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하이런] 정읍 당구대회 ‘옥의 티’

동호인 최대축제…아이들 손잡고 가족단위 참가자도
‘찜통’ 경기장에 새벽 경기…당구연맹·정읍시 미숙한 운영 도마

기사입력:2017.07.19 15:23:17
최종수정:2017.07.19 22:51:31

‘2017 제13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단풍미인배 전국당구대회’(이하 정읍 당구대회)가 17일 새벽 동호인 경기를 끝으로 5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대회는 선수부와 동호인부로 나눠 진행됐다. 선수부에서는 오성욱(서울연맹)이 홍진표를 꺾고 생애 첫 전국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진정한 주인공은 동호인들이었다. 대회를 마주하는 그들의 열정은 무더웠던 폭염보다 몇 배는 더 뜨거웠다.

◇무더위 녹이는 텐트족 당구동호인들

동호인부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5일(토) 아침. 대회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당구동호인들로 북적댔다. 자동차와 대형버스 등 차량이 대회장인 정읍 국민체육센터 주차장을 가득 메웠고, 인근 도로 양쪽에도 차량이 줄지어 주차했다.

오후가 되자 그 수는 더 늘었다. 클럽별 유니폼을 입은 동호인들이 경기장에 자리 잡기 시작하자 경기장 전체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갔다. ‘POSAMO(포켓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ACE’ ‘POPOPO(서울 포켓볼 동호회)’ ‘WITH POOL(부천포켓볼동호회)’ ‘무심당구동호회’ ‘부산 L&B3쿠션 동호회’ ‘양산QBC동호회’ 등 각 동호회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저녁 경기가 진행될 무렵, 경기장 복도 등 곳곳에 ‘텐트족’이 출몰(?)했다. 텐트 안에 자리를 깔고 가져온 장비들을 진열해 놓았다. 이 텐트들은 대회가 이어지는 주말동안 동호인들의 휴식처 겸 대기실로 이용된다.

텐트족들은 30도를 훌쩍 넘긴 폭염을 부채와 선풍기로 맞섰다. 또 수박 등 다과를 들며 그들만의 ‘여름 피서’를 즐겼다.

포켓9볼 이완수(인천시체육회) 선수는 동호인 포켓볼경기에 참가한 아내와 두 자녀를 위해 텐트를 쳤다. 그는 “이 대회는 동호인들에게 ‘양구 정중앙배대회’와 더불어 큰 당구축제”라며 “텐트를 치는 이유는 숙소 예약이 힘들고, 경기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당구 동호인들 사이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13회째인 정읍 당구대회는 당구인들에게 ‘동호인들의 당구축제’로 여겨진다. 그간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주관아래 생활체육 당구인들의 큰 축제로 자리 잡아왔다. 선수부 경기는 작년 통합 대한당구연맹이 출범하면서 함께 치러지기 시작했다. 동호인들의 축제에 선수부 경기가 곁들여진 셈이다.

동호인부 대회는 3쿠션 남자부(1~2부)‧여성부‧단체전, 포켓9볼 개인전(A‧B조)‧단체전이 치러졌다. 3쿠션 동호인 1부는 이우동(광주다모), 2부는 고원진(전남목포), 3쿠션 여자부는 정은영(QBC), 단체전은 이호영‧최명진‧신기웅‧박주선(JJ빌리어드클럽)팀이 각각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2개 조로 나뉘어 치러진 포켓9볼 동호인부 A조는 김범서(공일구), B조는 김미연(죤스)이 우승을 차지했다. 단체전 우승은 이건‧임일‧김승욱‧정선희‧권현미(원포켓A)팀에게 돌아갔다.

◇찜통 더위에 월요일 새벽까지 경기 진행

그러나 알찬 내용으로 가득했던 이번 대회는 운영에 많은 문제점도 남겼다. 이 때문에 대회 내내 선수들과 동호인들의 불만이 계속 이어졌다.

가장 항의가 빗발쳤던 부분은 ‘찜통 경기장’ 문제.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이 경기장을 데웠지만, 대회 3일째인 14일까지 경기장 내 냉방이 수월하지 않았다. 그나마 갑자기 내린 빗줄기가 달궈진 열을 식혀줬다. 그 탓에 선수들은 연신 땀을 훔쳐대며 경기에 임해야 했다. 주최측인 대한당구연맹이 부랴부랴 타이를 제거하고, 소매를 걷는 것을 허용했지만, 선수와 동호인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비싼 돈 들여 이 대회를 개최한 정읍시도 속수무책인 건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는 “우리도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실 이번 대회는 5월 2주차에 계획됐었으나, 갑작스럽게 치러진 ‘장미대선’ 여파로 정읍시로부터 연기 요청이 들어와 불가피하게 7월에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더위에 대비해 대회 기간 내내 냉방을 최대로 가동했지만, 시설이 노후해 온도가 떨어지지 않아 정읍시에 시정 문의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읍시시설관리소 관계자는 “우리는 대회장 대관 등을 담당하는 곳”이라며 “대회 내내 에어컨은 풀 가동된 것으로 안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답변은 거부했다.

또 다른 문제로 부족한 테이블수도 거론됐다. 이전 대회보다 테이블 수가 적어 경기 시간이 크게 지체됐다는 것. 실제로 16일(일)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동호인부 경기는 다음날인 17일(월) 새벽이 돼서야 끝났다.

이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사실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가 주관할 때에는 동호인부 경기에 중대가 들어갔지만, 연맹이 주관하면서 국제식 대대를 넣다보니 테이블 놓을 자리가 부족했다”면서 “사전에 이를 우려해 종합대회임에도 스누커 선수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스누커 테이블을 빼는 등 노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맹측은 ‘운영의 묘’가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동호인부 경기는 심판이 투입되지 않고, 샷에 대한 타임룰도 적용되지 않아 경기시간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런 부분을 대회운영위원회에서 놓쳤다는 것.

박태호 대한당구연맹 수석부회장은 “연맹 내부에서도 정읍 당구대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내년부터는 동호인 경기에도 심판을 투입하고, 40초 룰도 적용하는 등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정읍 단풍미인배 당구대회는 분명, 국내 최대 당구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당구연맹과 정읍시의 미숙한 대회운영은 ‘옥의 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