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관세 조치로 대미 수출에 제동이 걸린 만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거대 플랫폼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도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 국내 경쟁 플랫폼은 물론이고 국내 온라인몰에 제품을 납품하던 중소 제조업체들도 일제히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치솟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보다 5.8% 늘어난 242조897억원이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최대치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건 해외 직접구매(해외 직구)다. 지난해 해외 직구액은 전년보다 19.1% 늘어난 7조9583억원에 달했다. 전체 직구액 중 무려 60%를 중국이 차지했다.
알리·테무 등 C커머스 공세가 강화된 탓에 중국에서 직접구매한 거래액이 전년 대비 48%나 급증한 4조7772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직구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며 증가폭은 다소 줄었다. 작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5.4%, 64.8% 성장했던 중국 직구액은 3분기에 45%로 떨어지더니 4분기엔 28.5%를 기록했다.
중국의 알리·테무는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저변을 키워왔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올해 1월 국내 이용자 수는 각각 912만명, 823만명으로 쿠팡(3303만명)에 이어 2·3위 자리를 굳혔다. 특히 2021년 2월 168만명에 불과했던 알리는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해 1000만명 고지를 눈앞에 뒀다.
반면 11번가(781만명), G마켓(543만명), GS샵(346만명) 등 국내 업체는 이들과의 격차를 쉽사리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G마켓과 알리의 합작법인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G마켓도 사실상 알리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종 이커머스 업체의 경쟁력은 계속 뒤처지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별 신용카드 거래액에서 알리는 1조3517억원을 기록해 쿠팡(35조3716억원), G마켓(4조9599억원), 11번가(4조1268억원)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미국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 소액 물품에까지 기존과 달리 빠짐없이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인 만큼 저가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알리·테무 등 C커머스가 미국 대신 한국 시장에 '초저가 물량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며 "관세전쟁 때문에 한국 유통업계가 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블룸버그 등 해외 주요 소식통은 미국의 10% 추가 관세 조치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자국 내 경기 부진으로 쌓인 막대한 재고를 미국·유럽에 판매하며 수익을 올려왔다. 따라서 미국 수출이 막히면 한국 등 다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 강화 움직임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테무는 새해 들어 '홀리데이 프로모션 90%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사은품 증정 행사를 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알리와 테무는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배송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테무 국내 물량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알리·G마켓 합작법인도 이 배송망을 활용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들어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을 시작해 알리·테무와 쿠팡 등 기존 사업자 간 경쟁력 차이는 더 줄어들었다.
알리·테무는 국내 판매자가 해외에 직접 물건을 파는 '역직구'에도 힘을 싣고 있다. 알리는 최근 한국 상품을 미국·일본·프랑스·스페인에서 팔도록 지원하고, 앞으로 판매 국가와 지역을 확대하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글로벌 셀링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에는 5년간 수수료를 면제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료 번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내 역직구 시장은 전년 마이너스 성장을 이겨내고 소폭(1.5%) 증가했다. 미국(41.7%), 유럽연합·영국(18.8%) 등은 크게 늘었지만 중국(-7.4%) 대상 판매액은 감소했다. 미국·유럽 등의 시장이 커진다는 점도 중국 업체들이 매력을 느끼는 원인이다.
한편 국가 간 직구·판매가 늘어나면서 '소액 수입물품 면세제도'가 국내 업체들에 역차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소액 수입물품 면세금액은 150달러(미국 물품은 200달러)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면세한도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박홍주 기자 / 류영욱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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