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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BA ‘초대 퀸’ 김갑선 “올라오기 전 생생한 우승 꿈꿔”

女프로당구 최초 챔프 타이틀 “영광이고 감격스러워”
“결승 전날 긴장해서 잠 안와 소주 한잔 마시고 잤죠”
남편 이만식씨 35점 고수 “싸울까봐 남편한텐 안배우죠. 하하”
빈쿠션 잘 친다고 후배들이 ‘벽 잘치는 언니’라 불러

  • 기사입력:2019.06.07 09:33:47
  • 최종수정:2019.06.08 18: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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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지난 6일 막을 내린 여자프로당구 LPBA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갑선이 시상식에서 우승소감을 밝히고 있다. 여성 동호인 사이에서 "고수"로 통했던 김갑선은 선수 데뷔 첫 우승을 "여자프로당구 초대 챔피언"으로 장식했다. 시상식이 끝난 직후 김갑선과 이야기를 나눴다.


[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6일 막을 내린 여자프로당구 LPBA투어 주인공은 ‘벽 찰 치는 언니’ 김갑선(42)이었다. ‘벽 잘치는 언니’는 빈쿠션을 잘 친다며 후배들이 붙여준 별명이란다.

김갑선은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LPBA투어 개막전 파나소닉오픈’ 결승전에서 김세연에 세트스코어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사상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상금은 1,500만원.

수학강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김갑선은 여성 동호인 사이에서는 이미 ‘고수’로 통했다. 그후 지난 2014년 대구당구연맹 소속선수로 데뷔했다. 전국 대회 최고성적은 지난 2017년 ‘인제오미자배 3쿠션페스티벌’에서의 준우승이다. 그는 선수 데뷔 후 첫 우승을 ‘여자프로당구 초대 챔피언’으로 장식했다.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김갑선과 시상식이 끝난 직후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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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갑선이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LPBA투어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김갑선은 우승 직후 "너무 기뻐서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


▲우승 직후 현장에서 소감을 밝힐 때 ‘너무 기뻐서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지금은 진정이 좀 됐나.

=그렇다. 집이 대구인데 여기 일요일에 올라왔다. 피곤하기도 하고 너무 오랫동안 집을 비워서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하.

▲여자프로당구 첫 챔피언이 됐다.

=영광이다. 특히 앞으로 당구를 배우려는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여자프로당구 첫 챔피언은 김갑선’이란 말이 계속 나올 것으로 생각하니 감격스럽기도 하다.

▲우승 순간 남편(대구당구연맹 이만식 경기이사)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했다. 그런데 경기장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던데.

=남편은 대대 35점 치는 고수다. 그런데 남편에게 당구를 따로 배우지는 않는다. 부부 사이에는 뭔가 가르쳐주고 배우면 꼭 싸우게 되더라. 그리고 보통 남편과 나는 같은 배치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곤 하는데 남편의 그런 훈수가 부담스러워 오지 말라고 했다. 하하.

▲남편에게 한 마디 한다면.

=그래도 남편 생각이 가장 많이 난다. 항상 붙어있다가 근래 몇 년간 가장 오래 떨어져있는 것 같다.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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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갑선이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갑선은 "아무것도 안 하고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당구의 출범으로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LPBA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흔히 당구인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 나도 그게 소원이었는데 프로당구가 생기면서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만 하면 당구만 쳐서 생계유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겨 참가하게 됐다.

▲대회 전에 우승할 자신이 있었나.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지만 여기에 오기 전인 지난주 금요일(5월31일)에 내가 우승하는 꿈을 꿨다. 프로당구가 열리고 있는 세트에서 우승하고 세리머니 하는 꿈이 너무나 생생했다. 미리 말하면 부정탈까봐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있었다. 하하.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나.

=뱅크샷 2점이나 달라진 초구 배치 등을 많이 연습했다. 하지만 연습보다는 남편과 운영하는 당구클럽에서 손님들과 실전게임을 많이 치면서 대회 준비를 했다.

▲4강전을 승리하고 하루 뒤 결승전을 치렀다. 컨디션 조절을 어떻게 했나.

