도로 진행
포스코퓨처엠 반사이익 기대
미국향 배터리소재 공급 늘듯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을 받고 저가 밀어내기 수출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음극재 기업들에 미국 정부가 700%대 상계관세라는 칼을 빼들었다. 또 미국 정부는 중국 음극재 회사에 대한 별도의 반덤핑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실질적인 조치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퓨처엠 같은 국내 음극재 기업들에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재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간) 글로벌 음극재 시장점유율 5위 업체인 중국의 후저우 카이진에 상계관세(CVD) 712% 부과라는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상계관세는 중국 정부의 카이진에 대한 보조금 지원분(712%)만큼 상쇄하기 위해 적용하는 관세다.
또 미 상무부는 의류 기업 ‘상하이 사오성’에도 721%의 고율 상계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상하이 사오성을 글로벌 2위 음극재 기업 ‘산산’의 우회수출 기업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외에 중국 음극재 기업들은 일괄적으로 6.5%라는 추가관세를 적용받았다.
미국 정부는 중국 음극재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대규모 보조금을 받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 미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중국산 음극재 상계관세율은 제소 측(미국 내 음극재 기업)의 추가 자료 제출, 당국 검토, 세율 조정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 최종결정된다.
최근 미·중 관세전쟁이 ‘90일간 휴전’에 돌입한 가운데 고율관세 예비판정은 의미가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미·중 관세 협상과는 별개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독점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견제는 별도로 진행하겠다는 의지표명으로 풀이된다. 테슬라·파나소닉 등 배터리 회사들이 지난 1월 예비심리에서 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관세 부과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미국 정부가 이번에 예비판정을 강행한 것 역시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예비 판정은 중국산 배터리 저가공세 견제에 대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중국 음극재 산업 전반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상무부는 중국 음극재기업에 대한 ‘반덤핑 관세(AD)’ 조사를 별도로 진행 중이다. 반덤핑 관세는 외국 물품이 정상 가격 이하로 판매되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줄 때, 정상가격과의 차액 범위 내에서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미 상무부는 오는 7월께 반덤핑 조사 예비 판정결과를 발표하고 하반기에 최종 관세율을 판정할 예정이다. CVD와 AD는 합산돼 대중 음극재 관세율이 결정된다.
중국 주요 음극재 기업들에 고율 관세가 확정되면 국내 기업은 수혜를 볼 전망이다. 글로벌 음극재 점유율 순위에서 유일하게 10위권에 있는 포스코퓨처엠은 ‘비중국 음극재’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중국이 음극재를 40~50% 싸게 판매하고 있어서 가격경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대중 관세로 인해 음극재 시장가격이 확정되면 미국향 배터리사업에서 공급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선 미국 현지 배터리생산 비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네프(BNEF)는 반덤핑·상계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배터리 셀 제조 비용이 킬로와트시(㎾h)당 76달러에서 115달러로 51% 급등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음극재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등 공급망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미국 정부라 해도 모든 중국 기업들에 즉시 관세 조치를 발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흑연 업계를 대표하는 ‘활성음극재생산자협회(AAAMP)’의 요청에 따라 이번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중국 흑연 업체의 반덤핑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청원과 함께, 중국산 음극재에 대해 920%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를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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