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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3쿠션 장내아나운서 ‘그녀’, 챔피언 도전 선언

부산시장배 2위 이마리 “WPBL최종선발전 탈락후 이 악물어”
20대 중반 포켓선수, 30대 후반 3쿠션선수로 데뷔
오랜 미국생활…국제대회 장내아나운서 및 외국선수 통역 활동
“한국 챔피언 거쳐 세계 챔피언에 도전해야죠”

  • 기사입력:2018.12.17 12:05:20
  • 최종수정:2018.12.18 08: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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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이달초 열린 ‘제7회 부산시장배 전국오픈당구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우승자 이미래(성남) 못지않게 현장에서 많은 박수를 받은 준우승자 이마리(서울). 올해 47살의 당구선수인 그를 그의 연습장인 인천 미추홀구 가브리엘 대대클럽에서 만났다.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이달초 열린 ‘제7회 부산시장배 전국오픈당구대회’ 여자부 결승전. 이미래(성남‧국내2위)가 정상을 밟으며 5개월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준우승자도 이미래 못지않게 현장에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올해 47살의 당구선수, 이마리(서울‧10위)가 그 주인공.

이마리는 당구경험만 올해로 25년이 넘는다. 20대 중반, 박신영 등 한국포켓볼 1세대 선수들과 선수로 잠깐 활동했고, 이후 30대 후반에서야 3쿠션 선수로 데뷔했다.

3쿠션 선수 초기엔 수많은 대회에서 입상했지만, 최근 몇 년간 큰대회 입상이 작년 ‘부산시장배’ 공동3위가 전부였다. 때문에 일부 당구팬들에겐 한국에서 열리는 3쿠션월드컵, LGU+컵 등 국제대회의 장내 영어 아나운서로 더 알려졌다.

이런 그와 지난 14일, 그의 연습구장인 인천 미추홀구 가브리엘 대대전용클럽에서 만났다. 이마리는 “25년간의 당구인생 중 지금이 가장 진지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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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부산시장배 전국당구대회" 여자부 결승전 중 샷을 구상하고 있는 이마리.
▲부산시장배 이야기를 해보겠다. 준우승이다. 당연히 우승을 기대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선수니까. 하하. 하지만 (이)미래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패배(21:25)했다. 그래도 준우승 성적은 마음에 든다. 최근 전국대회 8강에서 주저앉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부산시장배에선 공동3위에 올랐는데, 4년여만의 전국대회 입상이었다. 작년과 올해, 부산에서 많은 힘을 얻었다. 하하.

▲부산시장배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체력적으로 지쳤던 (강)지은이와의 32강전. 서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 45이닝까지 가서야 23:23으로 비겼고, 승부치기도 세 번이나 갔다. 결국 마지막 승부치기에서 3:2로 이겼는데, 온 몸에 힘이 다 빠지더라. 사실 그 경기 도중엔 지은이가 빨리 이겨주길 바라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서. 하하.

▲부산시장배에서 보여준 자신의 경기력을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4점. 실수가 많았다. 수비 등 경기운영에서도 많이 부족했고. 특히 미래와의 결승전에선 빈쿠션 샷으로만 해결해야 하는 공을 몇 번 받자,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리더라. 연습때 외워놓은 시스템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회 내내 미소를 잃지 않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래 심각한 분위기를 싫어한다. 17살부터 20대 중반까지 미국(휴스턴)에서 이민생활을 할 때, 강도에게 총기로 위협받는 등 생사가 걸렸던 일들을 수차례 겪었다. 그러다보니 웬만한 일엔 눈하나 깜짝 안한다. 공 칠때도 이런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다. 실수를 하더라도 씩 웃고 넘긴다. 문제는 그로 인해 진지하게 경기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저도 나름 진지한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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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작년와 올해 부산에서 좋은 기운을 얻었어요" 올해 부산시장배 준우승을 거둔 이마리는 작년 같은 대회에서 공동3위에 올랐다. 작년 부산시장배 입상은 그로선 4년여만의 전국대회 입상이었다. 사진은 부산시장배 여자부 입상자들. 왼쪽부터 공동3위 용현지(광명), 우승 이미래(성남), 준우승 이마리(서울), 공동3위 김민아(서울).
▲현재 국내랭킹 10위다. 하지만 몇 년 전만해도 손에 꼽히는 강자였는데.

=전국대회 입상이 꽤 많았다. 제가 잘해서라기 보단, 여자선수들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대부분 전국대회가 64강부터 시작되지만, 제가 캐롬선수로 등록한 2010년쯤엔 출전선수가 2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당구를 3쿠션이 아닌 포켓볼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미국 살 때 교민 오빠언니들과 풀(포켓볼)클럽에 자주 갔다. 처음엔 구경만 했는데, 매번 지기만 하는 사람에게 내가 ‘구멍에 공 넣는게 뭐가 어렵냐’고 했더니 저보고 쳐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 큐를 처음 잡아봤다. 브릿지도 어설프게 잡고 샷을 날렸는데, 제1적구가 수구에 ‘펑’하고 맞더니 그대로 구멍에 쏙 빨려 들어갔다. 수구는 제1적구 자리에 멈춰 있었다. 포켓을 처음 친 내가 스톱샷을 날린 것이다. 그 순간, ‘이거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거짓말처럼 그 클럽의 강자들을 다 물리치고 최고수가 됐다. 하하.

