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PBA우승’ 최원준 “프로당구는 마지막 도전…너무 간절했다”

선수활동 두번 중단… “먹고살기 위해 어쩔수 없었다”
결승 직후 “남편 믿고 기회준 아내 생각에 순간 울컥”
자신있는 기술 ‘힘빼고 큐 무게로 치는 것’…장점은 집중력
결승 끝나고 “(정)경섭이가 ‘형 경기 잘 했어. 축하해요’”전화
“프로당구는 꿈의무대…재야고수, 동호인들이여 도전하세요”

  • 기사입력:2019.09.02 07:00:02
  • 최종수정:2019.09.04 12:01:05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686231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설명31일 새벽 경기도 고양 엠블호텔에서 마무리된 "웰컴저축은행 PBA챔피언십" 우승자는 최원준이었다. 우승을 확정한 후 부인 이지숙씨와 최원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MK빌리어드뉴스 김다빈 기자] 세 번째 프로당구 PBA투어 챔피언은 6년만에 선수로 복귀한 ‘전북1번’ 최원준(41)이었다.

최원준은 지난 31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마무리된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챔피언십’ 결승에서 정경섭(40)을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우승, 우승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여느 당구선수가 그렇듯 최원준도 생계때문에 당구선수에 전념할 수 없었다. 고교 3학년 때인 1996년 전북당구연맹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2003년 탈퇴했다. 4년 뒤인 2007년 다시 전북연맹 선수가 됐지만 2013년 다시 그만두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때는 당구만으로 먹고살 수 없어서였다고.

하지만 올해 초 PBA투어 출범소식을 듣고 당구선수로서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트라이아웃을 거쳐 1부투어 선수가 됐고, 1차투어 64강, 2차투어 32강에 올랐다. 예열을 마친 최원준은 드디어 3차투어에서 강호들을 연파하며 정상에 섰다.

대회가 종료된 31일 새벽 2시께 경기장인 엠블호텔에서 그와 만났고, 이어 일요일인 9월 1일 전화로 추가로 물어봤다.

▲우승을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우승 확정됐을 때는 그저 얼떨떨하고 기쁘기만 했다. 이제 끝난건가, 내가 우승한건가 긴가민가했다.

▲우승 순간 먼저 떠오른 사람은.

=물론 아내(이지숙· 35)와 두 딸(서영 6, 민아 3)이다. 그간 가족들에게 맛있는 거 하나 제대로 못사줬는데 우승상금으로 좋은 자리 한번 마련하려고 한다.

▲아내는 경기장까지 와서 응원해주던데.

=아내는 학창시절 배드민턴 선수였다. 그래서 운동선수 마음을 잘 알아줘 심적으로 도움을 많이 줬다. 승부근성을 억누르면 기량이 좋더라도 실수하게 되니 마음 편히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얘기를 해줬다. 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고 매우 고마웠다.

686231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우승 직후 최원준은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으로 가족을 꼽았다. 사진 위 (왼쪽부터) 최원준, 최서영 양(6), 최민아 양(3), 이지숙 씨(35) (사진제공=최원준). 사진 아래, 결승전이 마무리 된 후 (사진 왼쪽) 준우승을 차지한 정경섭과 우승을 차지한 최원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결승전때 준우승자인 정경섭 선수와 유독 친해보이더라. 혹시 인연이 있나.

=경섭이와는 한 살차이(최원준 41, 정경섭 40)인데 2016년부터 알고 지냈다. 그 전에도 알았지만 같이 ‘빌킹코리아’ 후원 선수가 되면서 친하게 지냈다. (최원준은 2019년 탈퇴). 결승 끝난 직후 서로 고생했다고 얘기했다. 그만큼 치열했던 승부였고 결승전 끝나고 통화도 한번 했다. 경섭이가 ‘형 결승전 때 잘쳤다. 축하하고 수고했다’라고 말해주더라. 아쉬웠을텐데 축하해줘서 고마웠다.

▲우승자에겐 단골질문인데, 우승상금 1억원은 어떻게 쓸 것인가.

=아내와 딸, 부모님과 같이 좋은 자리 마련하고 여행도 함께갈 생각이다. 또 밀린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하하. 아는 지인을 뵈러 미국에 갈 일도 있다.

