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리뷰]세계팀3쿠션 2연패 ‘결정적 장면 5’
①4강 덴마크전 최성원 ‘빈쿠션 되돌려치기’ 성공 “최대승부처”
②덴마크전 34대36, 칼센의 ‘깻잎한장’옆돌려치기 실패
③덴마크전 37대36, 칼센의 뒤돌려치기 실패
④덴마크와 승부치기, 종전 방식이었다면
⑤결승전 11점차-오스트리아의 앞돌려치기 실패
[MK빌리어드뉴스 이상동] 한국 3쿠션 ‘최강’듀오 최성원(부산시체육회‧세계 12위) 강동궁(동양기계‧17위)은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에서 한국당구 사상 최초로 2연패를 달성했다. 예선부터 ‘죽음의 조’(C조 한국 그리스 베트남 덴마크)에 편성돼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3전승을 기록하며 본선에 올랐다. 이어 8강전(프랑스), 4강전(덴마크)을 거쳐 결승전에서 오스트리아를 꺾고 대망의 우승컵을 들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점수차로 승승장구하던 예선과 달리 본선은 고비가 적지 않았다. 스트로크 한 번에 자칫 승패가 갈릴 뻔한 적도 있었다. 승부치기까지 갔던 4강전과 11점차를 딛고 짜릿한 역전승을 했던 결승전을 중심으로 한국이 우승하기까지 결정적 장면 5개를 추려봤다.
①4강 덴마크전 28대35-최성원 ‘빈쿠션 되돌려치기’ 난구 성공
4강 덴마크전 28대35-최성원 ‘빈쿠션 되돌려치기’ 난구 성공.(사진=코줌중계화면)올해 53세의 ‘백전노장’ 토니 칼센(세계 38위)과 토마스 안데르센(70위)의 덴마크는 ‘숨은 강자’였다. 예선에서 한국에게 패했지만, 그리스와 베트남을 꺾고 조2위로 본선에 올라왔다. 딕 야스퍼스와 장 폴 데브루인의 네덜란드는 강력한 우승후보였으나 덴마크에 패해 짐을 싸야했다.
따라서 4강전에서 다시 만난 한국도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경기는 초구부터 8점을 친 한국 주도로 술술 풀려갔다. 브레이크타임 때 스코어는 20:5 리드. 큰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의 승리는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덴마크가 거세게 추격하면서 16이닝 째에 28:25로 역전 당했다. 한국이 17이닝 째에 동점을 만들었으나 덴마크가 7점을 몰아치며 35:28로 앞서갔다.
문제는 한국의 다음 포지션이었다. 빨간색 공은 장축에 붙어있고, 노란색 공은 같은 선상에서 20cm 가량 떨어져있는 ‘난구중의 난구’였다.
후구인 덴마크는 5점만 더 치면 경기는 그대로 끝나기 때문에 한국 팀으로서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최성원의 공격방법은 ‘빈쿠션 되돌려치기’. 수구로 먼저 빈쿠션을 맞춰 장축을 튕긴 다음→제1목적구(노란공)를 맞춘 수구가 코너에서 투, 쓰리쿠션을 차례로 맞은 뒤→장축에 붙어있는 제2목적구(빨간공)를 맞추는 공격이었다.
마침내 최성원이 깔끔한 스트로크로 득점에 성공하자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 배치에 대해 강상구 선수는 “빈쿠션으로 거리가 멀고 회전조절 두께까지도 예민한 어려운 포지션”이라고 평했다. 차명종 선수 역시 “성공률이 30%도 안되는 어려운 배치”라고 말했다.
②덴마크전 34대36-토니 칼센의 ‘깻잎 한장’ 옆돌려치기 실패
덴마크전 34대36-토니 칼센의 ‘깻잎 한장’ 옆돌려치기 실패.(사진=코줌중계화면)한국이 2점 뒤진 34:36. 덴마크는 단 4점만 남은 상태. 배치는 옆돌려치기였다. 토니 칼센은 테이블에 가까이 붙은 1적구(흰공)를 노려 옆돌려치기를 시도했다. 신중하게 스트로크를 했지만 수구는 2적구(빨간공)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토니 칼센도 마치 맞은 게 아니냐는 제스처를 취할 정도였다. 동호인식 표현이라면 ‘깻잎 한 장’ 차이라고나 할까. 만약 이 공격이 성공했다면, 그 다음 포지션도 손쉬운 배치였기 때문에 연속득점으로 이어져 승부가 끝날 뻔 한 상황이었다. 당시 TV중계 화면을 보면 토니 칼센의 샷이 빗나가자 최성원과 강동궁이 아찔해 하면서 안도해하는 표정이 보인다.
토니 칼센이 실패한 이 포지션에 대해서는 선수마다 난이도 평가가 달랐다.
강상구 선수는 “옆돌려치기 수구와 1목적구가 쿠션에 좀 근접해있긴 하지만 큰 힘이 필요한 포지션이 아니기에 1목적구 두께 컨트롤에 큰 무리가 없어 그리 어려운 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차명종 선수는 “까다로운 공으로 힘 배합과 두께가 잘 들어가야 하는 배치”라고 말했다.
