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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복 “슈퍼컵서 (조)건휘와 붙었다면 졌겠죠”

‘20대 기수’ 한지승 이범열 임택동도 제자
슈퍼컵 공동3위, 1년4개월만의 전국대회 입상
‘성적부진’ 레슨 탓 아냐…당구 열정 식었기 때문
“당구열정 재차 점화 중…후배들에 모범 되고파”

  • 기사입력:2018.10.14 07:00:02
  • 최종수정:2018.10.15 15: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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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지난달 막내린 `KBF슈퍼컵 3쿠션토너먼트` 우승자 조건휘(시흥)는 이충복(시흥시체육회)의 제자다. 당시 스승은 대회 공동3위에 올랐다. 만약 결승에서 사제간의 대결이 성사됐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지난 12일 만난 이충복은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을 보이며 제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날 인터뷰는 이충복이 운영하는 클럽(서울시 은평구)에서 진행됐다. 포즈를 부탁하자 한 손엔 큐를 들고 다른 손으로 `브이`를 그려보이고 있는 이충복.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결승에서 (조)건휘와 붙었다면요? 제가 졌겠죠, 하하.”

지난달 막내린 ‘KBF슈퍼컵 3쿠션토너먼트’ 우승자는 조건휘(시흥‧국내12위)다. 하지만 그못지않게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조건휘의 ‘스승’ 이충복(시흥시체육회‧24위)이다.

이충복은 조건휘 우승이 확정되자 한달음에 달려와 제자를 안아줬다. 두 사람은 10년 전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다. 제자의 청출어람, 이를 가능케한 스승의 노고에 현장에선 수많은 축하가 이어졌다.

그런데 당구팬들은 흥미로운 대결을 놓쳐 아쉬워했다. 대회 공동3위인 이충복이 만약 4강에서 김형곤(강원‧8위)을 이겼다면, 결승에서 스승과 제자의 대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시 은평구 ‘이충복빌리아트’에서 이충복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는 ‘허허’ 웃으며, 제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울러 조건휘의 우승이 이범열(광명‧42위) 한지승(광명‧57위) 임택동(시흥‧203위) 등 자신의 또다른 제자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길 바랐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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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조)건휘 우승때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 했죠" 이충복의 10년 제자 조건휘는 스승 앞에서 `슈퍼컵3쿠션` 우승을 차지했다. 청출어람이다. 제자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스승은 한달음에 달려와 제자와 얼싸안았다.
▲거두절미하고 조건휘 선수 얘기를 해보겠다. 슈퍼컵3쿠션에서 스승(공동3위)보다 좋은 성적(우승)을 냈다. 제자의 청출어람을 본 스승의 소감은.

=정말 기특했다.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본인은 대회(슈퍼컵3쿠션) 공동3위를 했다. 만약 결승에서 제자와 만났다면 결과가 어땠을거 같나.

=선수의 감으로 짐작하건데, 내가 졌을 것이다. 대회 당시 건휘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 숨막히는 접전 등 상황에서도 건휘의 마음은 차분해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만약 내가 건휘에게 지더라도 기특한 제자를 활짝 웃으며 축하해 줬을 거다. 진심이다. 하하.

▲조건휘 선수의 슈퍼컵 우승을 계기로, 이충복의 20대 제자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조)건휘 (한)지승이 (이)범열이 (임)택동까지 4명. 예전보단 모이는 횟수가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수시로 만나 함께 식사하고 공도 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대신 당구에 관해 잘못된 부분일 보일 땐 호되게 질책한다.

제자들이 저를 부르는 호칭은 대장님이다. 선생님인데 삼촌은 너무 격의없고, 스승님은 주변에서 불편한 시선으로 볼까봐 호칭을 통일했다. 하하.

▲제자들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났나.

=그 친구들이 10대 후반, 20대 초반일 때 연을 맺었다. 건휘는 2008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처음 만났다. 건휘가 서울대표로 전국체전 학생부에 나가게 됐는데, 지인이 내게 건휘 레슨을 부탁했다. 그렇게 알고지낸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범열이는 6~7년전 배명고(서울)에서 코치할 때 만났다. 알고봤더니 범열이가 제가 2011년 아시아3쿠션선수권 우승할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하더라(이범열은 이 경기를 보고 이충복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승이는 지승이 아버님의 주선으로, 택동이는 포켓볼에서 3쿠션 선수로 전향하면서 제자가 됐다.