▲전북연맹 소속 선수하면서 2003년, 2013년 두번 그만두었다. 이번이 세 번째 선수 도전이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알고 도전했다. 그간 두 차례 선수생활 포기는 생활고 때문이었다. 선수 그만두고 음료업체 영업사원도 해보고, 지금은 핸드폰 중고거래 영업을 하고 있다. 프로당구 투어 출범 소식을 듣고 아내와 상의해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도전했다. 정말 우승까지 할줄 생각도 못했다. 무명이나 다름없는 나에게 이렇게 좋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해준 PBA측에 감사하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전북1번’이라 불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고 들었다.

=‘전북1번’이란 별명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누구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가 있고 각자 1번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있을테니. 부담스러워 지인들에게 그 별명을 부르지 말아달라고 한다. 하하. 대신 ‘준짱’이란 별명이 좋다. 이름 뒤에 짱을 붙인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16강 상대가 지난 대회 우승자 신정주였다. (최원준이 0:2에서 3:2로 역전승)

=지난 대회 우승자이기 때문에 경기 전 조금 긴장했다. 하지만 겨뤄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PBA투어 우승은 운만으로는 할 수 없지 않나. 그만큼 신정주의 경기를 직접 보고싶었고, 실제로 경기해보니 공을 아름답게 구사하더라. 감탄스러웠고 감각이 너무 좋아서 경기 내내 많이 놀랐다.

▲이번 대회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결승전도 힘들었지만 가장 위기였던 경기는 32강 이영훈(28)과의 경기(3:2 최원준 승)였다. 테이블 위치가 구석진 자리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습해 공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또 이영훈도 나이가 20대인데 큐 감각이 굉장히 좋더라.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고 겨우 이길 수 있었다. 가장 아찔한 경기였다.

▲지난 대회 우승, 준우승자는 신정주 조건휘(27)였다. 20대 돌풍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이영훈 신정주 마르티네스(4강) 등 20대를 모두 이겼다.

=이젠 20대라고 해서 구력이 짧다고 볼 수 없다. 어려서부터 당구를 전문적으로 배워 선수를 시작하기 때문에 실력에선 큰 차이가 없다. 또 20대는 큐 감각이 좋고 기술적, 체력적으로도 훌륭하다.

20대와 40대의 가장 큰 차이는 이기려는 마음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젊은 선수들은 승부욕이 굉장히 강하다. 같이 경기하면 이기려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내가 선수생활하면서 느낀 건 당구는 이기려고 마음먹는다고 이기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기려는 마음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고 한큐 한큐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 비우고 상대방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하지만 내 경기에 집중하는 것. 그런 점에서 20대와 40대의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정경섭과의 결승전을 되돌려보자. 5세트에서 13:4로 앞서다 13:15로 졌는데.

=그때 정말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다. 당연히 끝날줄 알았는데 따라잡히니까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만약 이 세트때문에 우승을 놓친다면 ‘정말 죽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결승전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5세트도 굉장히 힘들었지만 사실 2세트가 제일 힘들었다. 첫 세트를 먼저 따내고(15:11 15이닝) 2세트를 6:15(5이닝)로 내줬다. ‘아 내가 방심하고 있구나, 내가 마음이 흐트러지니까 바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 세트를 계기로 내가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장 심기일전했다. 다행히 이후 집중력을 회복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결승전 3세트는 하이런 11점을 포함, 이번 대회에서 몰아치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의 장점은 집중력과 몰입감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선수로 복귀,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중력과 몰입감이 좋아서인지, 경기 도중에도 내가 몇점 쳤는지 모를 정도로 일단 공을 맞추는 데만 집중한다. 그 덕에 연속득점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686231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사진설명투어 우승을 확정한 후 기자회견에서 최원준은 "우승 당시, 얼떨떨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감격이 몰려온다. 매우 기쁘고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 PBA측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바이벌과 세트제인)프로당구에선 그런 집중력과 몰입감이 더 중요하겠다.

=맞다.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내 경기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남에게 휩쓸리지 않고 집중력을 갖고 내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건 세트제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무척 부드러운 스트로크를 구사한다는 평을 받는다.

=가장 자신있는 기술이 힘을 최대한 빼고 큐 무게로 공을 치는 것이다. 악력(손으로 쥐는 힘)을 최대한 억제하고 공 무게와 큐 무게로 치다보니 경기가 장기전으로 흘러가도 편하게 당구를 칠 수 있다. 다만 힘 빼고 치다보니 뱅크샷 치는게 쉽지 않았다.

