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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로당구선수다②]김영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

PBA프로당구 선발전 1호 통과…32강전서 애버 2.857
“재방송으로 내 경기 보고서야 프로선수 됐구나 실감”
공격템포 빠른 편…32강전때는 나도 모르게 더 빨라져
“진중권 교수와 닮았다고요? 말라서 그렇게 봐주신듯”

  • 기사입력:2019.05.06 12:45:56
  • 최종수정:2019.05.07 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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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영철은 TV로 생중계된 프로당구(PBA) 선발전 1차전 경기에서 애버리지 2.857을 기록하며 승리, 1호로 1부투어 진출을 확정지었다. 사진은 PBA 트라이아웃 1차전 32강 경기에서 자신이 친 공을 바라보고 있는 김영철.


[편집자주] 지난 4월 21일부터 1일까지 진행된 PBA(프로당구협회) 트라이아웃이 막을 내렸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통 48명의 프로당구선수가 탄생했다. 이번에 프로당구선수 타이틀을 획득한 주인공들은 올해 67세인 왕년의 고수도 있고, 동호인 출신도 있다. 또한 선수활동을 중단했다가 프로당구 출범을 계기로 다시 큐를 잡은 선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선수가 된 주인공들을 만나봤다. 두 번째는 48명 중 1호 프로당구 선수가 된 김영철(4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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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영철은 출중한 실력과 함께 진중권 교수와 닮은꼴의 외모로도 눈길을 끌었다. 김영철은 현재 다음달 열릴 1부투어에 맞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연습 도중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영철. (사진제공=김영철 선수)


[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어, 진중권 교수가 웬일로 당구경기에 나오지?” “진중권 교수와 영낙없이 닮았네” 지난달 25일 TV로 생중계된 PBA 트라이아웃 1차전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한 선수에 깜짝 놀랐다. 그는 조재호(세계 7위)못지않은 빠른 공격템포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고, 더욱이 진중권 교수(동양대)와 똑닮은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대구연맹 소속 김영철 선수였다. 그 경기는 PBA 1부투어를 결정짓는 고경남과의 32강전이었다. 김영철은 이 경기에서 하이런 10점을 올리며 14이닝 만에 40:29(애버리지 2.857)로 승리, 1부투어 진출을 확정했다. 특히 트라이아웃을 거친 48명중 제1호 프로당구 선수가 됐다. 6월 PBA 1부투어에 맞춰 대구에서 맹연습중인 김영철과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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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영철이 지난달 25일 고경남과의 PBA 트라이아웃 1차전 32강전 경기를 끝내고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철은 이 인터뷰에서 "얼떨떨해서 실감이 잘 안난다"고 얘기했다. 이후 김영철은 "며칠 후 TV로 내 경기를 다시 보고나서야 프로선수가 됐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트라이아웃을 통과한 1호 프로당구선수가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1부투어 진출을 확정짓고 방송 인터뷰 했을 때는 얼떨떨해서 실감이 잘 안났다. 그런데 며칠 후 TV로 내 경기를 다시 보고나서야 ‘이제, 프로선수가 됐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축하인사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경기 끝나자마자 지인들로부터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도 50통은 받은 것 같다. 그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리고 싶다.

▲40대 중후반의 중견선수로서 프로당구 출범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그렇다. 당구선수로 나름 오래 생활하면서 프로당구를 항상 꿈꿔왔다. 그 꿈이 실현된 셈이다. 더구나 내가 선발전을 1호로 통과할 수 있어서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프로당구 선발전 출전을 망설이지는 않았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동안에는 정말 잘하는 선수 몇몇을 빼놓고는 당구로 생계 유지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때문에 나와 비슷한 레벨의 선수들은 프로 생겼을 때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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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영철은 PBA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3개월가량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연습에만 매진했고, 그 결과 프로당구선수 타이틀을 달게 됐다. 사진은 "PBA 트라이아웃" 1차전 통과 후 남도열(왼쪽) 경기위원장으로부터 1부투어 참가증서를 받고 있는 김영철.


▲PBA 트라이아웃을 어떻게 준비했나.

=전에는 당구클럽에서 게임매니저로 일했지만 트라이아웃 앞두고 3개월가량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연습에만 매진했다. 당구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트라이아웃 1차전 조별예선을 힘겹게 통과했다. 당시에는 어떤 심정이었나. (김영철이 속했던 조별예선 53조는 1위를 제외한 3명이 1승2패로 동률을 이뤘다. 김영철은 애버리지에서 최정훈을 불과 0.014 차이로 제치고 간신히 조2위로 결선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조별예선을 치를 때는 ‘프로’라는 타이틀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처음 두 경기를 치르고 마지막 경기에 들어설 때는 ‘그래도 애버리지에서는 내가 유리하니 편하게 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래도 그 경기가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별예선 며칠 뒤 결선 토너먼트에서는 4연승으로 승승장구했다 조별예선 때와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

=조별예선과는 다르게 결선토너먼트를 하는 날은 컨디션이 좋았다. 바이오리듬이 잘 맞았던 것 같다. 하하.

▲고경남과의 32강전 경기에서는 14이닝 만에 40:19로 승리하며 1부투어 진출을 확정지었다. 특히 그 경기는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사실 긴장이 많이 됐다. 경기 들어가기 전 연습하는데 지켜보던 후배가 내가 손을 떤다고 말할 정도였다. 경기 들어가서도 초반에는 내가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았다. TV로 생중계된다는 것을 의식할 틈도 없었다. 나중에 재방송으로 내 경기를 지켜보는데 경기템포가 너무 빠르더라. 사실 평소에도 템포가 빠른 편인데, 그 경기는 템포가 좀 심하게 빨랐다. 하하.

▲언제쯤 승리를 확신했나.

=경기 후반에 나에게 행운이 많이 따를 때 ‘이 경기는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경기가 끝나고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와서 내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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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영철(오른쪽) 등 PBA 트라이아웃 1차전 1일차 통과자들이 1부투어 참가증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철은 1부투어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꿈이 현실이 됐으니 정말 벅찼다"고 돌아봤다.


▲1부투어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엄청 환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던가.

=당구선수 대부분의 꿈이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 난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2부투어라도 ‘꿈의 무대’로 알고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그런데 1부투어 선수가 되는 꿈이 현실이 됐으니, 정말 벅찼다.

▲그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나.

=같이 대구당구연맹에서 활동하며 많이 의지했던 이승진 선배와 정연철 선수 생각이 많이 났다. 이승진 선배는 말할 것도 없고, 정연철 선수도 비록 나보다 후배지만 당구 쪽으로는 많이 의지하는 선수이다. 물론 대구당구연맹 선수들과도 두루 친하게 지낸다. 얼마전 이승진 선배가 축하한다며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다.

▲김영철 선수의 32강 경기가 TV로 생중계되면서 (김영철 선수가) 진중권 교수랑 닮은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쎄, 전에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워낙 말라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관심 가져주신 것만 해도 감사할 뿐이다.

▲PBA 1부투어에 임하는 각오나 목표는.

=아직 부족한 만큼 연습을 많이 해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싶다. 시합에서는 빠른 템포와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지루하지 않게 경기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시합 외적으로는 착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cdh10837@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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