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오성욱 “태극마크에 랭킹4위, 전성기죠”
호치민亞3쿠션대회 첫 국가대표 “가문의 영광”
작년 정읍단풍미인배 우승에 올해 인제오미자배 2위
결승상대 강동궁 “세계정상급 선수답게 압박감 대단”
23일 개막 안탈리아W 첫 출전…‘우상’ 브롬달과 붙고싶어
“(조)재호는 롤모델, 스무살어린 명우한테
한국 남자 3쿠션계가 맞이한 "춘추전국시대". 오성욱은 "누가 우승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이 판에서 최근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MK빌리어드뉴스가 최근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2018 베트남 호치민 아시아캐롬선수권"을 통해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단 오성욱을 서울 구로구 오류도 한 당구장에서 만났다. 오성욱은 지난해 7월 ‘정읍 단풍미인배’ 우승을 기점으로 쭉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열린 5개 전국대회에서 32강 3회(지난해 12월 대한체육회장배, 강진청자배, 부산광역시장배), 16강 1회(3월 포천 전국대회)에 이어 이달 초, ‘인제 오미자배’에선 결승에 올랐다.
이런 성적을 바탕으로 오성욱은 최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2018 아시아캐롬선수권’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 생애 첫 태극마크도 달았다.
오는 23일 개막하는 ‘터키 안탈리아 3쿠션월드컵’을 앞두고 연습중인 오성욱을 서울 구로구 오류동 ‘콘테이너당구장’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선수들에게 우승을 두 번(2010 김경률, 2010 최성원)이나 안긴 ‘영광의 땅’ 안탈리아가 제게도 기회의 땅이 되길 바란다”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8일 끝난 ‘호치만 아시아캐롬선수권’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소감은.
=3월 말 인제 오미자배대회 치르면서 그 소식을 들었다. 그 대회 결승진출과 함께 잇따른 경사였다. 가문의 영광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이지 않나. 어쩌면 선수생활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였다. 큰 긴장감은 없었지만, 성적에 대한 욕심은 있었다.
▲한국 대표로 처음 출전한 아시아대회, 결과에 만족하는지.
=16강 진출에 실패해 많이 아쉽다. (조)재호, 서현민 선수, 마슌쿵 등 한 명도 쉬운 상대가 없었다. 또 나중에 알았는데, 조별리그 마지막 재호와의 경기에서 후구 공격때 2점 더 쳤다면, 재호 대신 제가 16강에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패배는 쓰라렸지만, 좋아하는 동생이 제 컨디션을 회복, 우승까지 해 기쁘더라. 재호는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친한 동생이다.
▲국내 성적 이야기를 해보겠다. 현재(16일 기준) 국내랭킹 4위다. 전성기를 맞았다고 보는가.
=그렇다. 2007년 서울연맹 선수로 등록할 때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한 순위다. 당시 2년도 안 돼 선수생활을 접었다가, 4년 전(2014년) 재등록 했다. 그때 세운 목표가 전국대회 시드를 받는 32위 진입이었다. 다행히 1년 반만에 이루어냈고, 다음은 한자릿수 랭킹을 바라봤다. 이 역시 실현됐기에 이제 모든 선수들의 꿈인 ‘톱’을 노리려고 한다.
▲2014년까지 5년여간 선수생활을 쉰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때문이다. 당시 아버님이 쓰러지시면서 장남으로서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그 밖에도 안좋은 일이 연달아 찾아왔다. 선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도저히 큐를 들 수 없더라. 그래서 경기도 광명시에서 운영하던 클럽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히 지금은 그 상황들이 수습돼 다시 공을 치고 있다. 행복하다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는.
=한 형님(김홍렬 씨)이 계셨다. 심적으로 기대면서 물질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가족을 제외하고 ‘선수 오성욱’의 제1호 팬이자 가장 큰 응원군이다. 선수생활 하면서 차차 은혜를 갚아나갈 생각이다.
오성욱은 지난해 7월 "정읍 단풍미인배"를 통해 전국대회 첫 우승을 신고했다. 사진은 정읍 대회당시 홍진표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대기석에 앉아 있는 오성욱. =심적으로 안정이 돼서? 하하. 지난해 7월, 제 첫 후원사(DS빌리어즈)가 생겼다. 당구선수들에게 이런 부분이 얼마나 힘이 되는 줄 모른다. 올해부턴 3쿠션월드컵 등 국제대회 출전도 지원받기로 했다. 감사하다. 아직 부족한 선수지만, 열심히 성적을 내 보답하겠다.
▲선수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첫 전국대회 우승한 ‘정읍 단풍미인배’를 꼽을 수도 있지만, 저는 최근 결승에 오른 ‘인제 오미자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강동궁 선수와의 결승전. 첫 대결이었는데 세계 정상급 선수가 주는 압박감이 대단했다. (당시 오성욱은 강동궁의 맹공에 전반전 2:22, 6:32로 일방적으로 끌려가다 막판에 경기력을 회복하면서 29:40으로 패했다)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항상 밝게 웃는 표정으로 ‘스마일맨’이란 별명이 있는데, 이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했다고.
=언제부턴가 공 치며 짜증내는 게 싫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런데 이번 ‘아시아캐롬선수권’때 친한 (최)성원형이 “너 계속 웃는거 아냐?”고 하더라. 팬들에겐 보기좋을지 몰라도 상대 선수에겐 실례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예를 들어, 박빙의 순간 ‘럭키샷’이 터졌을 때. 앞으로 경기 후반부엔 자제하려 한다. 실력은 기본이고, 인성적으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런 부분을 후배 맘상하지 않게 살짝 귀띔해준 성원형이 고맙다.
▲오성욱 선수는 동료들, 특히 후배들과도 편하게 지내는 선수로 알려졌는데, 스무살 어린 조명우 선수와도 격의 없이 지낸다던데.
=나이로는 형이지만, 후배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특히 (조)재호는 형동생 관계를 떠나 선수로서 정말 존경하는 제 롤모델이다. (조)명우도 마찬가지. 기술적으로 뛰어나 직접 코칭을 요청하기도 했다. 흔쾌히 받아준다. 하하.
"한국당구 "영광의 땅" 터키 안탈리아, 제겐 기회의 땅이 될까요?" 오성욱은 오는 23일 개막하는 "터키 안탈리아 3쿠션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해외 3쿠션월드컵 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배우는 자세로 대회에 임하겠다"면서 "한번 쯤은 "우상" 브롬달과 경기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처음 나가는 월드컵 무대다. 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아직은 배운다는 자세로 출전하는 게 맞다. 개인적으로 동경의 대상인 ‘당구황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과 붙어보고 싶다. 승패에 관계없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것 같다. 또 안탈리아는 한국 선수들에게 두 번이나 우승을 안겨준 곳이다. 제게도 ‘기회의 땅’이 될 줄 누가 알겠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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