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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투어 준우승’ 강민구 “1억짜리 옆돌리기 실패 잠못자”

필리포스와 결승전 7세트 결정적 샷 실수로 우승 놓쳐
“태어나서 가장 많은 문자와 전화…축하와 아쉬움 반반”
그동안 연맹대회 상금 200만원…이제 뚜렷한 미래 보여
“초대챔프 욕심났는데…이제 한국인 최초 우승 도전”

  • 기사입력:2019.06.17 08:00:03
  • 최종수정:2019.06.17 09: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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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옆돌리기 놓친 것이 너무 아쉬워서 밤새 잠을 못 잤습니다. 하하.” PBA투어 준우승을 차지한 강민구는 "준우승 축하만큼 아쉬워서 어쩌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인터뷰 도중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는 강민구.
[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지인들은 1억짜리 옆돌리기라고 하더라고요. 그 득점만 성공했어도 우승할 수 있었겠죠. 너무 아쉬워서 밤새 잠을 못 잤습니다.”

지난 8일 마무리된 ‘프로당구 PBA투어 개막전 파나소닉오픈’ 강민구(37)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의 결승전. 마지막 7세트 9:8로 앞선 상황에서 강민구가 시도한 옆돌려치기가 살짝 빗나가자 관중석에선 ‘아~’라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승부는 그걸로 결정났다. 곧바로 타석에 들어선 필리포스는 남은 3점을 마무리하며 프로당구 PBA투어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우승상금 1억원도 그의 몫이었다. 결정적 기회를 놓친 강민구는 2위(상금 3400만원)에 만족해야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서울 광진구 한 카페에서 강민구를 만났다. 그는 악수하며 인사하자마자 “축하만큼 아쉬워서 어쩌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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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카시도코스타스와의 결승전 많이 떨렸죠" 강민구는 결승서 "1세트는 긴장을 많이했는데, 다행히 조금씩 긴장이 풀려 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강민구가 결승서 카시도코스타스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PBA)
비록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그는 이번 PBA투어가 당구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선수들 사이에서도 소위 ‘잘 치는 선수’로 통했다. 하지만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당구에 흥미를 잃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단다.

사실 강민구가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 128강과 64강 예선을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서현민(32강) 조건휘(16강) 김재근(8강)등 강호들을 연거푸 꺾자 차츰 주목하기 시작했다. 준결승에선 페드로 피에드라부에나(미국) 마저 3:2로 돌려세웠다.

최근 당구채널 프로그램 녹화, 라디오 생방송 등 밀려드는 스케줄을 바쁘게 소화하는 와중에도 그는 대회 이야기가 나오자 샷 하나하나, 순간마다 느꼈던 감정을 뚜렷하게 되살렸다. 그런 강민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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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8강서 김재근에 3:0으로 완승을 거둔 강민구가 환호하고 있다.
▲(PBA투어) 준우승을 축하한다.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을텐데.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수의 문자와 전화를 처음 받아봤다. 결승진출 확정 후에는 카카오톡 메시지만 400통 넘게 와있더라. 또 축하인사만큼 아쉽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대회가 끝난 후에는 지금까지 충분히 잠도 자고 지인들도 만났다. 준우승한 후로 주로 내가 많이 계산하고 다닌다. 하하.

▲PBA투어 참가를 망설이지 않았다고 들었다.

=사실 지난 2년간 대한당구연맹 대회 최고기록이 8강(2018년 포천전국당구선수권)이었다. 물론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었겠지만 여태 받은 상금이 200만원이 채 안된다. 상금보다 참가경비를 더 많이 쓴 셈이다. 기존 당구연맹 대회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큰 대회는 32강, 16강은 가야 경비 이상 상금이 나온다. 반면에 PBA는 한 게임(128강)만 이겨도 100만원이다. 꼭 이겨야 된다는 부담감도 덜해 나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당구선수로서 미래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보인다는 거다.

▲PBA투어 참가를 결정할 무렵 어떤 일을 하고 있었나.

=청주의 한 당구클럽에서 1년4개월 동안 게임 매니저 일을 해오고 있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잃었던 ‘당구의 재미’를 다시 찾았다고 하던데.

