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당구선수’ 박승칠 “긴장감과 희열, 당구 못끊어”
[포천 문체부장관기]잉빌 준우승 “우승도 자신있었다”
3쿠션 →포켓→스누커 선수로 “세계당구 중심이 스누커더라”
아카데미 운영…황철호 진혜주 최솔잎에 딸 박은지 등 선수 양성
국가대표 선수‧코치‧감독 경험 “도하AG (김)가영 銀 가장 아쉬워
66세 현역 박승칠 스누커 선수가 지난 16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8 대한당구연맹 전국선수권대회" 잉글리시 빌리어드 종목 준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12월 "강진청자배"에 이은 전국대회 2연속 준우승이었다. 이런 그를 지난 21일, 그가 운영하는 "당구학교"에서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남삼현 대한당구연맹 회장이 2위 시상대에 선 선수에게 “그 나이에 정말 대단하십니다”며 손을 꼭 잡았다. 그 선수가 바로 올해 66세인 현역선수 박승칠(경북연맹)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강진청자배’ 잉빌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역시 결승에 올랐다. 이 대회전까지 국내 잉빌 랭킹 1위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는 아들과 손자뻘 되는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거둔 성과다. 한국 스누커‧잉빌 에이스 이대규(인천시체육회)와의 나이차는 무려 43살.
이처럼 ‘세월을 거스르는듯한’ 그를 21일 서울 영등포구 그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만났다.
황철호(경기연맹‧스누커) 진혜주(대구연맹‧포켓) 최솔잎(광주연맹‧포켓) 등을 비롯해 그의 딸 박은지(동양기계‧포켓)까지. 현재 한국당구 중흥을 이끄는 선수들이 두루 거쳐간 아카데미에서 박승칠 원장은 이날도 강의에 한창이었다.
바쁜 가운데 짬을 낸 그에게 지난 포천 전국대회 입상 축하를 건네자 “시상대에 서는 게 후배들에게 미안했어요. 그 친구들 앞길 막는 것 같으니...”라며 겸연쩍어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경기가 주는 긴장감, 승리의 희열 등은 제게 마약과 같아요. 그래서 당구를, 선수생활을 끊을 수가 없어요”라며 웃었다. 40년 가까운 그의 당구인생을 일문일답으로 들어봤다.
"2018 대한당구연맹 전국선수권대회" 잉글리시빌리어드 종목 결승전에서 자신이 친 샷을 주시하고 있는 박승칠 선수. =사실 근재(이근재‧부산시체육회 스누커 선수)와의 결승전도 자신 있었다. 그런데 근재가 한번 잡은 우세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잘 가져갔다. 초반 1프레임에서 30점째 올리고 공격권을 넘겨줬는데, 근재가 77점을 쳐냈다. 이후 승기를 놓쳤고 프레임 스코어 0:2로 우승을 내줬다.(전국대회 잉빌 종목은 통상 3개 프레임 중 두 세트를 선점해야 승리. 프레임 당 승리 조건은 100점 선점) 우승? 아쉽지만 준우승이 어딘가. 하하.
▲올해 66세로 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다. 선수생활이 체력적으로 부담되진 않는지.
=체력은 오히려 예전보다 좋아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공원에 가 기초체력 운동을 하고 짬날 때마다 헬스클럽에 다닌다. 체력훈련에 열심인 이유는 경기에서 지기 싫어서. 하하. 사실 대회는 참가 자체에 목적을 두고 출전 중이다.
▲그럼 대회마다 출전하는 이유는.
=국내 스누커 저변이 열악하다. 선수층도 얕고, 전국에 스누커 테이블이 갖춰진 지역이 우리 아카데미가 있는 서울, 충남, 부산 등 3곳에 불과하다. 언론 및 대한당구연맹 집중도도 낮은 편이다. 그나마 경력과 대외적인 발언권이 있는 제가 버티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9년 놓았던 큐를 5년 전에 다시 잡았다. 간혹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지 않나?”는 질문을 받는데,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다만, 지금처럼 경기에 출전하는 동안엔 쉽게 지지 않는 선수이고 싶다.