▲2000년대 초, 포켓볼 선수로 등록했다.

=90년대 중반, 한국에 들어와 영어강사 하다가 미국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서울 강남 신사동 클럽을 다니며 공을 쳤다. 그러다 한 백화점에 걸린 ‘여성8볼대회’ 포스터를 보고 나가봤는데, 덜컥 우승을 했다. 그게 24살 때다. 알고보니 강남에선 그런 대회가 주말 내내 열리더라. 우승상금은 50~60만원. 당시로선 제법 큰 돈이었다. 그후로 포켓볼도 즐기고, 상금도 얻을 겸 주말마다 거의 모든 대회에 나갔다. 대부분 우승, 못해도 3등이었다. 그러니 강남쪽 참가자들이 저를 견제하더라. 말도 안되는 소문도 만들어내고. 그래서 아예 25살 때 선수로 등록했다. ▲그런데 포켓볼 선수를 1년도 안돼 그만뒀다. 그 이유는.

=사실 선수에 대한 간절함 때문에 선수로 등록한게 아니었다. 공을 보다 즐겁게 치기 위한 결정이었는데, 선수시합에선 그게 쉽지 않더라. 즐기는 당구가 하고싶던 저로서는 그래서 선수등록 1년을 못 채우고 선수를 포기하게 됐다.

▲포켓볼에서 3쿠션으로 전향한 계기는.

=30대 초반, 서울 홍대 인근에서 열린 한 아마추어 포켓대회에서 남자 참가자를 꺾고 우승했다. 그때 ‘포켓시합은 이게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모든 대회 참가자가 비슷했고, 성적도 나름 내다보니 다른 사람과, 다른 당구를 치고 싶더라.

그러던 2003년 께, 당시 서울연맹 회장님이 강남에서 클럽을 운영하셨는데, 아는 언니와 함께 그곳에 갔다가 국제식 대대를 처음 봤다. 별 생각없이 공을 몇 번 쳤는데, 포켓볼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더라. 이후 3쿠션에 푹 빠져 강남 논현동 뉴코리아당구장에 매일같이 출퇴근 했다. 그 클럽에 11년 다니면서 대대 15점에서 26점까지 만들고 나왔다. 하하. 그 와중에 서울연맹 선수로 등록(2010년)도 했고,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도 냈다.

▲포켓볼과 3쿠션 경험을 합하면, 당구경력이 25년 이상이다. 그런데 최근 당구레슨을 받기 시작했다고.

=즐겁기 위해 공을 쳐왔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생각을 해본적 없다. 하지만 홀로 당구를 연구하려니 한계가 있더라. 그래서 작년부터 스승님(성상은 김포연맹 선수)께 레슨을 부탁해 배우고 있다. 올해 여자프리미어당구리그(WPBL) 최종선발전에서 탈락한 경험은 이를 더욱 악물게 한 계기가 됐다. 때문에 요즘, 제 당구인생 그 어느때보다 가장 진지하게 당구를 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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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목표요? 당연히 세계챔프죠" 인터뷰 말미에 이마리에게 향후 목표를 묻자 그는 세계챔프를 노린다고 했다. 또한 그에 앞서 국내랭킹 1위로 도약해 세계여자3쿠션선수권에 출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간 국내에서 열린 국제당구대회에서 장내 영어아나운서 역할을 도맡아 왔는데.

=영어가 특기니까. 하하. 지금까지 7~8년간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3쿠션월드컵, LGU+컵 등 대회에는 거의 다 투입된 것 같다. 한편으론, 저를 그런쪽으로만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슬프기도 하다. 저도 선수인데 말이다.

방한한 외국선수들의 통역사로도 많이 뛰었다. 기억남는 선수는 테레사 클롬펜하우어. 7년전 논현동 뉴코리아당구장에 방문했을 때, 제가 1점차로 아쉽게 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후 그 선수의 기량이 폭풍성장해 지금은 여자3쿠션 톱클래스 선수가 됐다. 저 위로 올라간 테레사 선수가 부럽다. 다니엘 산체스는 거의 ‘한국인’이다. 음주가무를 통한 어울림을 참 좋아한다.

▲‘선수 이마리’의 목표가 있다면.

=(질문 끝나자마자)세계챔피언이다. 그러려면 세계여자3쿠션선수권에 출전해야 하는데, 우선 우리나라 챔피언이 되어야 그 무대에 설 자격이 생긴다(대회 참가신청 당시 랭킹 1위가 참가). 당구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한 만큼 여러 면에서 발전하고 있다. 그 자격(국내랭킹 1위)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sylee@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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