=솔직히 말하면 한 5년 전부터 당구에 흥미를 잃었다. 당구가 마냥 좋고 재미있어서 청주에 살면서도 (허)정한이 형과 경기하려고 경기도 일산까지 찾아가고, (조)재호 형과 한 게임 하려고 서울도 가고. 그렇게 전국을 다녔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오고나서부터는 성적이 안나오더라. 그 벽을 넘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냥 ’당구를 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당구가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걸 새삼 느꼈다. 기존 40점제 시합 중계는 내 경기도 잘 안보는 편인데, 이번 대회는 내 경기를 다시 봐도 긴장되고 재밌더라. 어머님은 당구의 ‘당’자도 모르시는데 “한일전보다 피말린다”하시며 화장실도 못가고 경기보셨다고 하시더라. 물론 아들 경기라 그러셨겠지만. 하하.

▲이번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나.

=뱅크샷에 자신이 있지만 더 정교하게 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쿠드롱 등의 강한 선수를 만났을 때 뱅크샷을 무기로 다득점을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또 테이블(소렌소가드 테이블) 적응을 위해 대회 며칠 전 (김)재근이 형 인천클럽(주안CC)을 찾아 연습했다. 이 부분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2차투어도 대회 테이블 구장을 찾아 연습하려 한다.

▲세트제와 빈쿠션2점제 등 새 경기 규정은 어땠나.

=대회에 앞서 규정이나 경기방식 설명을 듣고 ‘이거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체력이 약해 후반 집중력이 좋지않아 숏게임(15점 세트제)이 반가웠다. 나름대로 빈쿠션치기(뱅크샷)에 자신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경기 룰이 바뀌었기 때문에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잘하는 선수는 어디서든 잘하지만, 기존 보여주던 ‘절대강자’의 모습은 아닐거라 생각했다.

▲복장도 폴로셔츠로 바뀌었다. 경기력에 도움이 됐나.

=처음 복장 규정을 듣고 ‘몸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체중감량에 들어갔다. 하하. 두 달만에 10kg을 뺐다. 앞으로는 당구실력뿐 아니라 팬들에게 보이는 모습도 중요할 것 같아 복장이나 몸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 폴로셔츠는 움직이기 편해 경기력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선수 입장식은 내가 진짜 ‘프로선수’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해줬다. 이번 대회에서 시도된 여러 가지가 당구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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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선수 입장식은 내가 진짜 ‘프로선수’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해줬다." 강민구는 선수입장 등 프로무대에서 시도된 것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민구가 결승서 관객들과 하이파이브하며 입장하고 있다.
▲공복상태로 시합에 나선다고 들었다. 징크스인가.

=징크스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매 대회마다 공복상태로 시합을 해왔다. 당연히 이번 대회도 공복으로 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예선에서 몸이 너무 떨렸다.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마터면 2차예선에서 탈락할 뻔했다. 다음 경기(32강)까지 시간이 남아 동료들과 식사를 했는데, 다음 경기가 너무 잘 풀렸다. 식사도 하고 에너지를 충전해야 경기가 잘된다는 걸 알게됐다. 하하. 그 전에는 ‘경기에서 긴장을 많이 해 몸이 떨렸구나’ ‘계속 성적이 안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서)현민이 형과의 경기를 이기고 나서 컨디션이 너무 좋아 “내가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입상권엔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선서 서현민(32강) 조건휘(16강) 김재근(8강)을 모두 물리쳤다. 연맹랭킹 기준 모두 상위권 랭커들이었는데.

=연맹대회에서 만났다면, 그리고 40점제 경기였다면 분명 부담됐을거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내 공격력만 나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있었기에 크게 긴장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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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강민구는 페드로 피에드라부에나(왼쪽)과의 4강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강민구는 "정말 힘들었다. 결승전을 내일 했으면 좋겠다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페드로 피에드라부에나(미국)와의 4강전은 풀세트 접전이었다.

=정말 힘들었다. 4강전 끝난 후 바로 몇 시간 후에 결승전을 해야하는데, ‘내일 했으면 좋겠다’ 생각될 정도로 힘들더라. 페드로와의 4강전은 첫 세트부터 흔들렸다. 13:8(10이닝)로 앞서다 2점 남긴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다 득점을 놓쳤다. 한번에 끝내고 싶어서 뱅크샷을 선택한거다. 결과적으로 세트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마무리짓지 못했고, 페드로가 7점을 내 13:15로 역전패했다. 멘탈이 흔들리더라. 그래도 다시 집중해서 2, 3세트를 이겼지만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어졌다. 5세트도 정말 힘들었다. 8:6(3이닝)에서 뻔한 옆돌리기를 투 쿠션에 그쳐 실패했다. 다행히 페드로가 디펜스에 실패해 빈쿠션 포지션이 뜨더라. 그 배치를 받았을 때 3점이 남았지만 포지션 플레이도 충분히 가능해 승리를 확신했다.

