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줌3쿠션마스터즈’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공격일변도‧임의 공배치 등 새로운 방식 ‘긍정 평가’
‘점수 무제한’에 자네티 70점, 먹스 57점 기록도
수비없는 경기 박진감 ↓ “축구를 PK로만 하나”
티켓이 15만원, 20만원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
KBF-UMB갈등…국내 톱플레이어 대거 불참, 흥미↓
제1회 3쿠션챌린지월드마스터즈 대회의 입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준우승 에디 레펜스(벨기에‧세계 18위), 우승 에디 먹스(벨기에‧2위), 공동 3위 쩐꾸옛찌엔(베트남‧12위), 타이푼 타스데미르(터키‧16위).[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최근 막을 내린 ‘제1회 3쿠션챌린지월드마스터즈(이하 3CC마스터즈)’는 대회 개최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였다. 최근까지 이어져온 UMB(세계캐롬연맹‧회장 파엘 룩 바르키)와 KBF(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의 갈등 때문이었다.
결국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3CC마스터즈가 개최된 사이, 춘천에서는 KBF가 주최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가 따로 열렸다. 3CC대회에는 단 네 명의 한국선수(허정한 최성원 최완영 조치연)만 참가했다.
여러 잡음 속에 3CC대회는 일정대로 진행됐고 에디 먹스(벨기에‧세계 2위)가 에디 레펜스(벨기에‧세계 18위)를 꺾고 초대 우승자가 됐다.
대회 주최측(UMB‧코줌)이 이번 대회에 내세운 것은 바로 ‘공격력을 내세운 새로운 유형’의 경기 방식이었다. 상금 또한 세계대회 상금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 주어져 참가 선수들만큼은 즐거운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이 대회를 지켜본 당구팬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먼저 새로운 경기방식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선 합격점을 주었다. 또 선수가 수비 없이 오로지 공격에만 집중하는 경기 방식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반면, 이닝마다 임의로 공을 배치하는 과정이 경기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점, 수비를 배제한 경기방식으로 톱랭커간 대결임에도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울러 KBF-UMB간 갈등으로 인한 국내 톱랭커들의 불참, 고가의 입장료로 일반 팬들의 진입 장벽이 어려웠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당구팬들 ‘입맛’ 고려한 새로운 경기방식
이번 대회는 기존 3쿠션 경기방식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으로 관심을 모았다.
경기는 20이닝으로 제한됐고, 초구배치인 첫 이닝을 제외하고 매 이닝마다 시스템에 의한 임의 배치가 주어졌다. 이를 두 선수가 각자 얼마나 많은 득점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득점 제한이 없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명장면들도 나왔다.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세계 4위)는 에디 레펜스를 상대로 20이닝 동안 무려 70득점을 기록,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에디 먹스 또한 결승전에서 57득점을 기록, 에버리지 2.85의 기록을 남겼다.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벨기에의 에디 먹스(세계랭킹 2위)는 4만 달러(한화 약 4,500만원)의 우승 상금을 챙겼다. 이는 기존 UMB가 주최하는 3쿠션월드컵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3쿠션 월드컵 우승 상금은 16,000유로(한화 약 2,000만원)다.
준우승을 차지한 에디 레펜스(벨기에‧18위)는 2만 달러(한화 약 2,200만원), 3위를 차지한 쩐꾸엣찌엔과 타스데미르는 각각 1만5천달러(한화 약 1,700만원)를 받았다. 무랏 나시 초클루(터키‧9위)와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세계 4위)도 각각 최고 하이런‧최고 에버리지를 기록해 각각 5천 달러(한화 약 56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제1회 3쿠션챌린지월드마스터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시상식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절반의 성공’ 절반은 아쉬움으로
아쉬운 평가도 뒤따랐다. 먼저 매 이닝마다 공이 배치되는 과정 자체가 경기 몰입도를 방해한다는 점이었다. 시스템이 공의 배치를 결정하고, 심판이 직접 3개의 공을 배치하는 과정이 약 2~3분 가량 소요됐다. 여기에 간간히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시간은 더욱 지체됐다. 이 과정은 전체 경기 시간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대결’의 의미가 무색해진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당구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인 수비를 배제, 경기의 박진감이 확 떨어졌다는 점이다. 현장서 만난 어떤 당구인은 ‘축구경기에서 PK로만 승부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실제 경기에서도 초반 승부에 따라 전체 경기 결과가 결정되는 장면이 꽤 나왔다.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에디 먹스가 경기 초반부터 크게 앞서 나갔으나, 에디 레펜스는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단 5이닝만에 승부가 갈린 경기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선수들은 ‘공격’에만 집중했지만 평균 애버리지는 기존의 대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당구계 한 관계자는 “당구는 보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당구는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공격과 수비가 오가는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지는 스포츠다. 이번 대회는 수비를 차단하면서 결과가 미리 결정되는 승부가 많아 아쉬웠다”고 바라봤다.
비싼 티켓가격으로 일반 당구팬들의 진입장벽이 높았던 점도 아쉬운 점이다. 결승전 티켓은 좌석에 따라 10~15만원이었다. 예선전은 종일권이 15~20만원, 1‧2턴(4경기)관람가는 8~10만원이었다.
주최측은 비록 입장료가 대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하다고 하지만, 고가의 티켓 정책은 당구대회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었다.
지난해 열린 ‘LGU+마스터즈’는 무료로 진행됐으며, 당구팬들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KBF-UMB 갈등으로 국내 톱랭커들이 대거 불참한 게 결과적으로 가장 큰 ‘미스’였다는게 당구계의 중론이다. [samir_@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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