▲뱅크샷은 (2점제인)PBA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4차투어 준비할 때는 뱅크샷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이번 투어를 치르면서 뱅크샷이 상대방에게 주는 압박감이 엄청 크다는 걸 느꼈다. 2점이라는 중압감도 있지만 상대선수가 뱅크샷에 성공하면 좌절감, 패배감이 크다. 힘 빼고 치는 스타일이지만, 내 스타일을 유지하며 뱅크샷을 최대한 연습하려 한다.

▲트라이아웃 거쳐 프로당구 선수가 됐다. 선수와 동호인 시절과 달라진게 있다면.

=많이 다르다. 선수, 동호인으로 전국대회 나갈 땐 보는 눈이 있어도 내가 주목받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선수가 되니 기분이 다르다. 나를 지켜보는 당구팬도 많고 장소도 깔끔하고…, 선수를 대우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언행, 옷차림도 조심하려 한다. 경기 중에도 행동에 조심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으려 한다.

▲프로당구 출범으로 그 동안 생업때문에 선수활동을 제대로 못했던 재야 고수들이 햇볕을 보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먼저 재야고수, 동호인들에게 제발 도전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PBA는 정말 당구선수로서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신 실력은 기본이고 간절함을 키워야한다. 나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임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본다. PBA투어 참가 선수들은 이런 말도 한다. ‘정말 심장 터질 것 같고, 재밌다’고. 그만큼 PBA는 꿈의 무대다. 룰도 흥행을 위해 만든 룰 아닌가. 경기 중반 지나면 대부분 승자가 정해지는 일반 룰과는 다르다. 선수 사이에서도 재밌다는 사람들이 많고, 나도 한 경기 한경기 즐겁다.

▲큐는 어떤 제품을 사용하나.

=큐는 큐팩토리의 장하기 모델을 사용한다. 힘을 빼고 큐의 무게, 공의 무게를 잘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올해부터 사용하고 있다.

▲우승 직후 TV인터뷰때 잠시 눈시울을 적시던데.

=아내 생각이 먼저 나서 그랬다. 당구에 전념할 수 없던 시절, 그리고 나를 믿고 한번 더 기회를 줬던 생각이 나서 말하다가 울컥했다. 또 무명선수일 때 힘들었고 생활고를 겪던게 생각났다. 그래서 현재도 생활고를 겪는 선수들에게 도전하라고 얘기를 하다보니 울컥했다. 하하.

▲가장 자신있는 샷은.

=얇게 끌어치기다. 물론 훌륭한 선수들이 많지만 그들보다 자신있는 것은 얇게 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스트로크 연습을 많이 하다보니 얇게치는 것에 자신이 있다. 얇게 끌어치기를 통해 이번 대회 키스도 많이 뺐고 도움이 많이 됐다.

686231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최원준은 가장 자신있는 기술로 부드럽고 얇게치는 스트로크를 꼽았다. 또 몰아치기에 능했던 최원준은 그 비결로 집중력과 몰입감이라고 설명했다. 정경섭과의 결승전에서 샷을 준비하고 있는 최원준.
▲올해 초 개명했는데, 이유는.

=그간 잘 안풀렸다. 선수로도 가장으로도 일이 잘 풀리지 않다보니 아는 지인께서 개명을 권유했다. 본명은 최경영이다. 지난해 말 개명신청을 해서 올해 초 승인을 받았다. 이름 바꾸자마자 프로선수가 됐고 지금은 거짓말처럼 우승해 버렸다. 개명을 권유해준 지인께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유튜브 채널, ‘양빵당구’도 운영하고 있는데

=아는 동생과 함께 올해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동생이 당구 관련 콘텐츠와 레슨 을 찍어서 올렸는데 주위 선수 중 내가 유튜브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권유에 함께하게 됐다. ‘양빵’이라는 이름은 나는 감각으로 당구를 치는 스타일이고 동생은 시스템 당구를 선호해서 나온 거다. 감각과 시스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채널이라는 의미다.

▲이제 PBA투어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올 시즌 목표는.

=목표를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프로선수가 됐을 때도 우승, 8강 등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128강에 오른 선수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와 국내 정상급이지 않나. 대단한 선수들과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 목표도 그래서 세우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나만의 경기를 하겠다.

▲당구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우선 PBA투어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당구 팬들게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당구를 사랑하고 노력하는 선수가 될테니 많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성원에 감사드린다. [dabinnett@mkbn.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