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여왕` 눈물 쏟은 임정숙 “아빠, 보고있지?”
시상식 후 암투병끝 작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왈칵’
초등학교때 아버지 당구장서 처음 당구 알게돼
22살부터 ‘갑상선기능항진증’앓아 체력적으로 힘들어
우승 이끈 뱅크샷 “남편(이종주 선수)에게 배워”
“상금 1500만원 친정엄마, 시어머니 용돈드려야죠”
임정숙(33)이 여자프로당구 두번째 LPBA투어 "신한금융투자 챔피언십" 여왕 자리에 올랐다. 그는 우승 직후 방송인터뷰 도중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최근 여자프로당구 LPBA투어 두번째 여왕 자리에 오른 임정숙(33)은 우승 직후 우승 세레머니인 카메라 사인에 이같은 문구를 남겼다.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요. 말도 엄청 안듣던 딸이었는데, 당구선수 되고 나선 경기장까지 데려다주고 손 꼭 잡아으며 응원해주시던게 기억나서요. 아빠가 아직 살아계셨으면 누구보다 기뻐하셨을텐데…”
임정숙은 지난 25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LPBA 챔피언십’ 결승전서 서한솔(22)에 세트스코어 3:0(11:4 11:7 11:10) 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2017년 부산광역시장배 우승 이후 한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임정숙은 LPBA1차투어 16강에 이어 이번 대회서 ‘초대 챔프’ 김갑선을 비롯해 이지연 서한솔 등 강호들을 내리 꺾고 우승했다. 임정숙의 당구얘기를 들어봤다.
"아빠, 보고있지?" 임정숙이 우승 세레머니로 남긴 카메라사인.(사진제공=PBA)=아직까지 잘 실감이 안나고 멍한 기분이다. 결승전때 긴장도 많이 했고 경기도 잘 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팬들께 재미없는 경기를 보여드린 것 같아 아쉽다. 2017년 우승때는 실력이상으로 공이 잘 맞은 기분이 있었는데, 이번 투어때는 64강 제외하고는 계속 최하위로 올라갔다. 이를 극복하고 우승해서 더욱 기쁘다.
▲우승 직후 많이 울었는데.
=우승 세레머니로 카메라 렌즈에 사인하는 순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아버지는 암투병 하시다 4개월만인 지난해 3월 돌아가셨다.
▲어떤 딸이었나.
=어렸을 땐 정말 말을 안 듣는 딸이었는데, 제가 커가면서 아버지와 유대관계가 조금씩 생겼다. 당구 시작한 이후엔 경기장까지 데려다주시고 응원도 해주셨다. 2015년 선수데뷔 후 첫 우승했을 때 생각도 많이 났다. 애기 낳은지 3개월만에 대회에 나간거라 연습도 많이 하지 못했고 힘들었는데, 아버지가 계속 따라다니면서 손잡아주시고 힘을 주셔서 우승할 수 있었다.
우승 후 임정숙이 트로피를 바라보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다. 22살 때 발병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신경써서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는 병이다. 발병 직후에는 관리를 잘했지만, 애기가 생긴 후에 약을 끊으면서 증세가 조금씩 악화됐다. 그러다 약의 부작용(가려움증)까지 겹쳐 현재는 휴약기를 갖고 있는 중이다. 이번 대회 때 나름 체력을 많이 끌어올렸는데도 병이 워낙 오래 돼 힘들었다.
▲발병 후에 당구선수로 활동하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병이 생긴 후에 당구를 시작했는데 초반엔 관리를 잘해 큰 통증이나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제 구력이 10년정도 되었는데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운동보다 집중력과 체력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 당구인데 말이다. 빨리 이 병을 완치하고 싶다.
우승 후 임정숙의 5살배기 아들 이연우(5) 군이 경기장에 뛰어들어 꽃 한송이를 건넸고 이를 본 많은 관중들이 박수로 환호했다.=초등학교때 아버지가 당구장을 운영하셔서 자연스럽게 접했다. 처음엔 4구로 시작해 80, 100정도 쳤다. 그러다 김상아 선수를 알게 되면서 경기를 많이 했고, 동호인으로 활동하다 2013년에 선수가 됐다.
▲5살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연습 시간이 많지 않았을텐데.
=아이를 키우다보니 연습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현재 당구장(성남시 분당구 큐당구장)을 운영 중인데,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아이가 유치원서 돌아오는 오후4시까지다. 오전엔 함께 칠 상대가 없고, 오후엔 손님이 많아 연습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남편(이종주 PBA선수)이 계속 시간을 빼서 나를 밖으로 내보내줬다. 다른 클럽에서 김상아 선수와 세트제, 서바이벌 등 연습을 많이 한게 도움이 됐다.
임정숙은 "남편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아들과 남편 모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대회가 끝난 후 기념촬영하고 있는 임정숙의 가족(사진제공=PBA)=남편이 뱅크샷을 정말 잘 친다. 그래서 대회 연습할 때 주로 뱅크샷에 대해 많이 설명해 줬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서 뱅크샷이 많은 도움이 됐고 특히 결승전 마지막을 뱅크샷으로 마무리했다. 결승전 앞두고 남편이 이번 대회 서한솔 선수(결승상대)가 애버리지도 좋고 경기력이 좋지만, 신경쓰지 말고 자신있게 치라고 조언해줬다.
▲남편도 대회에 출전했는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남편은 저를 챙겨주느라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남편이 128강 첫 판서 탈락한 게 너무 속상했다. 탈락 직후에는 미안해서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될 것 같아 말도 꺼내지 못했다. 앞으로는 남편에게도 많은 연습시간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임정숙이 대회 시상식 후 PBA 김영헌 부총재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8강전이다. 전반에는 공이 잘 맞아서 크게 앞서고 있다가 후반에 공타가 계속 이어지면서 하야시 나미코 선수와 김갑선 선수에게 추격을 허용했고, 한때 역전까지 당해 다시 집중하느라 많이 힘들었다. (편집자주=8강서 임정숙은 한때 2위 하야시나미코와 20점차 단독선두를 달리며 앞서다 막판 김갑선과 하야시 나미코의 맹추격으로 동점을 허용, 마지막 이닝서 극적으로 4강 진출을 확정했다)
▲당구선수로 활동하며 가장 큰 상금을 받았을텐데 어떻게 쓰고싶나.
=지금까지 받아본 가장 큰 상금은 150만원이었다. 상금은 애기 봐주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신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싶다. 이외에는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다음 대회때는 우승후보로 주목받을텐데.
=제가 원한다고 연습시간을 마음껏 늘릴 수 있는게 아니어서 아쉽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연습해 다음 투어때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samir_@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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