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인터뷰]초클루 “韓, 3쿠션 즐기기에 완벽한 나라”
“당구장 짜장면 문화 경험하고 싶은데, 이슬람이라…”
“15~16년 2년연속 당구월드컵 우승 지금이 전성기”
“생활고에 한때 당구 그만두고 택시운전사 생각도”
최근 한국을 방문한 "현 터키 당구의 중심" 무랏 나시 초클루(사진)를 MK빌리어드뉴스가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계 3쿠션랭킹 9위 초클루는 인터뷰에서 한국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준빌리어드클럽"(서울시청 당구팀 연습장)에서 기자의 요청에 샷 시범을 보이고 있는 초클루. 초클루는 ‘절친’ 타이푼 타스데미르(20위‧43)와 함께 10년 넘게 고국에 국제대회 트로피를 선사해왔다. 2004년 ‘유럽 3쿠션선수권’ 우승을 비롯, 2010년엔 아드난 윅셀과 팀을 이뤄 ‘세계 팀3쿠션선수권’ 우승컵을 들었다. 둘의 활약은 루트피 세넷(24위‧38) 캔 카팍(31위‧33) 등 후배 선수들의 행보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특히 초클루는 최근 ‘3쿠션월드컵’에서 두번의 정상(2015 이스탄불, 2016 라불)과 한 번의 준우승(2017 청주월드컵) 등 성적을 거두며 세계적인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어느덧 ‘터키당구 에이스’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초클루. 그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후원사들과 약속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그는 MK빌리어드뉴스 인터뷰 요청을 반갑게 응했다. “고마운 한국에 무엇이든 보답하고 싶다”는 그와 서울 서초구 인근 카페에서 일문일답을 나눴다.
▲한국에서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낸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 하지만 즐겁게 임하고 있다. JBS, 옵티머스빌리어드, 빌리존 등 한국 후원사들에겐 항상 고마운 마음이 크다. (이날 인터뷰는 JBS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초클루는 지난 14일까지 2주간 한국에 머물렀다.) 특히 JBS는 제 오랜 친구인 타이푼 타스데미르도 후원하고 있는 등 각별한 사이다.
▲지한파(知韓派)로 유명하다. 한국 선수들과의 친분도 두텁다고.
=나는 한국 사람들이 좋다. 정서적으로 터키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 선수들은 여러 국제대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베스트 프렌드’는 고 김경률이었다. 사교성이 좋은 친구라 함께 장난도 많이 쳤는데…. 조재호, 최성원, 김재근 또한 두루 친하다. 조재호는 유럽에서 대회가 열리면 터키 (나의)집에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국엔 짜장면이 있다면 터키에는 토스트와 샌드위치가" 초클루가 터키와 한국 당구클럽을 비교설명 하고 있다. (기자는 초클루에게 한국당구장 특유의 ‘짜장면’ 문화를 설명했다. 이에 초클루는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곤 “물론”(of cousre)이라고 했다.)
=한국에 짜장면이 있다면 터키엔 토스트와 샌드위치가 있다. 배달하거나 클럽 내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 판다. 식당처럼 말이다. 한국 클럽만의 짜장면 문화를 즐겨보고 싶지만, 돼지고기가 들어 있어 불가능할 것 같다. (터키는 이슬람 문화권인 관계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터키와 한국의 당구 저변을 비교한다면.
=터키도 세계적으로 캐롬 클럽이 많은 편이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다. 매번 한국에 올 때마다 깜짝 놀란다. 3쿠션을 즐길 만한 환경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조성돼 있다. 또 선수층도 두텁고 조명우와 같은 유망주도 있지 않나. 하하.
▲터키의 조명우라고 할 수 있는 유망주를 꼽는다면.
=올해 17살인 오마르 카라쿠르. 아직 애버리지는 1.2~1.3 수준으로, 조명우와 비교하긴 이르다. 대신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 성적이 좋다. 지금이 전성기라고 해도 되나.
(초클루는 2015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월드컵’에서 생애 첫 3쿠션월드컵 우승컵을 들었다. 터키에서 열린 월드컵 최초의 자국선수 우승이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6년 10월엔 ‘프랑스 라불월드컵’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6월)‘베트남 호치민월드컵’ 공동3위, (10월)‘청주월드컵’ 준우승 등 우수한 성적을 냈다.)
=그렇다. 정확하게는 지난해가 ‘베스트 시즌’이었다. 덕분에 지금 세계당구월드컵 시드권인 9위에 랭크돼 있다. (세계캐롬연맹 랭킹 14위 내 선수들은 ‘세계3쿠션월드컵’ 출전 시 예선없이 본선 32강 토너먼트에 자동 진출하고, 항공료 등 참가비까지 지원받는다) 특히 지난해 열린 월드컵 중 청주에서의 기억이 각별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청주직지 3쿠션월드컵" 16강전 이충복과의 경기에서 샷을 고민중인 초클루. 그는 이 경기에서 8:28까지 벌어진 점수차를 뒤집으며 역전승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선 32강 시작하자 긴장감이 심해졌다. 때문에 타스데미르와의 32강전은 정말 힘겹게 승리(40:36)했다. 이후 이충복과의 16강전도 10이닝까지 8:28로 끌려갔다. 너무 힘들어서 ‘터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하. 하지만 곧 ‘포커스’(집중)란 단어를 되새겼고, 결국 19이닝에 하이런 11점을 치며 먼저 40점을 채울 수 있었다. 다행히 이충복의 후구공격이 2득점에 그쳤고, 그 경기 이후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 (이후 초클루는 8강 최성원, 4강 딕 야스퍼스와의 두 경기를 14이닝만에 끝냈다.)
▲지금의 전성기와는 반대로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나.
=2004년. 행복과 불행이 동시에 찾아온 해다. ‘유럽 3쿠션선수권’ ‘세계팀3쿠션선수권’ 우승컵을 동시에 따낸 ‘영광의 해’였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선수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한 시기이기도 하다. 택시 운전수로 되돌아갈까 고려했었다. 다행히 좋은 후원사들이 생겼고 지금은 행복하게 선수생활 하고 있다. (웃음)
(초클루는 터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2세에 가족의 만류에도 학업을 중단하고 다양한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택시 운전수, 미니버스 운전기사도 했다. 1992년 그가 처음 당구장에 갔던 날부터, 1998년 터키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세미 세이기너를 만나며 유망주로 주목받던 시기에도 그는 항상 ‘제2의 직업’을 갖고 있었다.)
▲힘든 시기를 보냈기에 가족에 대한 애착이 클 것 같은데.
=그렇다. 아버지쪽 가족은 적지만, 어머니쪽 가족은 20명 가까이 된다. 함께 살지는 않지만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2009년 결혼한 아내에겐 고맙고 미안하다. 나의 최고 서포터인 그녀는 해마다 세계를 일주하는 당구선수 남편을 옆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준다.
▲유럽선수권, 월드컵, 세계팀3쿠션선수권. 이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 경험이 있다. 이제 세계선수권 우승도 욕심이 날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하다)일단 올해 목표는 모든 대회에서의 우승이다. 물론 이에 세계선수권도 포함된다. 하지만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착실히 연습하고 매 경기마다 집중하려고 할 것이다.
"헤르케세 모트루 일라르 딜레름" 인터뷰 말미에 초클루는 터키어로 MK빌리어드뉴스 독자를 비롯한 한국 당구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했다. =저를 좋아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헤르케세 모트루 일라르 딜레름(터키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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