▲결승상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와 이전에 만난적 있나.

=한 번도 없다. 3쿠션월드컵은 2016년 구리와 2017년 청주직지월드컵 출전이 전부다. 그것도 청주월드컵은 충북연맹 와일드카드로 참가했다. (강민구는 당시 PPPQ(1차예선)부터 Q(최종예선)라운드까지 8연승으로 본선에 올라 화제가 됐고, 본선서 루피 세넷에 패했다) 당시 세계 상위권 선수들과 경기한 건 루피 세넷(터키)이 처음이었는데, 본선까지 오르면서 외국선수들과도 해볼만 하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후 후원사 평가전에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세 번 정도 경기했다. 처음엔 넘을 수 없는 벽으로만 보였는데, 첫 경기에서 21:40, 그 다음경기에선 26:40, 세 번째 경기에선 31:40으로 점점 나아졌다. 물론 졌지만 경기할수록 야스퍼스도 사람처럼 보였다. 하하. 사실 결승서 만난 필리포스도 한때 4대천왕을 위협하던 선수였지 않나. 1세트서는 긴장을 많이했는데, 다행히 조금씩 긴장이 풀려 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준결승과 마찬가지로 결승전 역시 7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결승전에선 세트마다 ‘승부의 공’이 있었다. ‘이 공격이 득점되면 이번 세트를 이기고, 실패하면 지겠다’ 싶은. 어김없이 승부의 공 득점 여부에 따라 세트 승패가 갈렸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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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결승 마지막 7세트 9:8로 앞선 상황에서 강민구가 시도한 옆돌려치기가 살짝 빗나가자 강민구가 아쉬워하고 있다.(사진제공=빌리어즈TV 중계화면 캡쳐)
▲그렇다면 7세트 ‘승부의 공’은 당연히 옆돌리기인가.

=맞다. 하하. 지인들이 ‘1억짜리 옆돌리기’를 놓쳤다며 농담하더라. 나도 정말 아쉽다. 결승전 날은 하루종일 경기해서 경기 끝나면 곧바로 쓰러져야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옆돌리기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잠도 안 오더라. 결국 그날 밤을 꼬박 새고 오전 10시까지 잠을 못잤다. 그때 내가 ‘급하게 쳤다’는것도 아쉬웠다. 그 배치를 보고 옆돌리기, 횡단 샷, 빈 쿠션 딱 3가지 방법이 떠올랐는데 예비 스트로크도 충분하지 않았고, 시간에 쫓겨 너무 쉽게 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 당구채널 프로그램을 녹화하면서 비슷한 옆돌리기를 두 번 시도해봤는데, 모두 실패했다. 마냥 쉽지만은 않은 옆돌리기더라. 하하.

▲결승에 올라가면서 초대 챔피언 자리도 욕심이 났을텐데.

=당연하다. 그런 만큼 ‘초대 챔피언’을 놓친 게 정말 아쉽다. 이번 대회 종반전 접어들며 입상권이 눈에 보일 때 초대챔피언 타이틀이 그렇게 욕심 나더라. 솔직히 상금 안받고 ‘초대 챔피언’에 이름을 올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놓쳤으니 다음 투어땐 ‘한국인 최초 챔피언’ 타이틀을 노려보겠다.

▲당구 선수로 가장 큰 상금을 받았다. 어디에 쓸 생각인가.

=아버지께서 사업하시는데, 한때 사업이 어려워 지인에게 돈을 빌린 적 있다. 지금껏 조금씩 갚아왔는데 이번에 다 갚으려고 한다. 나머지는 일단 남겨두고 생활비로 쓰겠다.

▲앞으로 목표는.

=‘한국인 최초 PBA투어 챔피언’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대회 입상이었는데, 입상하니까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연습도 열심히 해서 결승에서도 꼭 세레머니를 해보고 싶다.

▲이번 대회로 팬이 많이 생겼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이번 대회때 밤늦게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준우승에 그쳐 마음에 걸린다. 다음에도 결승에 올라간다면 응원해주신 분들 실망시키지 않도록 꼭 우승을 선물하겠다. [samir_@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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