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청주당구WC 와일드카드’ 강인원 “뜨거운 응원 처음 받아봐”

“다시 그 자리에 서고싶다…선수에 올인하려 당구장도 처분”
“세이기너와의 32강전 이길 수 있었는데...너무 긴장했다”

  • 기사입력:2017.10.11 09:57:15
  • 최종수정:2017.10.11 09:59:1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669903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설명7년만에 3쿠션월드컵 본선무대에 선 강인원을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강인원은 "설렜고, 다시 그 자리에 서고싶다"고 밝혔다.
지난 달 29일 치러진 ‘2017 청주직지 당구월드컵’ 32강전. 한 한국선수에게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주인공은 강인원(충북연맹). ‘2010 포르투갈 마토지뉴스 월드컵’ 이후 7년만에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그는 ‘백전노장’ 세미 세이기너(터키)와 백중지세 경기를 펼쳤다. 종반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경기에서 강인원은 막판 집중력을 발휘한 세이기너에게 39:40 한 점차로 패했다. 강인원은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씁쓸하게 웃었다.

당시의 여운이 가시기 전인 지난달 30일, MK빌리어드뉴스는 강인원을 만나 오랜만에 오른 월드컵 본선무대에 대한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독일‧네덜란드에서 활약하다 국내로 들어오게 된 이야기 등 ‘유럽파’ 강인원의 재기를 위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7년만의 월드컵 본선,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대회장에 입장하는 순간 오랜만에 경기에 대한 설렘을 느꼈다. 또 많은 팬들의 응원에 감격했다. 제가 마치 연예인이 된 듯 했다.(웃음) 어렸을 땐 ‘신동’ ‘천재’ 소리 들으며 많은 환호를 받았지만, 성인이 된 후론 듣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과 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또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 이유다.

강인원은 2010년 7월 ‘포르투갈 마토지뉴스 월드컵’에서 PPPQ(예선 1라운드)부터 치고 올라가 본선 무대를 밟은 경험이 있다. 2014년엔 Q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게 패해 1승1패로 아쉽게 본선행을 코앞에서 놓치기도 했다.

▲32강 상대가 세미 세이기너였는데...

=6~7년간 대회장을 떠났던 선수였지만, 큐 감각은 예전 그대로더라. 오히려 볼을 다루는 기술은 더 섬세해진 것 같다. 세계랭킹 1위까지 했던 선수임에도 자신의 당구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엔 리듬을 타면서 시원하게 점수를 뽑아냈다면, 이번엔 샷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치더라.

▲한 점차로 패했다.

=패인은 긴장감이 컸던 때문이다. 샷을 부드럽게 치려하면 공이 약하게 굴렀고, 세게 치려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게 나갔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경기 끝나니 팔이 20~30kg 바벨을 들고 한참 운동한 것처럼 아팠다. 또 최근까지 개인 클럽을 운영하느라 게임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했다.

▲승리에 가까웠던 경기였다.

=사실 초반 10점째 치고나갈 때, 상대가 세이기너라도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세이기너가 완벽한 스트로크와 볼 배치를 보여주더라. 그때부터 자꾸 경기에서 질 때 생각이 떠올랐고, 점수내기 힘들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후반부에 37:37 등 접전 양상으로 경기가 흐르자 앞서보다 더 큰 응원이 들렸다. 그때 내가 이만큼 쳐낼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멋지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응원에 부합하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다. 나머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경기 내내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고.

=다 패자의 변명이다.(웃음) 그것도 긴장 때문인 것 같다. 샷에 집중하려는 순간마다 조명이 계속 시야에 들어왔다. 평소 제가 치던 포인트와 각도가 달리 보일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당구선수는 어깨에 힘을 빼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669903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사진설명"2017 청주직지 당구월드컵" 대회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인원.
▲너무 완벽한 샷을 추구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저도 들었다. 너무 꼼꼼하게 샷을 치려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게 제 스타일이다. 당구선수는 샷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제가 모르는 다른 방법의 힘 배합은 불안하다.

▲월드컵 본선 ‘와일드카드’ 받는 과정이 험난했다고.

=일각에서 “강인원이 와일드카드로 좋은 기회를 쉽게 얻었다”고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번 와일드카드는 1년간 열심히 노력해 얻은 성과다.

(편집자주=청주월드컵 개최지 자격으로 와일드카드 한 장을 보유한 충북연맹은 지난 1년간의 성적을 토대로 한 연맹 랭킹포인트 1위 선수에게 월드컵 와일드카드를 부여하기로 했다. 강인원은 8월 충북당구연맹 정기평가전 결승에서 강민구에게 40:22로 패했지만 포인트 49점을 획득, 총 496점으로 2위 강민구(477점)에게 19점 앞서며 7년만에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게 됐다.

만약 8월 평가전에서 강인원이 8강 탈락하고, 2위 강민구가 우승하면 와일드카드의 주인공이 바뀌는 상황이었다. 강인원은 “긴장감에 대회 전날 식사도 못하고, 밤새 설사하는 등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이 선수생활을 접은 걸로 안다.

=하하.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선수로 재등록했다. 하지만 그간 당구선수의 길을 쭉 걷고 있었다. 2010년엔 독일 분데스리가 2부 ‘페허바크’, 네덜란드 에레리그 2부 ‘반덴브로크 빌쟈크 암스테르담’에서 뛰며 팀을 1부로 이끌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 때문에 운영하던 클럽도 처분했는데.

=정확하게 지난 4월 20일, 당구장을 매매했다. 이번 월드컵은 제 선수인생에 있어 중요한 대회였다. 선수의 길에 ‘올인’하겠다는 스스로의 각오이기도 했다.

▲선수 강인원의 각오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선수로서의 열정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 그렇게 큰 응원 에너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앞으로 그런 자리에 계속 서고 싶다. 당구장도 처분했으니, 다른 후원을 모색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웃음) 다만 예전보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 유럽생활을 마치고 2015년 충북에 자리잡고 나선 국내대회 성적이 좋지 않다. 최고 기록이 7월 정읍 단풍미인배 64강이다. 아직도 국내대회 분위기에 적응하는 중이다.(웃음) 이를 극복하고 빨리 팬들에게 제 당구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청주=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