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이미선 헌법재판관(49·사법연수원 26기)이 공식 임명됐지만 이 재판관 부부의 '35억원 불법 주식 투자'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에서 진행 중인 이 재판관 부부의 주식 거래에 관한 심리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도 예고돼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같은 취지로 고발한 사건이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돼 있다.
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재판관 부부에게 제기된 주요 의혹은 △이테크건설 2700억원 건설 수주 공시 직전 집중 매수 △삼광글라스 거래 중지 발표 전 주식 대량 매도 △하이트진로 부당거래 과징금 부과로 주가 급락 전 집중 매도 등이다.
의혹의 핵심은 이 재판관 부부가 주식 투자 시 기업의 '내부 정보(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했느냐는 점이다. 사실로 확인되면 자본시장법 위반죄로 처벌받는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상장법인 및 그 계열사의 임직원 대리인이나 주요 주주, 해당 법인에 대한 인허가·지도·감독 등 권한을 가졌거나 해당 법인과 계약을 체결·교섭하고 있는 사람 등은 해당 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 중요 정보를 특정 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관련 업무를 맡았던 변호사 등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나 검찰이 이 재판관 부부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우선 그들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있었는지 입증해야 한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재판관의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51·23기)는 2017년 4월과 2019년 1월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를 계열사로 둔 OCI그룹 사건 2건을 수임했다. 특히 그는 2016년부터 작년까지 OCI그룹 주식을 대거 샀는데, 작년 1월에만 이테크건설 주식 6억5000만원어치를 집중 매입했다고 한다. 오 변호사가 과거 수임한 사건과 이들 기업 간 연관성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업무 연관성이 있는 제3자에게서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재판관도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이테크건설과 관련된 사건을 판결한 바 있다. 다만 이를 두고선 "당시 이테크건설은 소송의 단순 참고인일 뿐 당사자가 아니어서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주식 투자 시 기업의 내부 정보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최대 쟁점은 그 정보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에 해당하는지가 된다. 정보 중요도에 따라 범죄 혐의의 성립 여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2일 대법원은 이 재판관 의혹에 관한 윤한홍 한국당 의원의 공식 질의에 "현직 판사의 주식 보유는 국민의 법 감정을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 "법관의 주식 투자에 대한 자제 권고를 검토하고 재산등록 심사를 보다 철저히 할 계획"이라는 의견도 냈다.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가"란 질문에는 "재산변동신고 심사를 통해 주식 보유 현황은 매년 파악하고 있지만, (당시 이 재판관이)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공개 대상자가 아니어서 주식 거래 내역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사전 인사검증 요청 여부에 대해선 "청와대에서 별도 자료 요청을 받거나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내역이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를 통해 이에 대한 이 재판관의 입장을 구했으나 헌재는 "개인의 문제여서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송광섭 기자 / 진영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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