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代 유교수의 ‘당구 입문기’] “지금 당구를 배워서 뭐한다고?”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이자 대학교수로 활동 중인 후배가 있다. 대학 졸업 후 수십 년이 흐른 몇 년 전 미국에서 선후배가 함께 모인 적이 있다. 먼 타국에서 10여년의 학번 차이가 나는 동문들이 모였는데 당연히 얼굴을 처음 보는 후배들도 있었다.
그 자리의 압권은 필자의 후배를 본 먼 후배의 다음과 같은 한마디였다. “아니, 당구장 사장님 아니셨어요?” 그렇다. 후배 교수는 ‘제우스’라는 당구장에서 대학 4년을 보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제우스에 가면 그가 있었고 때로는 게임비도 받고 청소도 했기 때문에 아무도 과 선배인지 몰랐던 것이다. 그의 청춘은 당구장에서 시작해 당구장으로 끝났던 셈이다. 물론 필자는 그 당구장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까?’
당구장을 처음 가본 때는 아마도 70년대 초반 대 여섯 살 때였던 것 같다. 그 당시 300점대를 넘나드시던 부친 덕에 남보다 일찍 당구장을 구경했다. 뿌연 연기 속에서 넥타이를 맨 샐러리맨들이 검은색 토시를 한 채 이리저리 움직였던 것 같다. 어린 아이는 그저 지루하게 앉아 있다가 사이다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는 고등학생 때 동기 따라 슬쩍 당구장 구경을 갔었고 주민등록증이 나온 후 본격적으로 친구들이 당구를 칠 때에도 당구는 나와는 관계없었다.
이미 일찌감치 ‘음주거사’로 스스로를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당구는 여전히 남의 나라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30여 년 간 당구장을 찾은 횟수는 채 20번이 되지 않는다. ‘만년 30 당구’인생으로 살았고 어느덧 나이 50을 훌쩍 넘겼다. 당구는 무슨….
그러던 어느 날 고3인 큰 아들을 보며 문뜩 떠오른 생각. ‘아들이 대학 가면 같이 할 운동이 뭐가 있을 까.’ 남자와 남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데 스포츠만큼 좋은 것은 없는데 소원해진 관계를 복원하고 싶었다. 또 초등학교 이후 40여년을 함께 한 동창들도 떠올랐다. 당구를 안치는 나는 늘 불편한 존재였다. 약속 시간 전에 미리 만나 자기들끼리 당구를 쳤던 기억도 났다. ‘미안한데 지금이라도 배워볼까.’
그러던 차에 뜻하지 않게 MK빌리어드뉴스로부터 칼럼 제의를 받았다. 당구와 ICT (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Technology)를 접목하는 방안이라면 모를까 내가 왜? 당구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 아는 것이 없고 아는 것이 없으니 쓸 말이 없어 고사했다. 당구에 대한 인상비평도 한두 회면 끝이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늘 제안은 집요하고 목표를 놓치지 않는 법. 치열한 핑퐁 끝에 받은 제안이 ‘50대 교수의 당구 입문기’였다. 때마침 방학이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도 조금 늘었다. ‘그래? 그렇다면 시작해 볼까.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 he is…
△매일경제신문 기자 △미국 서던 일리노이대 석사(저널리즘) △미국 인디애나대 박사(스포츠커뮤니케이션&매니지먼트)
[유상건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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