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포켓 2관왕’ 최솔잎 “임신중이라 기대안했는데”
개인전‧혼복식 우승 “내년 2월 태어날 아이 태명(복덩이)덕분”
"2017 전국체육대회 당구대회" 포켓볼 부문 2관왕에 오른 최솔잎은 MK빌리어드뉴스에 "복덩이 덕분에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다"며 기뻐했다. 광주연맹 경사의 최고 수훈갑은 단연 최솔잎(28)이다. 얼마전 ‘구리 세계포켓볼대회’(이하 구리 포켓볼대회)에서 김가영을 꺾고 16강에 올라 기대감을 높이더니 이번 전국체전에선 포켓종목에 걸린 금메달 3개 중 2개(여자 개인, 혼성복식)를 홀로 목에 걸었다. 게다가 최솔잎은 현재 임신 6개월차 임산부.
이런 그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장프로클럽’에서 만났다. 내년 2월 출산을 앞둔 그는 남편 하민욱(포켓볼 선수)씨와 함께 기자를 반겼다. 최솔잎은 인터뷰를 통해 “태명을 복덩이로 지었더니 진짜 복이 들어오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전국체전 2관왕, 예상했었나.
=2관왕은커녕 입상도 못할 줄 알았다. 선수생활 중 처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참가한 대회였다. 그래서 그런지 윤미 언니(임윤미 선수)와의 개인전 16강전이 정말 힘들었다. 랭킹 1위의 경험도 풍부한 선수이지 않나. 제가 (세트스코어)8:5로 이겼지만 게임 흐름은 5:5까지 박빙으로 흘렀다.
최솔잎은 이번 전국체전 포켓10볼 여성부에서 16강전 국내랭킹 1위 임윤미, 4강전 2위 박은지를 꺾는 등 무서운 기세로 우승을 차지했다. 포켓9볼 혼성복식에선 고명준과 짝을 이뤄 4강에서 7월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우승팀 권호준-권보미(경기), 결승에선 ‘무서운 20대들’ 고태영-김정현(세종)을 차례로 누르고 전국체전 당구종목 유일한 ‘2관왕’ 주인공이 됐다.
▲전국체전은 성적 압박감이 큰 대회다. 그럼에도 마음비운 이유는.
=현재 임신 6개월째인데, 임신 초기부터 힘들어 5개월 넘게 큐를 많이 못 잡았다. 하루 겨우 1~2시간 정도.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다행스러운 건 전국체전에 앞서 구리 포켓볼대회가 열렸다는 점이다. 그 대회가 감각 유지에 꽤 도움이 됐다.
"2017 구리 세계포켓볼대회"에 대한 감회를 밝힌 최솔잎. =그렇다. 같은 아시아지만 중국, 대만은 매년 많은 포켓볼 대회가 열린다. 선수등록하고 해마다 3~4회씩 중국에 다녀올 때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또 한국의 첫 포켓볼 국제대회인 만큼 정말 잘하고 싶었다.
▲바람대로 국제대회 개인 최고성적(32강)을 갱신했다.
=저도 놀랐다. 그 대회 역시 전국체전처럼 편한 마음으로 나갔다. 종전 국제대회 최고 성적은 지난해 ‘세계포켓9볼선수권’ 32강이다.
▲당시 32강에서 김가영을 꺾자 큰 화제가 됐다.
=국제대회에선 가영 언니(김가영 선수)와 처음 만났다. 가장 긴장됐던 순간은 13세트 마지막 공을 포팅(포켓에 볼을 넣는 것)할 때. 그 샷만 성공하면 8:5로 게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마땅한 각이 나오지않아 뱅크샷을 시도했는데 성공했다. 긴장을 많이 했는지, 경기 끝나자마자 배가 조금 아팠다. 10분 쉬고 바로 이어진 16강전은 그래서 100% 집중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최근 좋은 성적을 크게 반긴다고.
=전국체전 후 부모님이 저희 집(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오셨다. 그때 아버지가 “수고했다”고 격려하시더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거시더라. 큰 미소와 함께 말이다. 하하. 사실 제 당구선수의 길을 열어주신 건 아버지다. 그래서 더 대견하고, 흐뭇하셨나보다.
▲당구 첫 시작이 스누커였다고.
=고2때, 아버지가 공 한번 쳐보라고 하셨다. 재미있으면 이 길로 가고, 아니면 다른 종목을 선택하라고 하셨다. 그 종목이 스누커였다.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셔서 딸이 운동선수로 대성하길 바라셨다. 대학 진학때도 당구전공자로 입학할 수 있는 명지대 사회체육를 권해 입학했다. 그러다 ‘박승칠 당구학교아카데미’에 들어가 3년 가까이 체계적으로 당구를 배웠다. 1년간은 스누커, 그 후에 포켓볼로 종목을 전향했다. 학교는 적성에 맞지 않아 6개월 후 중퇴했다.
▲아마추어 때, 첫 출전한 대회를 우승했다는데.
=8년 전, 전국 동호인을 대상으로 열린 애니콜대회였다. (애니콜대회는 2005년 국민생활체육연합 당구연합회가 포켓볼 보급을 위해 만든 대회다) 스누커만 배울 때였는데, 나가자마자 우승했다. 그리고 2년 뒤, 제주연맹 선수로 등록했다.
최솔잎이 포켓 테이블 앞에 큐를 들고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솔잎은 "항상 응원해주는 남편(하민욱 선수)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선수생활을 오래 할 곳을 알아보다 2011년 12월 경, 최종적으로 제주도를 택했다. 당시 남편이 저의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제주당구연맹과 체육회에 전했다고 하더라. 집이 서울이고, 남편이 운영하는 클럽도 서울에 있어 그곳에서 연습을 했다. 물론 친해졌고, 2년 넘는 연애기간을 거쳐 지난해 1월 23일 부부가 됐다. 그리고 6개월 전, 우리 딸 ‘복덩이’(태명)까지 생겼다.
▲임신 중이다. 연습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어쩔 수 없다. 대신 하루 1~2시간씩 이곳(장프로클럽)에 와 감을 잡는다. 저희 남편과 형제처럼 지내는 문석 오빠(장문석 전남연맹 포켓볼 선수)가 운영하는 곳이다. 문석 오빠는 지금 제 당구선생님 역할도 해주신다. 스승과 제자가 이번 전국체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걸어 기쁨이 두 배로 컸다.
▲가족들이 ‘임산부 선수’ 걱정 많이 할 것 같다.
=남편은 물론이고 저희 시부모님, 특히 시어머님께서 걱정이 많으시다. 저를 끔찍이 아끼시는데 남편에게 들어보니 제 전국체전 우승소식에 눈물을 흘리셨단다. 대견함과 함께 홀몸 아닌 며느리가 별 탈 없이 대회를 치렀다는 안도감이 드셨다고 한다. 그래서 걱정 안 끼치도록 더 주의하고 있다.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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