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수원시 매탄고 체육관에서 ‘2017 전국종별학생선수권대회’(이하 학생선수권대회) 당구경기가 열렸다. 3쿠션‧포켓볼 ‘꿈나무’들의 열정은 뜨거웠고, 승부를 향한 집념은 무서웠다. 대신 테이블을 떠나면 영락없는 10대로 돌아왔다. 승패가 갈리면 지도자 품에 안겨 기뻐하거나 아쉬워했고, 쉬는 시간엔 친구와 장난치거나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는 등 요즘 학생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포켓볼 대회에 참가한 학생 선수의 모습.(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하지만 대회 이튿날 ‘포켓볼 당구 꿈나무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TV중계를 위해 설치한 스튜디오에 3쿠션 테이블만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3쿠션 고등부 준결승(2경기)과 결승, 중등‧초등부 결승 등 다섯 경기가 치러졌다. 그러자 포켓볼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3쿠션 경기는 다섯 경기나 촬영하는데, 우리 경기는 왜 안 찍어요?”
포켓볼 선수들의 학부형, 코치 등이 주최측인 대한당구연맹을 찾아가 하소연했다. 그리고 연맹은 빌리어즈TV에 포켓볼 경기 촬영 가능여부를 물었다. 빌리어즈TV측은 그러려면 기본적인 세팅이 필요함을 전달했다.
빌리어즈TV 관계자에 따르면 테이블을 옮기는 데만 5시간이 넘게 걸리고, 여기에 광고물 등을 옮기고 카메라세팅까지 하면 하루꼬박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기자가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 7월 정읍 단풍미인배 등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낮 경기 촬영이 예정됐을 경우, 전날 저녁부터 이를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한참동안의 ‘소란’ 후에도 이날 포켓볼 경기 촬영은 없었다. 포켓볼 선수‧코치‧학부형들은 빌리어즈TV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한 코치는 “포켓볼이 ‘찬밥취급’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어쩔 땐 경기 첫 방송이 새벽에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답답해했다.
기자는 빌리어즈TV측에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담당자가 휴가 중인 관계로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또한 ‘비난의 화살’은 대한당구연맹에게도 향했다. 한 포켓볼 관계자는 “방송촬영은 대회 전 대한당구연맹과 방송국간의 협의 후 이루어지는데, 연맹이 포켓볼 경기 촬영에 대한 내용을 상의하지 않은 것 아니냐. 3쿠션 경기만 촬영하도록 한 것 문제”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는 “포켓볼 선수‧코치‧학부형들의 불만을 십분 이해한다. 충분히 항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절대 포켓볼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남삼현 회장이 포켓볼, 스누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부터 빌리어즈TV에서 포켓볼 단일대회로는 가장 큰 풀투어 1~4차 대회 모두 방영한다”고 강조했다.
빌리어즈TV는 방송국이다. 광고 등 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학생선수권대회도 냉정하게 판단하면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 힘든 경기다. 그럼에도 빌리어즈TV는 촬영을 시도했다. 포켓볼 관계자들이 바라는 점은 연맹이 이런 과정에서 포켓볼 촬영도 요구하는 등의 ‘중재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얘기를 종합하면 대한당구연맹이나 빌리어즈TV 모두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포켓볼 선수들이 느끼는 서운함과 소외감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학생선수권대회에서는 어린 학생들까지 깊은 상처를 입었다.
포켓볼 대회에 참가한 학생 선수의 모습.(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포켓볼 대회에 참가한 학생 선수의 모습.(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