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볼 전국대회 첫우승 권호준 “결승상대가 스승님이죠”
선수생활 9년만에 준우승 3번끝 풀투어 1차 우승
“결승서 만난 (하)민욱 형에게 포켓볼 처음 배워”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 ‘귀공자풍’ 포켓볼 선수
“(이)완수 감독님과 (김)가영 누나한테 많이 배워”
국내 남자 포켓볼 랭킹 6위에 올라있는 권호준(26‧인천시체육회)은 올해 첫 포켓볼 전국대회인 ‘2019 풀투어 1차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0년 선수등록 이후 첫 우승이라는 권호준과 이야기를 나눠봤다.[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184㎝의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 그리고 예리한 눈빛. 남자 포켓볼 6위 권호준(26‧인천시체육회)은 ‘귀공자풍’ 선수다. 그런 그가 올해 첫 포켓볼 전국대회인 ‘2019 풀투어 1차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등록 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다. 예선부터 5연승을 거둔 권호준은 결승에서 하민욱(부산시체육회‧8위)을 세트스코어 9:6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0년 선수로 등록한 권호준은 복식전에서는 전국대회 우승 경험이 있지만 개인전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승 여운이 가시지 않은 권호준의 얘기를 들어봤다.
▲선수등록 후 전국대회 첫 우승이다. 결승전 경기를 복기하면.
=사실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덤덤했다. 경기내용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승 상대였던 (하)민욱이 형은 노련하게 경기운영을 잘하는 스타일이다. 거기에 고전하다 보니 생각보다 수비싸움이 길어져서 어려운 경기가 됐다. 제가 공격권을 가졌을 때 시원시원하게 쳤으면 좀 더 쉬운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결승이 끝난 후 현장에 있던 동료들로부터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동료선수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니 그제서야 ‘진짜 우승했구나’하는 실감이 나면서 기뻤다. 더구나 제가 포켓볼을 처음 접할 때 스승이 민욱이 형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뜻깊은 우승이었다. 민욱이 형도 결승전 직후 저한테 축하인사를 건넨거 같은데, 당시에 너무 멍했던 터라 기억이 잘 안 난다. 하하.
▲동료뿐 아니라 가족들이나 친구들로부터 축하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지인들로부터 우승 축하전화를 40~50통 정도 받은 것 같다. 친구들도 많이 축하해줬지만 특히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다. 특히 아버지가 ‘드디어 우승을 했구나’라고 말씀하시며 엄청 좋아하셨다. 부모님은 언제나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많이 응원해주셨다. 우승을 통해 부모님 믿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려 기뻤다. 이 기회를 통해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권호준은 "우승을 통해 부모님의 믿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려 기쁘다"며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은 풀투어 1차대회 우승 직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권호준.▲그 동안 전국대회 준우승만 3번이라고 들었다. 그동안 우승이 없어서 불안하거나 조급하지는 않았나.
=당연히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 동안 우승하는 상상을 많이 했지만 그것이 현실로 이뤄지지 않아 혼자서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하.
▲다시 대회 얘기를 해보겠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6경기를 치렀는데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쉬운 경기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결승전이 가장 힘들었다.
▲결승전에서 11세트까지 7:4로 앞서고 있다가 7:6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어떤 심정이었나.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진짜 테이블만 보고 치자’는 생각으로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막판 에는 ‘한 판(세트)만 더 따자’고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덕분에 마지막 두 세트를 완전히 몰입해서 경기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9번 공을 포팅하기 직전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솔직히 별 생각이 안 들었다. 경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긴장감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드디어 준우승 징크스를 떨쳐버렸다. 정상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을 때와 무엇이 가장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멘탈적인 부분에서 가장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결승전에 가면 조급한 마음이 커서 몸이 굳거나 멘탈이 무너지곤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자 노력했다. 그런 마인드 컨트롤이 효과가 있었는지 지금은 감정기복을 줄이고,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결승전 경기 도중 샷을 구상하고 있는 권호준. 권호준은 풀투어 1차대회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6연승으로 우승을 거뒀지만 "대회 직전 컨디션 난조가 찾아왔는데 이완수 감독님과 (김)가영이 누나가 옆에서 좋은 말을 많이 해준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이번 대회 6연승으로 우승했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은데.
=사실 대회 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최근에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왔었다. 그 동안 컨디션이 좋았는데 대회 1~2주 전에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그래서 많이 예민해지기도 했다.
▲그 예민한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앞서 말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가장 컸다. 그리고 이완수 감독님이랑 (김)가영이 누나가 옆에서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이완수 감독님은 ‘이것도 다 거쳐가는 과정이다. 이것만 넘으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셨고, 가영이 누나는 ‘지금 잘하고 있다’고 많이 격려해줬다. 또 아카데미(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 식구들도 슬럼프를 이겨내는데 많이 도와줬다.
▲세계적인 선수인 김가영과 같은 소속팀(인천시체육회)에서 활동하며 많이 배울 것 같다.
=가영이 누나한테는 기술적인 부분도 물론이지만 멘탈적인 부분에서 특히 큰 도움을 받는다. 제가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제가 나태해진 모습을 보이면 아주 호되게 혼난다.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첫 우승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올해 목표는.
=올해는 국내랭킹 2위권에 정착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또 가능하다면 2017년처럼(구리 세계포켓9볼챔피언십 공동 3위) 국제대회 입상도 해보고 싶다. [cdh10837@mkbn.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