▲시흥연맹 소속의 학생부 선수들도 지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고교생 2명, 중학생 1명을 가르치고 있다. 레슨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실전경험을 키울 수 있도록 리그전을 자주 만들어 준다. 어린 학생들에게 집중하는 이유? 당구계 미래를 위해서다. 학생 선수층이 부실하면 지금의 영광은 후에 ‘말짱 도루묵’이 될 공산이 크다.

▲조건휘의 슈퍼컵3쿠션 우승으로 제자들이 많은 자극 받았을 것 같다.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당연히 자극 받아야 한다. 선수니까. 아직 앞날이 창창하니 노력하면 그 친구들도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게 중요하다. 그건 누가 도와줄 수 없다. 스스로 해내야 한다. 부디 계획을 잘 세워 기술과 멘탈 모두 업그레이드 되길 바란다. 모두 당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니 잘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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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샷 시범을 보이고 있는 이충복.
▲화제를 바꿔 선수 이충복을 얘기해보겠다. 현 국내랭킹 24위다. 슈퍼컵3쿠션 전에는 55위였다. 이충복이란 이름값에 부족하단 평가들이 많다. 일각에선 레슨에 집중해 그렇다는 말도 나오는데.

=어떤 분이 ‘당구계 돈은 네가 다 버냐’고 하더라. 레슨을 많이해 그런 것 아니냐는 질책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속인 시흥연맹 학생선수 3명, 제 클럽서 가끔 가르치는 여자 동호인 2~3명이 고작이다. 아마 TV로 레슨하는 모습이 많이 노출돼 그런 것 같다. 별명도 ‘레슨마스터’니. 물론 성적이 좋지않아 빚어진 일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1년여간 당구에만 집중하기 힘들었다. 동시에 당구에 대한 열정도 식었다. 특히 전국대회에 출전하기가 그렇게 싫었다. 당시엔 그런 내 처지가 한심스러웠고, 또 그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답답했다.

▲현재 심리상태는 어떤지.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저를 응원해주는 시흥시체육회, 시흥당구연맹, 지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마침 경기도 대회들에서 좋은 성적이 이어졌다(5월 경기도챌린저 우승, 9월 경기도 팀3쿠션 우승 등). 그 후로 전국대회에 집중, (6월)양구 국토정중앙배와 (7월)대한당구연맹회장배 32강에 들었다. 고맙게도 슈퍼컵3쿠션에선 공동3위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인제 오미자배 이후 1년 4개월여만의 전국대회 입상이었다. 열심히 해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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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저의 당구열정을 재점화하려 더 노력하려고요" 이충복은 지난 1년여간 개인사정으로 심적인 고생을 했다. 그 가운데 자신의 당구열정도 사그라졌고 덩달아 성적도 좋지 않았다. 그런 그가 최근 예전처럼 당구열정을 불태우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국내대회뿐 아니라 다음달엔 ‘서울3쿠션월드컵’이 열린다. 작년 ‘청주3쿠션월드컵’ 16강에서 터키의 무랏나시 초클루를 맞아 크게 앞서다가 1점차(39:40)로 석패했다. 올해 서울3쿠션월드컵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당시 저는 청주월드컵을 끝으로, 월드컵무대를 밟지 않으려고 했다. 심리적으로 지쳤던 시기라. 그런 대회에서 1점차 패배를 당하니 정말 아쉬웠다(당시 후구였던 이충복은 39:40 상황서 시도한 쓰리뱅크샷이 빗나가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아쉬워했다).

올해는 제 심리상태가 달라졌다. 성적에 대한 큰 욕심보단 당구에 미쳐살던 시절의 열정을 재차 점화시키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이는 월드컵뿐만 아니라 모든 대회에 앞선 저의 각오다. 더불어 철저한 계획아래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 이충복’이 되고 싶다. [sylee@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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