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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스누커에이스’, 세계 최고 무대 설 수 있을까?

[이대규 英투어 도전기]①‘스누커 성지’셰필드에 첫발
5월14일 Q스쿨…300명중 12명, 경쟁률 ‘25:1’
중국 선수 15명과 동고동락하며 맹훈련중
밥한끼 2만원, 말로만 듣던 ‘살인물가’에 ‘헉’

  • 기사입력:2018.04.18 15:22:44
  • 최종수정:2018.04.18 15: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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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스누커 선수 이대규(인천시체육회)가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로스누커 선수 자격증이 걸린 영국 "Q스쿨"에 도전한다. 지난 달 말, 영국으로 떠나 "세계 스누커선수권"의 도시 셰필드에서 정착중인 이대규의 이야기를 MK빌리어드뉴스가 전달한다. 이대규가 해외 전지훈련 당시 세계적인 "스누커 스타" 로니 오셜리번(영국)과 기념촬영한 사진.
[편집자주]‘축구종가’ 영국엔 프로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만큼이나 인기 높은 당구 프로리그가 있다. 바로 ‘월드 스누커’ 투어다. 영국을 비롯 세계 각국서 투어 형식으로 치러지는 이 월드 스누커는 연간 총상금 규모가 20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당연히 진입 장벽은 높다. 매년 단 한 차례 열리는 Q스쿨을 통과해야 하는데, 300여 명의 참가자 중 12명만이 영광의 프로 스누커 선수가 된다. 25:1의 경쟁률이다. 여기에 한국의 22세 ‘스누커 에이스’ 이대규(인천시체육회)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인 최초다. 지난 3월 말 영국에 도착한 그는 이제야 차츰 짐을 풀면서 영국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이대규 선수의 Q스쿨 도전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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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4월에 눈 처음봤어요" 이대규는 "영국 셰필드의 날씨는 쌀쌀하다"고 전하며 눈덮인 거리 사진을 보냈다.
‘걱정반 기대반’. 3월 말 영국으로 떠나기 전 딱 그런 심정이었다. 낯선 나라에 대한 설렘과 동시에 수많은 강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걱정이 뒤섞였다. 그렇게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3월 말 영국 중부에 위치한 셰필드시에 도착했다.

Q스쿨이 5월 14일부터 2주간 치러지니까 한달 보름 전에 영국에 온 것이다. 이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빨리 온 셈이다. 대개 다른나라 도전자들은 Q스쿨 1~2주 전에 영국에 온다.

일찍 온 이유가 있다. Q스쿨에 참가하기 전 부족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도전자들은 물론 프로선수들의 실력을 눈으로 보면 배우는게 많다.

이곳에 막 도착했을 때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Q스쿨까지 앞으로 두달 가까이 살아야 하는 셰필드. 첫 인상은 우중충하면서도 깨끗했다. 특유의 영국도시라고나 할까.

역사적으로는 16세기부터 철강공업을 통해 영국 산업발전을 이끌었던 지역이다. 문화의 향기도 느껴지는 도시인데, 시내 중심지인 피스정원 중앙광장에 있는 크루셔블극장이 오랫동안 그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크루셔블극장은 현대예술 공연장이자 스포츠 경기장이다. 색이 변하는 휘황찬란한 조명들이 커져있는 간판이 특징이다.

그러나 나와 같은 당구인들에겐 ‘세계스누커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보통 4월 중순부터 2주 동안 열리는데 입장객을 제한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단다.

1927년 버밍험서 시작, 1977년부터 셰필드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스누커선수권대회’는 상금규모가 거대하다. 지난해 기준 총상금 175만 파운드(25억원)에 우승상금은 37만5000파운드(5억3000만원)다. 10억원을 훌쩍 넘는 테니스나 미국 PGA에는 못미치지만 LPGA 메이저대회 우승상금과 견주는 수준이다. 전세계 수많은 선수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이유다. 내가 과연 Q스쿨을 통과해서 그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먼저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나는 오자마자 이곳 ‘빅토리아 스누커아카데미’에 등록, 연습하고 있다. 거기에만도 15명의 중국 선수들이 Q스쿨 통과를 목표로 맹연습 중이다. 이들 중 10명이 하우스메이트들이다. 아카데미와 인접한 기숙사에서 동고동락한다. 우린 생활 사이클도 거의 비슷하다. 아침 9시에 일어나 10시까지 아카데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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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이대규가 연습하고 있는 영국 셰필드시 "빅토리아스누커아카데미" 모습.
아카데미에는 도전자만 있는게 아니다. ‘최연소 스누커 투어 결승진출자’ 얀빙타오(중국‧17) 등 세계적인 프로 스누커 선수들이 상주한다. 가까이서 본 프로 선수들은 역시 달랐다. 틈틈이 그들의 스트로크와 경기운영 등을 지켜보는데, 좀 보태서 얘기하면 손동작, 숨소리 하나 허투루 버릴게 없을 정도다.

정상급 선수답게 멀리서 온 이방인에게 무척 친절하다. 내가 물어보면 성의껏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 덕분에 짧은 기간이지만 같은 샷이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샷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연습하고 보고배우고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 일과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내가 언제 이런 집중력을 경험해봤던가. 놀라울 따름이다.

동료들과 숙소로 돌아오면 저녁 7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과다보니, 동료들과 금새 친해졌다. 열흘 전에는 동료인 중국선수 자오신통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중국 선수 20명과 노래방에 가서 무려 100곡이 넘는 중국노래를 듣고 왔다.

매일 중국선수들과 연습하고 방을 쓰다보니 한국말은 쓸 일이 없고 매일 중국어만 한다. 영국와서 영어보다는 중국어 실력이 더 느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기숙사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식사준비를 한다. 영국은 외식비가 비싸 대부분 재료를 사다 요리를 해먹는다. 아무래도 중국선수들과 함께 살다보니 중식이 주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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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이대규는 현재 중국선수 10명과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은 한 중국선수의 생일잔치에 함께하고 있는 이대규(오른쪽).
식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국의 ‘살인물가’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물가가 한국의 두 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는 평균적인 것으로, 체감물가는 더욱 높은 거 같다. 아카데미서 연습할 때 점심은 거의 사먹는데 평범한 음식 한끼가 우리돈으로 2만원을 넘는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비싼 물가 얘기를 많이 들어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고 있다. 그래도 월 300만원이 들어간다. 아카데미 이용료 및 숙소 임대료 150만원, 생활비 150만원이다. Q스쿨까지 한달 넘게 남았으니, 항공료까지 포함하면 2개월새 1000만원 가까이 드는 셈이다.

이곳 날씨는 4월임에도 아직 쌀쌀하다. 지난주엔 눈도 내렸다. 4월에 눈이라니, 역시 낯선 경험이다.

앞으로 영국생활이 40여 남았다. 나는 한국인 최초 영국 월드스누커 도전자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자세로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한다. 대규야 너는 할 수 있다. 아자~!

글‧사진:이대규 스누커 선수(인천시체육회)

정리:이상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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