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커’ 이대규 “英 Q스쿨 실패했지만 가능성 봤다”
‘연상금 200억원’ 세계 최고 스누커 무대 韓선수로 첫 도전
“직접 부딪쳐본 상위권 선수들, 기본기 뛰어나더라”
“64강에 두번 올라 아쉬워…계속 도전하겠다”
28일 서울 강동구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만난 이대규(23‧인천시체육회)가 자신의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최근 당구의 빅리그에 도전한 한국선수가 있다. 연간 총 상금규모가 200억원에 달하는 월드스누커 투어에 한국인 최초로 도전장을 내민 이대규(23‧인천시체육회)다. 이대규는 지난 3월 ‘스누커의 성지’라 불리는 영국 셰필드로 건너가 프로선수 자격을 주는 Q스쿨에 도전했다. 비록 프로 타이틀을 얻는데 실패했지만 64강까지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더 큰 무대로의 진출을 열망하는 이대규를 28일 서울 강동구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언제부터 Q스쿨 도전을 생각했나.
=처음에는 Q스쿨이라는 무대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중국 아카데미에서 연습하다가 동료 선수들 몇몇이 Q스쿨이라는 대회에 나간다고 했다. 들어보니 Q스쿨이 프로선수를 선발하는 대회라고 하더라. 내가 스누커를 하는 이유는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작년에 Q스쿨의 존재를 알았는데 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1년간의 연습기간을 거치고 이번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Q스쿨 자격 외에 영국에서 이루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면.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첫 번째가 체중 감량이었고, 두 번째는 멘탈 강화였다. 체력적인 문제로 체중을 5~10kg 정도 감량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실패했다(웃음). 멘탈적인 부분은 내 약점이다. 국내시합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인데도 중요한 순간에 멘탈이 흔들리면서 시합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스포츠 멘탈에 관련된 책도 읽어보면서 멘탈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멘탈을 강화시키기는 쉽지 않더라.
23일 서울 강동구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이대규(23‧인천시체육회)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켓볼 테이블에서 샷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대규는 "스누커 테이블이 아니라서 아쉽다"고 말했다.▲영국에서의 하루 연습량은.
=아침 9시에 연습장에 나가서 적어도 오후 6시까지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연습을 더 하고 싶은 날은 알아서 연습을 더했다. 일반 직장인들과 일과는 비슷했다.
▲Q스쿨 토너먼트에서 64강에 두번이나 진출했는데.
=당초 최소한의 목표는 16강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아쉽다. 물론 64강 진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기는 하다. 그런데 64강전 경기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멘탈 문제로 무너졌다. 멘탈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또 다시 배운 시합이었다.
▲멘탈 부분 얘기를 많이 하는데,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내가 가진 실력에 비해 멘탈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 멘탈과 경기력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나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나마 (이)완수형(37‧인천시체육회)이 옆에서 많이 관리해줘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Q스쿨 경기장 분위기는 어떤가.
=Q스쿨이 열리는 경기장은 매우 조용하다. 선수들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약간의 소음도 차단한다. 그래서 사진촬영도 안된다. 심지어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조차 틀지 않는다. 그런 긴장되는 분위기 때문인지 손이 떨려 제대로 샷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직접 부딪쳐본 결과 세계적인 선수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는지.
=기본기라고 생각한다. 보통 Q스쿨에서 상위권에 드는 선수들은 10대 초반에 스누커를 시작한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과 기본기 차이가 크다. 상위권 선수들은 기본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적다. 기본기 차이를 이겨내는 것이 내 숙제다. 그렇지만 당구뿐만 아니라 어떤 스포츠든 기본기가 약한 점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본다.
영국 셰필드에서 Q스쿨에 대비해 연습을 하고 있는 이대규(23‧인천시체육회). (사진제공=이대규)▲세계선수권에서 중국선수 류하오티엔(세계랭킹 61위)이 본선에 진출한 것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부럽기도 하고 존경심이 들었다고나 할까. 류하오티엔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나중에는 저렇게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중국은 딩준후이가 세계랭킹 6위에 올라있는 등 스누커 강국이다. 그런 환경이 부럽지 않은지?
=많이 부럽다. 그런데 중국도 딩준후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스누커 강국이 아니었다. 딩준후이가 나온 이후로 어린 선수들이 딩준후이를 보며 꿈을 키워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한국으로 치면 김연아나 박지성 같은 존재였다고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나왔는데 우리나라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진혁 선수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스누커가 발전하려면 대규가 잘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 있다. 이대규 선수에게 딩준후이의 역할을 기대한 것 같은데?
=나에게는 과분한 이야기다. 물론 딩준후이가 롤모델이고 그 선수처럼 잘하는 것이 꿈이다. 만약 내가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후배 선수들, 특히 학생 선수들을 잘 가르쳐서 딩준후이 같은 선수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도 Q스쿨에 또 도전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이번에 합격은 못했지만 나름 가능성을 봤다. 계속해서 도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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