=너무 기분 좋고 설레는 마음에 잠이 잘 안 왔다. 그래서 지인들과 통화하며 이래저래 자랑도 하다가 소주 한 잔하고 새벽 3시쯤 잠이 들었다. 하하.

▲김가영과의 4강전 경기 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김갑선은 김가영을 상대로 두 세트 애버리지 1.034를 기록하며 세트스코어 2:0 완승을 거뒀다).

=주변 사람들이 김가영 선수가 카리스마가 강하니 그 기에 눌리지 말라고 얘기를 많이 해줬다. 김가영 선수도 대대 25점을 친다고 들었는데 어차피 나와 수지가 같으니 내 스타일대로 씩씩하게 치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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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갑선이 지난 6일 "파나소닉 오픈" 결승전에서 자신이 친 공을 바라보고 있다. 김갑선은 대회 중 가장 힘들었던 경기로 8강 서바이벌 경기를 꼽으며 "너무 아찔해서 지금 다시 보라고 하면 못 볼 것 같다"고 회상했다.


▲대회 중 가장 힘들었던 경기를 꼽는다면

=8강전 서바이벌 경기다. 초반에 김가영 선수와 (손)수민이가 너무 치고 나가는 바람에 전반 끝나고 보니 나랑 40점 가까이 차이가 나더라. 어떻게든 비슷한 점수를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고, 간신히 2점 차이로 준결승에 갈 수 있었다. 그 순간이 너무 아찔해서 지금 다시 보라고 하면 못 볼 것 같다.

▲결승전에서는 초반에 뒤지고 있다가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내용을 복기해본다면.

=사실 1~3세트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 공격 차례에도 어떻게 집중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아무 생각 없이 내가 그냥 테이블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정말 무아지경으로 친 것 같다.

▲5세트에서 8점을 먼저 올리고 마지막 9점째 득점을 위한 스트로크를 준비할 때 어떤 심정이었나. (김갑선은 마지막 5세트 2이닝째에 한큐에 9점을 쳐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순간 타임아웃 부르며 신중하게 칠까, 연속득점을 올리고 있는 기세를 살려 바로 쳐야 하나 고민했다. 결국 분위기를 이어나가기로 결정했고, 아슬아슬하게 키스가 빠지는 등 운도 따라줘서 득점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얘기를 하고 있으니 다시 결승전을 뛰는 기분이다.

▲재미있는 별명이 있다고 들었다.

=뱅크샷(빈쿠션 치기) 성공률이 높다고 후배들이 ‘벽 잘치는 언니’라 부른다. TV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따온건지 모르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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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갑선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방송카메라를 향해 사인을 하고 있다. 김갑선은 "우승상금으로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용돈을 챙겨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연과 같은 후원사(김치빌리아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합 전후 어떤 얘기를 나눴나.

=평소에도 (김)세연이랑 친하게 지낸다. 어제도 결승에 같이 올라가서 기쁘다고 얘기를 나눴다. 누가 이기든 좋은 경기를 하자고 했다. 결승전이 끝났을 때는 부둥켜안고 같이 기쁨을 나눴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승전 직후 김세연은 김갑선에 “언니 막창 사세요”라며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우승상금 1500만원을 획득했다. 어디에 쓸 계획인가.

=지금까지 당구 치면서 가장 많은 상금을 받아본 것이 200만원이었다. 이렇게 큰 액수는 처음이라 고민 좀 해보겠다. 우선은 당구클럽을 이전하면서 빚이 좀 있는데 그걸 좀 갚고,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용돈도 챙겨드릴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 당구클럽 손님들과 회식도 하고 싶다.

▲예전에 수학강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수학을 가르쳤던 경험이 당구에 도움이 되나.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수학강사로 일하다 졸업하고 한동안 강사를 했다. 그런데 나는 시스템에 의존하는 편이 아니라 그때 경험이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달에 LPBA 2차투어가 있다. 2차투어에 임하는 각오는.

=이번에 우승하기는 했지만 다른 선수들 치는 걸 보니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성적 내도록 노력하겠다.

[cdh10837@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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