▲말한대로 국내 스누커 저변이 열악하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선수육성이 최우선이다. 캐롬은 전국 클럽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육성되고 있고, 김행직‧조명우 등 세계를 호령하는 젊은 에이스들도 등장했다. 포켓도 캐롬보다는 적지만 유망주들이 등장하는 중이다. 반면 스누커 유망주는 대규(이대규) 한 명에 불과하다. 이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누커 선수들에게 (당구특기생)대학진학의 문을 여는 것이다. 그러면 대학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 혹은 선수까지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는 대한당구연맹 차원이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 스누커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강자로 급부상 중이다. 그 원동력은.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스누커는 아시아 스누커선수권대회 8강 턱걸이 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런데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스누커 종목에서 딩준후이(중국)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중국에서 딩준후이를 중심으로 대회를 열고 TV중계를 했는데, 시청률이 대박이 났다. 우리도 이런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하면 좋지 않을까.
"(김)가영이 샷 미스, 아직도 떠올라요" 박승칠 "당구학교" 원장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은 선수로, "2006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은 코치 겸 선수, 2009년까지 당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그는 "도하 아시안게임 포켓8볼 결승전에서 가영이가 상대에게 금메달을 내준 빌미가 된 그 샷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포켓8볼 여성부 결승이다. 7세트 경기에서 가영이(김가영)가 세트스코어 6:2로 우승에 거의 다가갔다. 그런데 마지막 8번 볼을 두고 찍어치기를 시도하다 파울을 범했다. 이후 가영이가 내리 세트를 내주더니 결국 6:7로 역전패 했다. 물론 은메달도 훌륭한 성적이지만, 당시 가영이의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 금메달을 내심 바랐다. 당시 코치인 저와 감독인 이흥식 선배가 얼마나 속상해 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가영이가 8번 볼 놓친 그 순간이 불현 듯 떠오른다. 하하.
▲국가대표 시절을 포함해 20년 가까이 스누커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그런데 80년대 후반까지 3쿠션 선수였는데.
=1988년, 정식 선수가 됐지만 그전부터 3쿠션을 쳐왔다. 1988년엔 국내랭킹 1위에 오른 기억도 있다. 그러다 2~3년 뒤 서울 강서구 88체육관(현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포켓대회를 보고 국제적인 당구무대를 노크하려면 포켓을 쳐야한다는 생각에 전향, 10여년간 포켓 선수로 활약했다. 그때도 전국 4강권 안에 들어있었다. 하지만 포켓 국제대회 참가자 해외를 다니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당구판은 스누커란 사실을 깨닫고 세 번째 종목을 맞이하게 됐다.
(박승칠 원장은 스누커 종목 이야기를 하며 한 대회 상금규모가 3~5억원에 달하는 영국 프로당구투어 ‘월드 스누커’를 예로 들었다. 또한 오는 5월 ‘월드 스누커’ 입성 자격이 걸린 ‘스누커 큐스쿨’에 출전하는 이대규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아직 체력은 문제 없어요" 샷 시범을 보이며 웃고 있는 박승칠 원장. 그는 "큐를 잡고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경기가 주는 희열 등 때문에 당구를 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아카데미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제대로 된 당구학원을 차려보고 싶어 시작했다. 인천 등 여러 지역을 거쳐 2009년 서울 영등포구청 바로 옆에 ‘당구학교’를 설립했고, 2011년 현재 도림사거리로 이전했다. 황철호, 고태영, 진혜주, 최솔잎 등 많은 선수들이 거쳐갔다. 우리 딸 은지(박은지)도. 하하.
▲선수와 아카데미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언제까지 두 일을 할 수 있을까.
=짧게는 2~3년, 길게는 체력 다하는 때까지 하고 싶다. 30년 넘게 공을 쳐왔지만 아직도 당구가 재미있다. 경기에 대한 긴장감, 승리의 희열 등이 내게 마약과도 같다. 나중에 현역 은퇴하면 아내와 전원주택 짓고 살려고 하는데 그 집에도 당구대를 가져다 놓을 것이다. 거기서 학생들 특강 시켜줘야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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