③덴마크전 37대36 토니 칼센의 뒤돌려치기 실패
덴마크전 37대36 토니 칼센의 뒤돌려치기 실패.(사진=코줌중계화면)한국이 37:36으로 재역전에 성공하지만 승부는 점치기 어려웠다. 특히 공격권은 후구인 덴마크가 쥐고 있었다. ‘공격권이 있는 사람이 가장 유리하다’는 당구인들의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 포지션은 뒤돌려치기였다. 이번에도 토니 칼센이었다. 전반전에 매서운 스트로크를 선보이던 칼센은 후반전 들어서 연거푸 실수를 범했다. 그의 큐를 벗어난 수구는 원, 투, 쓰리쿠션을 맞고 코너 부분에 있던 2목적구(빨간공)를 지나갔다. 세계대회치고는 제법 큰 차이로 빗나간 것. 만약 그때 선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칼센이 아닌, 토니 안데르센이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강상구 선수는 “언뜻 쉬워 보일 수 있는 뒤돌려치기 같으나 2목적구 위치가 외길 위치에 있고 수구 위치 또한 편한 위치가 아니어서 제법 까다로운 포지션이었다”고 말했다.
차명종 선는 “성공률 70% 이상의 비교적 쉬운 배치로 보인다”며 “(칼센이)쫒기는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실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성원과 함께 세계팀3쿠션 우승을 차지한 김재근 선수는 토니 칼센의 두 번의 실수에 대해 “점수가 박빙인 상황이어서 칼센에게는 모든 공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경기 막판, 토니 칼센의 잇단 실수로 한국은 먼저 40점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④덴마크전 승부치기-종전대로 ‘초구배치-다득점’방식이었다면
40:40, 결국 경기는 승부치기로 넘어갔다. 선구인 한국이 먼저 나섰다. 강동궁이 초구를 성공했는데, 다음 배치가 쉽지 않았다. 최성원이 득점에 실패하면서 한국의 점수는 1점. TV생중계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당구팬들은 순간 ‘아 졌구나’하고 생각했을 터. 덴마크가 단 두 점만 내면 끝나는 상황이기 때문. 그러나 덴마크는 초구배치가 아닌, 한국 공격 이후 배치 상황에서 그대로 공격을 이어갔다. 이는 UMB(세계캐롬연맹)가 올해부터 8강 이후 무승부 때는 종전 승부치기와 달리 ‘15점 선득점제’(decisive set of 15 points, without equal innings)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⑤결승전 12대23 11점차-오스트리아의 앞돌려치기 실패 후 한국 추격 발판
결승전 12대23 11점차-오스트리아의 앞돌려치기 실패 후 한국 추격 발판.(사진=코줌중계화면)승부치기 끝에 덴마크를 꺾고 결승에 오른 한국의 상대는 오스트리아. 객관적 전력이나 선수들의 세계랭킹에서 한국보다 한 단계 아래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아르님 카호퍼(세계 60위)-안드레아스 에플러(98위)의 오스트리아는 이 대회 최대 복병이었다. 이미 예선에서 네덜란드를 제압한데 이어 8강전에서는 ‘쿠드롱’의 벨기에를, 4강전에서는 세이기너와 타스테미르의 터키도 꺾었다.
후구인 오스트리아는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다. 10이닝 째 9점 하이런을 치며 브레이크타임 때 12:23으로 한국보다 무려 11점이나 앞서있었다. 경기 전 ‘낙승’을 예상했던 당구팬들도 이때부터 “설마”하며 불안해했다.
브레이크타임 이후 시작된 11이닝 오스트리아 공격. 비교적 어렵지 않은 앞돌려치기였으나 문제는 오른손잡이인 에플러로서는 큐 자세가 좋지 않았다는 점. 에플러가 어렵게 공격을 시도했으나 볼은 살짝 빗나갔다. 오스트리아로서는 뼈아픈 공격 실패였고, 한국으로서는 가슴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그때 그 공격이 득점으로 이어졌다면, 11점 점수차가 더 크게 벌어져 한국으로서는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위기 다음은 찬스’가 아니던가. 이어진 12이닝 때 한국은 최성원의 빗겨치기를 시작으로 5점을 치며 추격발판을 마련한다. 이어 2점(13이닝) 6점(15이닝)을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드디어 17이닝에 4점을 추가하며 한국이 초구 이후 처음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한국은 착실히 점수를 이어가며 23이닝 째 40점 고지에 올랐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11이닝 공격실패 이후 무려 12이닝 동안 단 7점만 올리는데 그쳤다. (최종 점수는 40:30)
강상구 선수는 “한국의 포지션이 까다롭게 배치된데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패하는 줄 알았다”며 “11점차를 뒤집고 반대로 10점차로 이기는 대단한 집중력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최성원 강동궁 선수에게 물었더니…
‘결정적 장면 5개’에 대해 두 선수에게 물어봤다. 최성원 선수는 아직 여독이 덜 풀려서인지 자세한 답변을 안했다. 강동궁 선수는 비교적 상세히 설명,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
<강동궁>
①번=당시 성원이 형에게 공 배치가 상당히 어렵게 갔는데, 결국 그 상황이 승부처가 됐다. 그걸 성공해서 분위기가 넘어올 수 있었다. 대회가 끝나고 성원이 형과 그 공이 최고의 승부처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②, ③=토니 칼센의 실수는 평소하기 힘든 실수인데, 추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너무 쉽게 판단을 내린 것 같다.
④=‘15점 선득점’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초구에 1점만 쳤어도 실망하지 않고,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가 승리할 수 있었다.
⑤=전반에 오스트리아한테 9점 하이런을 맞아 충격이 컸다. 휴식 타임 때 마음을 가다듬었다. 성원이 형과 상대적으로 실력도 우리가 더 높았기 때문에 역전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나누며, 최선을 다해서 실력을 발휘하자고 했다.
큰 대회 경기경험이 부족한 오스트리아가 역전 당하자 많이 당황하는 모습을 느꼈다. 터키나 네덜란드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행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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